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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ick Jenkins
Album: The Patience
Released: 2023-08-18
Rating:
Reviewer: 황두하
래퍼 믹 젠킨스(Mick Jenkins)는 언제나 진중한 태도로 내면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했다. ‘물’이란 소재로 일관된 비유를 이어갔던 [The Water[s]](2014)와 [Wave[s]](2015), 길 스캇 헤론(Gil Scott Heron)의 앨범에서 제목을 차용해 사회와 인종에 대한 고뇌를 풀어냈던 [Pieces of a Man](2018)은 대표적이다. 믹은 매번 작가주의적인 접근법을 고수하며 힙합 음악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왔다.네 번째 정규 앨범 [The Patience]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화법을 택했다. 어느 때보다 격앙된 톤으로 흑인 문화 내부에 현존하는 모순과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만큼 래핑이 격정적으로 변모했다. 바리톤으로 유려하게 랩을 뱉던 전과는 다르다. 절정에 다다를수록 절규하듯 랩을 쏟아내며 사회문제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흑인들을 비난하는 “Pasta”는 앨범의 기조를 대표하는 곡이다.
믹이 주로 비판하는 대상은 래퍼들이다. “Show & Tell”에서는 가사와 실제가 다른 래퍼들을 비판하고, “Smoke Break-Dance”에서는 흑인 사회의 문제를 제쳐두고 대마초를 위시한 쾌락에만 집착하는 현상을 고발한다. 또한 “Guapanece”에서는 메인스트림 힙합 음악에서의 맥락 없는 돈 자랑에 지친 마음을 내비친다. 비유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이 이어진 덕분에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마지막 트랙 “Mop”에서는 음악계에서 살아남고자 애썼던 지난날을 반추하고, 아웃트로(Outro)의 내레이션을 통해 신인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음악 산업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매우 긴 여정이라는 점을 깨닫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믹이기에 이러한 조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한 프로덕션은 단출하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사운드가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믹의 퍼포먼스를 받쳐주어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현악기 연주가 은은하게 흐르는 “Show & Tell”이나 차가운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타격감 강한 붐뱁 비트가 어우러진 “Sitting Ducks”, 재즈풍의 피아노 연주가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Guapanese” 등은 랩과 비트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침잠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덕분에 클라우드 랩(Cloud Rap)을 차용했던 [The Water[s]]와도 닮았다. 부유하는 듯한 신시사이저로 공간감을 자아내는 “2004”와 “ROY G. BIV”는 대표적. 커리어 초창기를 떠오르게 하는 사운드와 톤을 높게 올린 현재의 랩이 조화를 이루어 색다르다.
이전 앨범들이 에세이였다면, [The Patience]는 독백극이다. 믹은 부조리극 속에 홀로 떨어진 인물로 분한 것처럼 감정을 분출해 낸다. 그래서 게스트의 벌스가 스킬적으로 뛰어난 것과는 별개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항상 진지하게 음악을 해왔던 믹이기에 흑인 사회와 음악 산업 문제에 관한 그의 외침이 더욱 와닿는다. [The Patience]는 어느새 베테랑이 된 믹 젠킨스의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자 자기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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