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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as
Album: Magic 3
Released: 2023-09-14
Rating:
Reviewer: 남성훈
명실상부한 힙합 역사상 최고의 래퍼 중 한 명인 나스(Nas)의 30년 가까운 경력은 크게 10년 단위로 나뉜다. [Illmatic]과 [It Was Written] 이후 굴욕에 가까운 앨범을 낸 1990년대를 지나 [Stillmatic]으로 시작한 5장의 2000년대 앨범은 그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다만, [Life Is Good]이라는 걸출한 앨범을 발표했음에도 2010년대는 휴식기에 가까웠다.무엇보다 [Nasir]가 준 실망감은 상당했다. 꾸준히 비트 초이스 능력을 의심받은 나스였기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총괄한 와이오밍 세션(Wyoming Sessions) 앨범 중 하나인 [Nasir]는 설욕전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어떤 앨범보다도 밋밋한 비트와 가사로 채워졌다.
나스의 17번째 앨범 [Magic 3]를 다루기 전 그의 오랜 경력을 돌아본 이유가 있다. 2020년부터 히트보이(Hit-boy)와 의기투합해 연이어 내놓은 앨범이 나스 경력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됐고, [Magic 3]가 공식적으로 시리즈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King's Disease]와 [King's Disease II]를 연이어 내고 처음 [Magic]이 나왔을 때만 해도 [King's Disease III]로 가는 징검다리로 느껴졌다. 그러나 2023년 불과 두 달 간격으로 [Magic 2]와 [Magic 3]를 내놓으며 비로소 ‘Magic’ 연작은 ‘King’s Disease’ 못지않은 3부작의 위용을 갖췄다. 문득 3년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과연 ‘King’s Disease’와 ‘Magic’ 시리즈를 구분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둘은 꽤 닮았기 때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Magic’에서 옛 힙합에 대한 향수가 강한 곡의 비중이 좀 더 많은 정도다. 나스는 두 3부작에서 결국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6장의 앨범을 통해 그것들은 완연히 선명해졌다. 자신의 경력과 사건을 회고하는 동시에 힙합 문화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같이 50살이 된 자신과 힙합을 등치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 와중에 블랙 커뮤니티의 이슈를 불러와 잘 배치한다. [Magic 3]에서도 마찬가지다.
앨범을 여는 “Fever”에서 [Illmatic]의 “Represent”를 샘플링해 자신을 치켜세움으로써 오랜 팬을 들뜨게 하고는 “TSK”, “Superstar Status”로 건재함을 알린다. 릴 웨인(Lil Wayne)과 함께한 “Never Die”에 담긴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실재하는 아이콘이야 / We ain’t gon’ never die, icons in real time’라는 구절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녹슬긴커녕 갈수록 견고해지는 랩 실력이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Magic 3]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이 주제에서 큰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King’s Disease]와 [Magic]에서 이제는 한물갔다고 여겨진 나스의 제대로 된 컴백을 맞이하던 때와는 감흥의 맥락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Pretty Young Girl”에서 능글맞게 너스레를 떠는 가사도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재미보다는 민망함이 앞선다.
[Magic 3]의 진가는 중반 스토리텔링의 정수를 선보이는 “Based On True Events” 이후 드러난다. 활동 초기에 가졌던 압박과 고민을 털어놓는 “Sitting With My Thoughts”가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고, “Speechless, Pt.2”에 담은 삶의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 사이 닙시 허슬(Nipsey Hussle), 슬릭 릭(Slick Rick), 투팍(2Pac), 조데시(Jodeci)를 연이어 곡 안에 심어 놓은 장치도 효과적이다.
히트보이는 언제나 그랬듯 빈티지한 질감의 사운드와 샘플 루프로 나스의 물오른 랩을 지원하는 비트를 깔아줬다. 스네어 드럼이 만드는 몽환적 기운이 가사에 집중하게 하는 “No Tears”와 비장함을 가중하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트랩 넘버 “Sitting With My Thoughts”, “Japanese Soul Bar”의 극적인 비트 체인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Magic 3]의 프로덕션은 히트보이가 총괄한 시리즈 중 가장 심심하다. 전체적인 완성미가 나쁘지는 않지만, 신선한 시도로 긴장감을 유지한 전작 [Magic 2]나 웅장미로 앨범 전체를 휘감았던 [King’s Disease III]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앨범의 후반 “Japanese Soul Bar”의 마지막에는 나스가 1993년에 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자신은 힙합의 산물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젊은 나스의 모습을 30년 뒤 다른 곳도 아닌 그의 앨범에서 만나는 장면은 마치 시간의 마법처럼 느껴진다.
‘Magic’ 시리즈의 앨범 커버를 모아보면 20대에서 50대로 변하는 나스의 모습이 연이어 펼쳐진다. 힙합이 삶의 마법이었다고 보여주는 것 같다. 나스는 지난 3년간 그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래퍼임을 증명했다. 마지막 트랙 “1-800-Nas&Hit”에서 둘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Magic 3]는 괜찮은 피날레로서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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