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Artist: 형선(HYNGSN)
Album: New Teeth
Released: 2023-05-15
Rating:
Reviewer: 김효진
어린 시절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던 때를 생각해 본다. 이가 빠지는 순간엔 아파했지만 이내 어른이 되는 순간을 맞이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또, ‘새 이가 나는 꿈’을 검색하면 이런 문장을 읽을 수 있다. ‘새 이가 나는 꿈은 의지가 강해지고 행동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새 이는 새로운 단계를 향한 첫 발걸음이자 도전 욕구의 상징이다.형선은 2019년 발매한 데뷔작 [Damdi] 이후 2021년까지 매년 앨범을 발표했다. 음악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듯 항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파이한 사운드가 주를 이뤘던 [Damdi]와는 다르게 [Agfa.]에서는 일렉트로 소울, 네오 소울, 팝 등 세부적으로 장르를 탐구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LaVida]에서는 미니멀한 사운드를 주로 활용하여 영리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드러냈다.
[New Teeth]는 그동안의 발매 주기보다 오래 걸렸다. 그만큼 어떤 소회가 느껴진다. 이전 앨범을 통해 탐구한 장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듯 마음껏 펼쳐낸다. 첫 곡인 “정적”에서부터 그렇다. 트리오 구성으로 재즈 사운드를 축조해 은근한 첫인상이 만들어진다. “냄새”의 보사노바 리듬부터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구현된 “톡톡”의 펑키한 사운드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특히 레트로 풍의 알앤비 곡이 진한 인상을 남긴다. 그루브한 비트 위에 간질거리는 보컬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Candyfloss”, 90년대 알앤비 발라드의 향수를 자아내는 “it’s our time” 등이 탁월하다. “Candyfloss”에서는 레트로한 무드에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보컬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곡에 담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초점을 맞췄던 이전과 달리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 다소 우울감이 묻어난다. ‘끝이 없던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정적”이나 ‘어느 곳에도 담겨질 수 없’다고 말하며 체념적인 모습을 그린 “Give me love”가 대표적이다.
우울감은 이상과 현재의 괴리 때문인 듯 보인다. 이를 담은 후반부의 스토리텔링이 감흥의 흐름을 이끈다. ‘나타나지 않았음 하면서도 원하’게 되는 모순적인 감정(“꿈”)은 고통이 되고,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미래의 나를 생각할 수 없게 더’ 깊은 곳으로(“Deeper”) 파고들어 간다.
그래서 “It’s our time”에서 건네는 위로가 마냥 상대만을 위한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노래가 향하는 상대와 이 노래를 부르는 ‘나’, ‘우리’를 위한 말들로 와닿는다. 이렇듯 꾸밈없고 담백한 노랫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Give me love”와 “I gotta go”에 쓰인 영어 가사들이 아쉽다. 이상과 현재의 괴리감으로 인한 우울감은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정서다. 많은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단순하게 쓰인 영어 가사들이 곡을 채워 깊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후반부의 스토리텔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Candyfloss” 또한 “It’s our time”처럼 자신을 북돋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다. “Give me love”와 “I gotta go”가 “Candyfloss”의 뒤를 잇는 곡이지만, 이 부분이 잘 활용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그럼에도 [New Teeth]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투박하고 담백한 보컬이 자기 고백적인 가사와 맞물려 진솔함을 자아낸다. 세밀하게 사운드를 구축하며 다양한 장르를 오가지만, 형선이 구심점이 되어 프로덕션의 유기성도 확보되었다. 형선에게 [New Teeth]는 새로운 시작일까 아님 도전일까.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형선은 ‘새 이’와 함께 보다 자기다운 모습을 찾았다.-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김효진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