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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키드 밀리(Kid Milli)
Album: BEIGE
Released: 2023-05-30
Rating:
Reviewer: 황두하
키드 밀리(Kid Milli)의 [BEIGE]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구성이다. 개성이 뚜렷한 게스트에게 일임한 총 4개의 인터루드(interlude)로 앨범의 구간을 나누고, 그의 색깔을 일부 빌려온다. 일례로 “ron Interlude”에 이어지는 초반부는 얼터너티브한 성향이 강하고, “pH-1 Interlude” 뒤로 이어지는 “Still friend?”, “R.I.P”, “Test Me?”는 팝 랩 성향이 강한 곡들이다.이것이 전부 키드 밀리의 색깔로 수렴되어 흥미롭다. 그동안 시도했던 여러 음악 스타일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게스트를 통해 분류한 것만 같다. 상이한 색깔의 곡이 차곡차곡 정리된 덕분에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Kid Milli Interlude”와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BORA”는 나머지 트랙을 하나로 아우르며 앨범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다. 브레이크비트의 영향이 느껴지는 사운드 위로 릴러말즈와 빠른 호흡으로 랩을 주고받는 “Leellamarz Interlude”부터 레이지(Rage)를 차용한 듯한 “25”까지 강렬한 뱅어 트랙이 속도감 있게 죽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된다.
그중에서도 “추월”, “Coupe”, “Lost and found freestyle”은 라임을 불규칙하게 배치해 빠르게 내달리며 쾌감을 끌어올리는 키드 밀리의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 트랙이다. 특히, 전화 다이얼 음성 같은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비엠티제이(BMTJ)의 감각적인 비트와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후렴이 어우러진 “추월”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더불어 “25”에 참여한 양홍원은 레이지 장르의 전형을 비튼 느릿한 플로우로 순식간에 집중하게 한다. 라드 뮤지엄(Rad Museum), 피에이치원, 우원재, 랍온어비트(lobonabeat!), 릴러말즈 등등, 개성과 실력을 갖춘 게스트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키드 밀리는 앨범 전반에 걸쳐 삶의 방식을 전시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과 다른 래퍼들을 구분 짓는다. “BEIGE theme”의 ‘벌고 젊고 멋져 너라도 살았을 걸 나처럼 / 저 드릴 래퍼들은 UK 발음을 억지로 뱉네 2년 전엔 없던 Accent’ 같은 라인처럼 구체적이고 독특한 표현이 이어져 가사에 집중하면서 듣는 맛이 있다.
다만, 곡마다 뚜렷한 주제 의식 없이 비슷한 자기과시 가사가 이어져 마치 한 곡을 다른 버전으로 넓게 펼쳐 놓은 것만 같다. 커리어만큼 쌓이는 고민을 토로하는 “Simple Poem”이나 남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표현한 “Still friend?”와 “R.I.P.” 정도를 제외하면 일정한 기조를 유지한다.
주제의 단조로움을 상쇄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뛰어난 래핑이다. 빅 션(Big Sean)의 [Detroit]나 릴 웨인(Lil Wayne)의 [Tha Carter IV]처럼 게스트가 주도하는 인터루드를 활용한 작품이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키드 밀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터루드로 사운드의 구획을 나누어 음악적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펼쳐 보였다.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면서도 기술적으로 충만한 면을 놓치지 않는 퍼포먼스가 더욱 부각됐다. 직관적이면서도 영리한 구성의 [BEIGE]를 통해 키드 밀리는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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