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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빈지노(Beenzino)
Album: NOWITZKI
Released: 2023-07-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엔데믹(endemic) 시대에 접어들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국 힙합 아이콘들이 컴백하고 있다. 정규 앨범을 들고서. 랩스타 빈지노(Beenzino)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2] 이후, 무려 7년 만에 새 앨범 [NOWITZKI]를 발표했다.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와 함께한 재지팩트(Jazzyfact)의 데뷔작 [Lifes Like]부터 빈지노는 한결같았다. 구김살 없이 청량한 청춘의 모습과 이를 담아내는 시간이라는 그릇,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야심을 더한 모습은 컨셉이나 기믹과는 다른 생생함이 있었다.
한국 정서가 기저에 깔렸지만, 평범함과는 거리를 둔 가사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그를 새로운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물론 힙합이 지닌 멋의 정수를 선보인 래핑과 음악이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의 긴 시간과 그 사이에 겪은 군 생활과 결혼이라는 삶의 분기점은 빈지노를 둘러싼 아우라를 꺼지게 할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와 한국 사회에서 남자를 철들게 한다고 여겨지는 대표적인 생애 이벤트는 그가 뿜어냈던 에너지와 얼핏 대척점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듯 빈지노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NOWITZKI]는 마치 앨범이라는 스펀지로 빈지노가 겪은 그동안의 시간을 흡수하여 머금은 느낌이다. 펼쳐지는 풍경은 더러 모호해졌고, 태도엔 나른한 여유가 가득하지만, 그 사이로 짚어내고 선별한 삶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스며든다. 이런 변화가 감상의 방향을 바꾸기는커녕 그를 규정하던 고유한 매력에 성숙함과 생명력을 더하고 있어 흥미롭다.
대담하고 재치 있는 빈지노 특유의 가사가 담긴 "Stinky Kiss (Intro)”를 시작으로 “Monet”은 화가의 이름을 빌려 예술가의 삶을 표현했던 “Dali, Van, Picasso”가 떠오르고, “여행 Again”과 “Sandman”은 각각 “We are going to”와 “Aqua Man”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대중적 접근성은 이전보다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게 세월을 품은 가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즐거움을 준다.
여전히 빈지노의 색깔이지만, 새로움 또한 가득하다. 하룻밤 야영으로 군 생활 전부를 담아낸 “Camp”와 기억의 조각들을 엮은 “Change”에서 과거를 아련하게 그려내는 방식과 [12]를 열었던 “Time Travel”의 유쾌함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게스트의 활용을 포함한 구성과 앨범의 전개 역시 그간 빈지노의 앨범 중 가장 탁월하다. 특히 “Dope As (Interlude)”에서 앨범의 중반을 연 오이글리(oygli)가 “Coca Cola Red”에서 25초간 뱉은 랩은 [NOWITZKI]는 물론 최근 몇 년 간의 한국 힙합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피처링이라 부를만하다.
빈지노는 어느 때보다 즉흥적이고 때로는 능글맞은 기운의 변칙적인 플로우로 앨범 전체를 하나로 엮는다. 새로운 버전으로 수록한 “Trippy”는 그 정점이다. 전혀 산만하지 않게 모든 비트와 합을 맞춘다. “Sanso (Interlude)” 이후, 싱잉 랩 중심의 후반부로 자연스레 넘어가 감흥의 폭을 넓히며 마무리 짓는 구간도 강점이다.
프로듀서 진은 다채롭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핫한 프로듀서인 250을 포함하여 다수의 프로듀서가 참여해 각자의 색을 녹여냈다. 그럼에도 프로덕션의 무드는 하나로 귀결된다. 곡 대부분에 편곡자로 참여한 빈지노의 음악적 확신과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련된 사운드 소스로 만든 이색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는 이물감, 그 사이를 관통하는 어쿠스틱 연주와 멜로디는 빈지노의 괴짜 같은 가사에 진심과 낭만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앨범이 끝나면 전에 없는 진한 여운이 감도는 것도 이 덕분이다.
[NOWITZKI]는 빈지노가 힙합 음악의 힘으로 청춘 아이콘이자 힙스터들의 힙스터로 불린 배경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앨범이다. “Always Awake” 같은 청춘 찬가를 다시 만들고 불러서가 아니다. 그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알아보고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빈지노는 고달픈 한국 사회의 청년들에게 청춘의 긍정적 가치를 부각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NOWITZKI]에서는 여전히 젊지만,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 이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를 슬쩍 건네는 듯하다. 물론 이번에도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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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trippy 이후부터 중후반부 몇몇곡만 뺐으면 더 완벽한 앨범이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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