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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Victoria Monét
Album: Jaguar II
Released: 2023-08-25
Rating:
Reviewer: 김효진
빅토리아 모네(Victoria Monét)가 2020년에 발표한 [Jaguar]는 빛을 뿜어내는 앨범이다. 자신을 재규어에 비유해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것과 프로덕션이 그랬다. 펑크(Funk), 알앤비, 일렉트로닉 비트, 몰아치는 현악기 구성까지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였음에도 구성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란한 소리 없이 화려한 빛을 내는 미러볼 같은 앨범이었다.[Jaguar II]는 반대로 은은하게 빛을 내는 윤슬 같다. 트랙의 흐름이 군더더기 없이 조화롭다. 레게 베테랑 부주 밴턴(Buju Banton)을 초빙하여 댄스홀을 엮은 “Party Girls”와 거친 비트가 인상적인 “Alright”가 초반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알앤비 기반의 잔잔한 프로덕션이 길을 잃지 않는다.
전체적으론 70-80년대 알앤비/소울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럭키 데이(Lucky Daye)가 목소리를 얹어 끈적한 분위기를 만든 “Smoke”를 시작으로 섹슈얼함을 뿜어내는 “Cadillac”, 왈츠풍의 “How Does It Make You Feel”을 지나 고즈넉함을 자아내는 소울 재즈 “Good Bye”까지, 빅토리아 모네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11곡을 끈끈하게 엮어냈다.
악기 배치가 주효했다. 브라스가 중추 역할을 하며 곡마다 쾌감을 심어준다. 가장 인상적인 브라스 파트는 “On My Mama”에서 나온다. 후렴 부분에서는 은근하게 스며들지만, 곧이어 제 모습을 강하게 드러낸다. 찰리 보이(Chalie Boy)의 “I Look Good”을 샘플링한 부분에서다. 대담하게 등장하여 단숨에 분위기를 바꾼다. 변주로 곡을 탁월하게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다.
브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곡의 프로덕션도 탄탄하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와 하젤 모네(Hazel Monét)가 참여한 “Hollywood”가 대표적이다. 층층이 쌓인 보컬 하모니로 고결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차분한 기타 사운드가 만드는 리듬은 80년대 알앤비 소울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흐름의 길잡이가 된다. 곡에 우아함이 깊게 더해지는 순간은 스트링 세션이 등장하는 간주에서다. 보컬 화음과 스트링 세션이 함께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든다.
무엇보다 모네는 가벼운 소재부터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소재에 따라 분위기를 조정할 줄 안다. 그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다. 주관이 중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On My Mama”나 “I’m The One”처럼 섹슈얼리티가 주된 소재인 곡에서도 화자의 생각을 소상히 풀어낼 줄 안다. 성적인 상황을 자극적인 소재로만 대하지 않는 것이다.
“Hollywood”처럼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작은 것에 기뻐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본인이 가진 꿈보다 더 큰 꿈을 꾸어야만 했던 할리우드에서의 삶을 노래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건넨다.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What do you live for?’), 왜 여기에 있는지(‘What are you here for?’),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는지(‘What would you die for?’). 리스너들에게 묻는 질문인 듯싶지만 결국 자신에게 묻는 것과 같다.
삶은 정답 없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이다. 곡에는 담겨있지 않지만, 빅토리아 모네는 정답 없는 질문들을 꾸준히 상기하며 아마 자신만의 답을 만들었을 것이다. 삶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사람은 인생에 대한 명확한 주관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자신만의 빛을 뿜어낸다.
그래서 [Jaguar II]가 더 빛나는 앨범인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프로덕션에 빅토리아 모네의 음악적 역량이 부족함 없이 투입된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취향과 인생에 대한 철학까지 완연하게 담겼다. 재규어가 정확하고 대담하게 목표물을 포착하는 것처럼 빅토리아 모네는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Jaguar II]에 담아 대담한 결과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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