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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i Uchis - Red Moon In Venus
장준영 작성 | 2023-04-20 12: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13,001 View

Artist: Kali Uchis
Album: Red Moon In Venus
Released: 2023-03-03
Rating:
Reviewer: 장준영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음악은 농밀하다. 보컬 스타일과 프로덕션 전부 부족하지 않고 옹골지다. 압도적이었던 데뷔작 [Isolation](2018)부터 그랬다. 청아하면서도 퇴폐적인 목소리에 여러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쉽게 만나기 어려운 볼륨과 완성도를 들려줬다.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기막힌 앨범으로 시작을 끊었다. 

 

다음 작품 [Sin Miedo (del Amor y Otros Demonios) ∞](2020)에서도 기조를 이어갔다. 일부 가사에서 사용했던 스페인어를 전면에 내세워 콜롬비아 출신인 자신의 정체성을 물씬 드러냈으며, 언어에 걸맞은 프로덕션을 그득히 채웠다.

 

레게톤의 흥겨움이 가득한 "te pongo mal(predelo)", 쿠바 아티스트인 라 루페(La Lupe)의 동명곡을 가져와 존경심을 표한 "que te pedí//", 리코 네스티(Rico Nasty)와 스페인어로 강렬한 에너지를 폭발시킨 "¡aquí yo mando!"가 그랬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발표한 [Red Moon In Venus]에서는 이전 두 결과물에서의 특징과 장점을 한껏 취했다. 인트로 “In My Garden…”을 지나 "I Wish you Roses"부터 몰입된다. 카랑카랑한 신스와 묵직하고 차분하게 깔리는 비트에 농염하게 사랑을 노래했다. 파워풀한 보컬 대신 레이드백(laid-back)한 테크닉에 가성과 진성을 섞어 필요한 질감을 능숙히 뽑아낸다. 

 

"Moral Conscience"에선 떨리면서 축축한 목소리로 바이브레이션을 들려주는 동시에 팔세토 가창과 고음을 내질러 감정을 가멸차게 표현한다. “Moonlight”에선 트랙을 겹겹이 쌓은 코러스와 에코 사운드에 속삭이듯 힘을 쭉 뺀 보컬이 주도한다. 프로덕션이 주조한 몽환적인 무드에 퍼포먼스가 가미돼 감흥이 증폭된다. 

 

하프 소스를 내건 “Deserve Me”에선 썸머 워커(Summer Walker)와 함께 했다. 반드럽고 가뿐히 노래하는 칼리에게 힘 있고 시원시원하게 소리를 내는 보컬이 섞였다. 음색은 물론이고 스타일이 매우 다름에도,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토양에서 의외의 합을 들을 수 있어 흥미롭다.

 

이번에 도드라지는 또 다른 특징은 스페인어다. 모든 가사에 스페인어를 포함했던 전작과 달리, 두세 곡 정도로 비중이 크게 줄었다. 다만, 언어에서 맛볼 수 있는 감흥은 더욱 늘었다. “Hasta Cuando”가 그렇다. 자신의 성공에 질투하는 연인의 모습에 당황하고 아파하는 내용을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갈아 표현했다. 언어가 구분되지 않고 혼재된 덕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모호한 내용적 측면도 오히려 극대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Not Too Late”이 색다르게 들리는 것도 다국어 사용에서 비롯된 힘 덕분이다. 사랑을 갈망하는 섹슈얼한 내용은 자주 시도했던 것이기에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어 후렴구 사이에 다른 언어로 된 벌스(Verse)가 틈입하면서 여느 곡과 상이한 무드가 환기된다. 또한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치하면서 두 언어 간 악센트와 발음적인 특징이 비교되고 부각된다. 말의 맛까지도 자연스레 살아난다.

 

프로덕션 역시 변함없이 탄탄하다. 지난 앨범보다 라틴 뮤직의 요소가 많이 줄어들어 다소 아쉽지만,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레트로 소울을 필두로 진득한 완성도가 돋보인다. “Blue”에선 첫 작품부터 함께한 조쉬 크록커(Josh Crocker)가 참여했다. 퍼커션부터 색소폰까지 여러 악기를 등장시키며 칼리에게 어울리는 침울한 무드를 만들었다.

 

“All Mine”에선 차분하게 공간을 때리는 비트에 맞춰, 다양한 보컬 트랙을 악기처럼 넣고 빼내어 풍성한 사운드를 주조했다. 반대로 “Not Too Late”에선 텁텁하고 뭉개진 듯한 비트에 불협화음을 유도한 듯한 신스가 오묘한 기운을 풍긴다. 이외에도 레트로 소울의 질감이 물씬 느껴지는 “Love Between…”, 유명 신스팝 밴드의 넘버라고 착각할 만큼 신스와 일렉트릭 기타가 공간을 수려하게 채운 “Endlessly”도 훌륭하다.

 

그중 가장 뛰어난 순간은 “Worth the Wait”이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스쿨보이 큐(ScHoolboy Q), 제이 락(Jay Rock), 앤더슨 팩(Anderson .Paak), (SiR) 등등, 굵직한 아티스트와 작업한 제이슨 파운즈(Jason “J.LBS” Pounds)가 참여하여 치밀한 프로덕션을 구성했다. 붐뱁 비트 위로 수많은 이펙트와 소스가 얹혔고, 몽환적인 칼리의 보컬 사이로 오마르 아폴로(Omar Apollo)의 중독적이며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의 팔세토 보컬이 강렬함을 주입했다.

 

짜릿한 데뷔작을 내놓았던 칼리는 어느새 세 번째 정규까지 다다랐다. 그동안 변화도 있었지만, 장점과 개성만큼은 진득이 배어 났다. [Red Moon In Venus]는 그의 탄탄한 커리어를 채울 또 한 장의 탁월한 작품이다. 칼리의 점성술로부터 비롯된 사이키델릭하고 달콤하며 미묘한 소울에 이번에도 현혹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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