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Artist: Lil Uzi Vert
Album: Pink Tape
Released: 2023-06-30
Rating:
Reviewer: 황두하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는 오늘날의 힙합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싱잉 랩과 트랩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록 등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음악, 그리고 독특한 패션과 이마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는 것 같은 기행이 더해져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이 되었다. 이모 랩의 이정표를 제시한 “XO Tour Llif3”와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얻어낸 [Eternal Atake](2020)로 음악적인 입지도 탄탄히 다졌다.세 번째 정규 앨범 [Pink Tape]은 릴 우지 버트의 스타일과 취향을 가득 눌러담은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것 같다. 초반부에는 트랩, 트랩 메탈, 레이지처럼 익숙한 스타일의 곡이 배치되었다. 완성도가 괜찮지만, 전작들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곡을 주도하는 “Suicide Doors”,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현악기 루프 위로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과의 합이 좋은 “Aye”, 곡 내내 반복되는 싱잉 랩 라인이 중독적인 “Endless Fashion”처럼 끝내주는 곡도 중간중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번 듣고 나면 귀에 남지 않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하다.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하는 건 아레나 록의 기운이 느껴지는 “Nakamura”부터다. 아예 힙합에서 벗어나 여러 장르의 사운드가 등장한다. 작년 싱글로 발매되어 저지 클럽(Jersey Club) 유행을 주도한 “Just Wanna Rock”과 날카로운 신시사이저가 텁텁한 클럽의 공기를 표현한 “Fire Alarm”처럼 일렉트로닉 장르를 차용한 곡들은 단숨에 귀를 잡아끌어 분위기를 환기한다.
더불어 일본의 메탈 아이돌 그룹 베이비메탈(Babymetal)의 발랄한 코러스, 빠르게 내달리는 일렉 기타와 드럼, 릴 우지의 싱잉 랩이 어우러져 난장을 펼치는 “The End”는 전반에 흩뿌려진 스타일과 취향을 집약해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으로 적절하다.
반면, “CS”와 “Werewolf”는 앨범 후반부의 감흥을 저해하는 주범이다. 전자는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Chop Suey!”를 그대로 커버했는데, 원곡을 릴 우지 버트의 목소리로 듣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긴 어렵다. 후자는 밴드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izon)의 곡에 릴 우지 버트가 게스트로 참여한 것만 같다. 다른 곡들과도 괴리가 커서 앨범 전체적으로 붕 뜨는 인상이 강하다.
가사도 아쉽다. 릴 우지 버트는 앨범 내내 남성성을 과시하고, 패션 센스와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한다. “Flooded The Face”의 ‘First of all, I fuck eight bitches a day (Yeah) / How could you ever say Lil Uzi gay? (How?)’처럼 루머를 반박하는 가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명품 브랜드를 열거하는 등 뻔한 표현으로 일관한다. 오히려 “Crush Em”이나 “Just Wanna Rock”처럼 가사를 최소화한 곡들이 더 흥미롭다.
[Pink Tape]은 2023년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힙합 앨범이다. 릴 우지 버트의 스타성과 흥행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아쉽다. 보너스 트랙까지 24트랙, 약 1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에 릴 우지 버트라는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하다. 그러나 개별 곡의 완성도가 들쭉날쭉하고 전체적인 응집력이 약해서 굉장히 산만하다. 앨범의 볼륨과 구성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야심에 비해 결과물이 다소 빈약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 4 | 비추 1
추천 0 | 비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