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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W] 04 핫펠트, 괜찮을 거야 I’ll be fine
리드머 작성 | 2023-07-17 16:3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0 | 스크랩스크랩 | 10,439 View



'Woman Sings Woman'
은 리드머의 김효진 필자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여성 알앤비 아티스트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삶과 내면세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삶의 모순은 모든 삶을 아우르는 공통적 이유가 없다는 데에서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삶엔 이유가 없다. 대신 같은 운명을 껴안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 그리하여 인간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제 쓸모를 증명하려 고군분투하고, 삶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기도 하며 소중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 살아갈 이유를 새기기도 한다. 삶의 마땅한 이유라도 찾는 듯이.

 

누군가 삶은 홀로 춤을 추는 것이라고 했다. 삶은 무의미하지만, 그 무의미함 속에도 즐거움이나 행복, 기쁨은 존재하며 그러한 순간을 쌓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종착지를 향한 달리기가 아닌 순간에 집중하는 춤을 추는 것.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삶이란, 내가 정하지 않은 파트너와 왈츠를 추는 것이다. 한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지 않고 춤을 추다 혼자가 되기도 하는 왈츠. 내게 주어진 환경과 숱하게 만났다 헤어지는 인연들을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생은 왈츠와 닮아 있다.



 


핫펠트(HA:TFELT)는 춤이 가진 화려함이나 겉모습엔 시선을 두지 않는다. 이 춤이 끝날 것을 알기에 그저 춤이 쥐여주는 감정에 충실히 한다. 인생은 엉망(“Life Sucks”)이라며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을 가감 없이 쓰고, 자신을 책에 비유(“나란 책”)해 고백하기도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 춤을 추는 사람이 영원하지 않을 거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엔 나 혼자라는 것, ‘결국엔 다 떠나간다는 것, 그래서누구에게나 삶은 외롭’(“Fine”)다고 노래한다.

 

농담 섞인 어조로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삶에서 잘못된 움직임은 없다. 그저 순간순간에 충실하여 나아갔을 뿐이다. “저 계속 음악 할 거예요. 지금처럼 멈춰 있는 때도 있겠지만, 저는 평생 음악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핫펠트는 여전히, 그리고 매일 춤을 춘다. 이 긴 춤이 끝날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성실히.


 

I.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 헤어질 인연인 걸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제가 죽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안 좋기도 했었고, 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정말 살아 있는 게 용하다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런 걱정을 받을 때마다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아?’ 하고 받아쳤어요. (웃음)”

 

유튜브 콘텐츠 [HA:TFELT NEVER DIE] 첫 화에서도안 죽을 거야.” 라고 되새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조금 가벼운 표현이지만 이 삶이 게임이라고 가정한다면, 게임에서는 정말 엔딩 버튼을 누르면 쉽게 끝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죽기 전에 정말 많은 걸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죽는다는 행동을 옮기기 전에 이 시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봤을 때, 그저 이 시간을 실컷 내 맘대로 낭비하고 가자는 결론이 난 거죠. 해외를 실컷 돌아다닌다거나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거나 하면서요.

 

그러면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저 백수예요. (웃음) 푹 쉬면서 정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떤 정리를 하는 중이에요?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이사도 해서 짐 정리를 하는 중인데, 그러면서 삶의 패턴을 많이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삶의 많은 것들을 정돈해 보자는 생각이에요.

 

최근에 반려견 니뇨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잖아요.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도 되게 커요. 보호자들이 다 겪는 감정이겠죠? 죄책감이 많이 드는 거 같아요. 내가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아쉬운 마음도 크고요. 니뇨 말고 남겨진 아이들이 있다 보니까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질의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그걸 제일 신경 쓰고 있어요.

 

요즈음 생각이 정말 많겠어요.

 

잘못 살아왔단 생각을 해요. (웃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내가 어른이 됐구나,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젊게 사는 거, 어리게 사는 거, 철없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고 그래야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제 삶뿐만 아니라 반려견들의 삶, 주변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제가 좀 더 신경 쓸 수 있는 부분들이나 나아질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좀 더 찾게 되고요.

 

책임감이 좀 더 생기는 중인 거네요.

 

나의 책임이잖아요, 반려견의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제가 니뇨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스물네 살이었는데 그땐귀엽다라거나키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데려왔던 거 같아요. 이 생명의 보호자로서 더 조심하고 더 챙겼어야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무심했던 거 같아요. 내 자신에게도 무심한 스타일이라 더 그렇게 키웠었던 거 같아요. 물론 매사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사는 게 절대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게 어른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아메바 컬쳐와 계약이 끝난 지 꽤 됐어요. 새 회사를 찾는 중인가요?

 

급하게 찾을 생각은 아직 없어요. 회사에 오래 소속이 되어 있었지만, 항상 저는 자유라는 테마가 큰 사람이에요. 제 삶에 있어서는요. 회사가 저를 억압했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제가 온전히 결정하고 주관하는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물론 좋은 회사를 만나면 하지 않을까요? 사실 니뇨가 떠나게 되면서 그 외의 부분들은 고민을 안 하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너무나 유일한 존재였고 그런 존재를 잃어버리는 게 제 인생에서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걸 제가 잘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예요. 당분간은요.

 

 

II. 살아 있는 날들의 기록 

: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그렇다면 이전 이야기를 할게요. JYP를 나오고 힙합/알앤비 레이블인 아메바 컬쳐를 선택했어요. 저는 그 선택이 스스로를 알앤비 아티스트로 정의하는 모습이라고 봤어요.

 

아주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제 나이 또래의 많은 보컬들이 그렇듯이, 소울/알앤비를 들으면서 자랐어요.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이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빠져서 자랐기 때문에 제 뿌리는 알앤비에 있다고 생각해요. 로린 힐(Lauryn Hill)에게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뉴욕 생활을 하면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접하게 됐고 오아시스(Oasis) 같은 아티스트에 빠졌어요. 알앤비나 소울은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잘하지?’ 하며 듣는 음악이었다면, 얼터너티브 록은 제 마음 같은 가사들을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혼종인 거죠. (웃음)

 

그게 첫 솔로 앨범 [Me?]에서 잘 느껴지는 거 같아요. 장르가 정말 다양하잖아요. 모던 록도 있고 일렉트로닉 하우스도 있고, [007] 시리즈 메인 테마를 샘플링한 곡도 있고요. 굉장히 도전적으로 느껴져요.

 

저는 어떤 장르를 하는 아티스트다, 라기보다는 작가주의에 가까워요. 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아티스트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장르를 듣고 영향을 받아서 제가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 다양한 뿌리들이 존재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 첫 앨범도 어떻게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때려 박았다는 느낌이 있죠. (웃음)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처음이다 보니 다듬어지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그런 부분을 원석 같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죠.

 

[Me?]를 만들 당시, 염두에 둔 그림이나 방향 같은 게 있었나요?

 

그 당시 원더걸스 활동도 한 텀 끝났을 때였고, 사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많이 우울했어요. 제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요.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진 것도 있었고, 특히나 뉴욕이라는 도시가나는 외지인이다라는 감정을 많이 줘요. 많은 사람이 외지인이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이 뉴욕에 정거장처럼 모여서 예민하게 업무를 하고 삶에 찌든 모습들로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저의 시각이 많이 바뀐 거 같아요. 그때 좀 더 깊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원더걸스로 할 수 있는 얘기들이 한정적이니까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방향이었던 거 같네요.

 

이후 EP [Meine], [Deine]를 확장해 [1719]를 발매했어요. [1719]의 경우 유기적인 흐름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음악적으로나 서사적으로도요.

 

제가 2017년에 개인적으로 큰일을 겪었어요. 정말 격동의 시기였던 거 같아요. 내면적으로도 불안했고요. 태풍의 눈이라고 하잖아요. 태풍의 눈 속에서 소용돌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빠져나갈 길이 없는 거 같은, 그런 시기였거든요. 그 당시에 좋아했던 사람에게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제가 겪었던 것을 만들어서 [Meine], [Deine]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게 확장이 되어서 [1719]가 되었죠. 제 기준에서는 [Me?]에 비해서는 더 다듬어지고 성숙해진 자아로서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Meine’ ‘Deine’는 독일어잖아요. 독일어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독일어여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는 이야기를 한 겹 숨기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Life Sucks” “Sky Gray”도 영어로 썼고, [LEFT] 같은 경우도 전체가 영어 가사고요. 제가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할 때 주로 영어 가사를 쓰는 거 같아요. 소비자나 관객의 입장으로 한 겹 숨겨진 뭔가를 찾아내면 더 즐겁잖아요. (웃음) 여러 번 들을 수 있게 하는 용도인 거죠. 마냥 날 것을 담으면 저를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 과한 감정이 될 수도 있고요. 죽고 싶은 감정, 죽이고 싶은 감정, 어떻게 보면 독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을 그대로 담고, 이거야!” 하기가 조금 그렇더라고요. 그런 마음들을 희석한 거죠.

 

저는 “Life Sucks”라는 곡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핫펠트라는 아티스트가 이런 음악을 할 수 있구나, 싶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가장 핫펠트다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Life Sucks” 같은 경우는 제가 해야 했던 음악이었어요. 저는 직설적인 성격인 데다 강하고 뾰족한 것들이 내면에 있는데, 그런 지점들이 대중이 생각하는원더걸스 예은의 모습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가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싶네요. 무엇보다 저한테 필요한 테라피적인 음악이었어요. 1절 같은 경우는 막 사건이 벌어졌을 때 썼던 거거든요. 30분 만에 후루룩 썼어요. 감정에 깊이 들어가서 허우적대던 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2절은 3년 후에 썼어요. 안 나오더라고요. 첫 곡인데 그 앨범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곡이죠.

 

그래서 날 선 사운드가 나온 거네요.

 

이런 사운드나 이런 장르의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이이야기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제 얘기를 풀어내기에 가장 적절한 악기들의 조합인 거죠. 그 음악을 만들 때 분노가 강했었거든요. 이걸 어디다 꺼내 놓지 않으면 분노가 저를 갉아먹는 거예요. 음악으로 해소를 해야만 했던 거 같아요. 뮤직비디오도 제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어요. 정말 단순한 뮤직비디오인데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각자의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주셨고, 뮤직비디오 댓글로도 (각자의 이야기를) 많이 남겨주셨고요. 나만의 상처는 아니구나, 싶었고 이런 방식과 이런 음악도 또 다른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공격적인 음악이지만요.

 

Life Sucks”와는 다르게새 신발”, “위로가 돼요”, “Cigar”, “Make Love” 등등 [1719]에 기타가 메인으로 쓰인 곡이 아주 많아요.

 

기타가 저랑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제 보컬도 그렇고 툭툭 내뱉는 구어체 가사들이 많기도 하고요. 기타로 출발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악기들이 처음부터 쏟아지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곡에 담긴 내용을 천천히 따라 올 수 있게끔 하는 데에는 기타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LEFT]에서는 아예 조금 힘이 빠진, 미니멀하고 어쿠스틱한 프로덕션이 돋보이더라고요.

 

[LEFT]는 유튜브를 열심히 해보자, 한 달에 한 번씩은 신곡을 내자, 부담 없이 만들자, 하던 마음이 시작점이에요. 제가 좀 단순한 게, 핫펠트 스펠링을 누가 거꾸로 적어 놓은 걸 봤어요. 거기에 ‘left’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left’라는 앨범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정말 단순하게 출발을 한 거죠. (웃음) ‘Right’오른쪽이라는 뜻과옳은이라는 뜻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Left’는 옳지 않은 일, 정답이 아닌 일일 수도 있는 거죠. 정답 같지 않은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III. HA:TFELT NEVER DIE 

: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

 


조금 늦은 질문이지만 원더걸스로 활동할 때부터 곡을 썼잖아요.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는데, 직접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재밌어서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지루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보컬 연습을 하는데 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니 다른 거 치고 싶고, 다른 거 부르고 싶고 그러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공부가 지루한 애들이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런 마음이랑 비슷했던 거 같아요. (웃음)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게 지겨우니까 조금씩 써본 거죠.

 

2008년에 발매된 [The Wonder Years - Trilogy] 수록곡 “Saying I Love You”가 공식적인 첫 자작곡이었죠. 지금까지의 대화를 돌아보면 곡을 쓰기에 앞서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 곡도 마찬가지인가요?

 

당시 첫 연애 같은 걸 하고 있을 때였어요. 눈 내리는 날 같이 음악을 듣던 게 생각나네요. (웃음) 곡을 쓰는 데 있어서 제 삶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 곡도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가 담겨있어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나다움은 뭔가요?

 

글쎄요. 진짜 어렵다. 저는 그런 게 싫은 거 같아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내가 좋아하지 않은 걸 따라해야 하고, 특정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는 거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요. ‘나다움이라는 게 꼭나는 항상 이래!” 이런 건 아니겠지만 전 제 자신에게 항상 솔직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불가피하게 어떤 거짓말을 하게 된다거나 뭔가를 숨기려고 행위를 했을 때 그런 기억이 길게 가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떨어지고요.

 

기존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굉장히 꼿꼿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반면에 음악을 들어보면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대중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을 했지만, 생각해보면 탈출구의 하나로 음악을 시작을 한 거 같아요.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같은 느낌으로 시작했어서요. (웃음) 그렇게 음악을 바라보고 있는 거 자체가 내 안의 무언가를 누르고 있다는 거죠. ‘나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고 내 인생을 알아서 잘 살고 모든 걸 내가 해결할 수 있어서누군가에게 의지를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의지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습관을 못 바꾼 거죠. 제 무의식 속엔 의지하고 싶은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자아가 그런 노래를 만든 게 아닌가 싶네요.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점점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요. 살다 보면왜 살아야 할까?”, “사람은 왜 살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모든 인간이 가진 공통 분모는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딱히 그런 게 없더라고요. 먹는 거나 자는 것도 모두 같지 않잖아요. 태어나서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죽는 사람들도 있고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요. 꿈도 모두에게 같지 않잖아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아이를 가지는 것, 사랑을 하는 것그런 것도 아닌 거 같고요. 그저 모두가 죽는다는 결론만 있더라고요.

 

그런 생각은 사람을 좀 홀가분하게 만들어 주지 않나요? 저도 같은 생각이거든요. 저는 죽을 때를 미리 정해 두었어요.

 

맞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허망하기도 한데, 오히려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이라는 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따라가야 할 건 아무것도 없는 거죠.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어차피 결국 우리는 죽으니까, 그게 몇 살이 될지는 몰라도 결국엔 죽으니까요. 사는 순간엔 하루하루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통해 그런 얘기를 조금씩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제대로 해본 적 있었나 싶더라고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계속해 왔던 얘기인데,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요. 저는 저 자신이 스토리 텔러라고 생각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제가 [1719]를 발매했을 때도 소설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감 없는 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요. 거짓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 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음악이란 것도 좋은 매개체지만, 한 곡 안에 담을 수 있는 건 아주 짧잖아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굳이 대사가 아니어도 상황들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눈빛이나 화면구성같이 복합적인 것들로요. 사십 전에는 해보고 싶네요. (웃음)

 

오랜만의 인터뷰인데 더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최근 니뇨 일도 있고 워낙에 또 인생이 좀 굴곡지다 보니까. (웃음) ‘음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계속 음악 할 거예요. 물론 지금처럼 멈춰 있는 때도 있겠지만, 저는 평생 음악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걱정해 주시는 분들께 그런 부분은 정말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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