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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3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권기백 - KB2
넋업샨 - Not Really Now Not Anymore
도끼 - The Core Tape, Vol.1
딥플로우 & 이현도 - Dry Season
홀리데이 – HOLY
10. 리비도, 에이치디 블랙 - A Prescription ForReleased: 2023-06-16
리비도(Leebido)와 프로듀서 에이치디블랙(HD BL4CK)의 합작이다. 리비도는 차붐과의 합작 [Hot Stuff] 시리즈에서 차진 래핑과 신선한 표현의 가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A prescription for]는 이런 리비도의 랩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깔끔한 딕션과 뛰어난 박자 감각을 기반으로 변칙적인 속도감을 섞어 만든 쫀득한 플로우가 앨범 내내 랩을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뻔해질 수 있는 주제를 함축한 단어의 제목과 재치 있는 표현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것도 귀를 잡아끈다.
에이치디블랙은 붐뱁, 트랩, 멤피스 랩 등 다양한 스타일을 트랙 별로 여유로이 구현하며 리비도의 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게스트의 활약도 눈부시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지만, 무려 8명의 래퍼가 수준급의 랩을 보태며, 앨범의 흡입력을 높였다. 그야말로 짧고 타이트한 작품의 정석이다.
9. 비프리 - FREE THE MANE ‘END OF AMEN’
Released: 2023-08-19
2020년에 나온 [FREE THE BEAST]는 그해 가장 뛰어난 앨범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가 됐다. 비프리는 [FREE THE BEAST 2], [FREE THE BEAST 3 B-FREE VS KOREA]를 연이어 내놓았지만, 완성도는 신통치 않았다. 이후 발매된 [FREE THE MANE "END OF AMEN"]의 거의 모든 구성요소는 이상하리만큼 정제되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산만하거나 허술하지 않다. 요소 면면이 비프리의 정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배드 보이 레코드(Bad Boy Record)를 향한 헌사 가득한 비트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감각적으로 주조한 비프리의 프로듀싱 실력은 여전히 놀랍다. 전작들보다 힘을 조금 뺀 랩에선 그의 천부적인 박자 감각이 더욱 돋보이고, 코믹함과 진지함이 뒤섞인 가사는 비프리 고유의 애달픈 감성을 드리운다. "KING KONG", "WE ARE THE CHOSEN"처럼 인상적인 곡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허무맹랑한 개그 스킷(Skit) "우리는 어디서 왔나" EP.1, EP.2를 지나 마지막 스킷 "어르신이 말씀하시길"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허무하고 기이한 뜨악함이 앨범의 주제 의식을 완성하는 것 같기도 하다. [FREE THE MANE "END OF AMEN"]은 여러모로 비프리를 향한 기대치를 다시금 올리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8. 언오피셜보이 - True
Released: 2023-11-23
언오피셜보이(unofficialboyy)는 그간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해 왔다. 새로운 EP [True]에서는 그간 보여준 스타일들을 집약한 듯하다. 그만큼 전곡이 각각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이처럼 상이한 스타일의 곡을 한데로 묶는 건 언오피셜보이의 랩이다. 발음을 씹으며 플로우를 만들고, 많은 단어를 쏟아내다가도 여백을 두어 그루브를 만드는 래핑에 물이 올랐다.
특히 벌스와 후렴이 자연스레 이어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쉴틈없이 랩을 쏟아내는 “Drop”과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격하게 토하는 “True”는 그가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다. 가사 면에선 장르 음악에 투신하며 또래들과는 동 떨어진 모습의 삶을 노골적인 어조로 풀어낸다. 구체적인 묘사와 섬세한 표현 덕에 거칠면서도 낭만적인 청춘의 단상이 잘 살아났다.
[True]는 그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작품이다. 7곡, 22분의 짧은 재생 시간 동안 다채로운 스타일의 사운드를 소화하면서도 개성이 확실한 랩으로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전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음악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행보다.
7. 스카이민혁 - 해방
Released: 2023-10-02
래퍼들에게 ‘성공을 향해 가는 치열한 과정’만큼 좋은 이야깃거리도 없다. 스카이민혁의 정규 앨범 [해방] 역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풀어낸 첫 곡 “14-23”은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 선택, 낮게 읊조리며 서서히 감정을 끌어올리는 랩이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근래 들었던 한국 힙합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첫 곡 중 하나다.
프로덕션 면에서는 붐뱁(Boom Bap), 트랩(Trap), 멤피스 랩(Memphis Rap) 등등, 힙합의 여러 하위 장르를 잘 구현했다. [해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약적으로 발전한 랩이다. 전보다 조금 낮아진 허스키한 톤으로 많은 단어를 빠르게 뱉어내면서도 일정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14-23”을 비롯하여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는 곡에서 그의 랩이 더욱 빛을 발한다.
스카이민혁은 [해방]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서사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실력이 몰라보게 발전한 랩과 직설적인 어투로 풀어낸 서사의 힘이 주효했다. 이전까지 처해있던 상황 속에서 스카이민혁을 ‘해방’시키기에는 충분한 완성도다.
6. 선진&격&덥덥이 - Arkestra
Released: 2023-04-08
재즈계의 진보적인 실험주의자이자 기인이었던 선 라(Sun Ra)는 밴드 이름으로 오케스트라(orchestra)대신 '아케스트라(arkestra)'를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방주(ark)’란 단어에서 남다른 의미를 유추했다. 상업적 가치 추구나 왜곡에 훼손되지 않은 예술, 혹은 예술가의 피난처. 프로듀서 선진(Sun Gin)과 두 래퍼 격, 덥덥이(dubdubee)는 합작 앨범 제목으로 ‘Arkestra’를 내세웠다. 그들의 ‘아케스트라’는 오염되지 않은 예술이나 힙합일 수도, 그런 예술이 유일하게 보존되는 이상향일 수도, 그러한 예술에 위협이 되는 악을 제거해 주는 절대적 존재일 수도, 이 모든 것의 집합일 수도 있다.
이렇듯 정해놓은 길을 단 한 차례도 벗어나지 않는 주제의식과 서사의 흐름이 작품의 짜임새를 강화한다. 선진의 프로덕션은 드럼을 최대한 배제한 채 샘플 프레이즈 중심으로 구성한 이른바 ‘드럼리스(drumless) 힙합’에 바탕을 둔다. 전부터 해온 시도가 비로소 환하게 빛을 발하며 듣는 내내 정서를 지배한다. 리듬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진 상태에서 샘플을 어떻게 다듬고 운용해야 하는지, 오리지널 드럼리스 힙합으로부터의 영향, 즉, 범죄 누아르 사운드트랙 같은 무드와 질감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등등, 고민과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드럼리스 프로덕션은 랩에서의 그루브 형성에 기틀이 되는 리듬 파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래서 플로우가 다소 제한적이다. 래핑 자체가 선사하는 쾌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덥덥이와 격은 주제를 함축하고 견고한 라임 구조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진중하고 ‘돈이 아닌 것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이찬혁의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란 가사에 일부 동감하면서도 '쇼미더머니'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여전히 멋을 잊지 않은 힙합 또한 존재한다. 이 앨범처럼 말이다.
5. 키드 밀리 - BEIGE
Released: 2023-05-30
키드 밀리(Kid Milli)의 [BEIGE]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구성이다. 개성이 뚜렷한 게스트에게 일임한 총 4개의 인터루드(interlude)로 앨범의 구간을 나누고, 그의 색깔을 일부 빌려온다. 이것이 전부 키드 밀리의 색깔로 수렴되어 흥미롭다. 그동안 시도했던 여러 음악 스타일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게스트를 통해 분류한 것만 같다. 상이한 색깔의 곡이 차곡차곡 정리된 덕분에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추월”, “Coupe”, “Lost and found freestyle”은 라임을 불규칙하게 배치해 빠르게 내달리며 쾌감을 끌어올리는 키드 밀리의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 트랙이다. 특히, 전화 다이얼 음성 같은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비엠티제이(BMTJ)의 감각적인 비트와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후렴이 어우러진 “추월”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빅 션(Big Sean)의 [Detroit]나 릴 웨인(Lil Wayne)의 [Tha Carter IV]처럼 게스트가 주도하는 인터루드를 활용한 작품이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키드 밀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터루드로 사운드의 구획을 나누어 음악적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펼쳐 보였다.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면서도 기술적으로 충만한 면을 놓치지 않는 퍼포먼스가 더욱 부각됐다. 직관적이면서도 영리한 구성의 [BEIGE]를 통해 키드 밀리는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4. 랍온어비트 - Trapstar Lifestyle
Released: 2023-03-10
[Trapstar Lifestyle]은 깔끔하다. 약 22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채운 9곡 모두 군더더기 없다. 트랩을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이 랍온어비트(lobonabeat!)의 차진 랩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후반 릭 로스(Rick Ross) 스타일의 트랩 사운드를 가벼운 질감의 808드럼을 가미하여 재해석한 듯한 “Young Boy”,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샘플링한 비장한 비트와 능글맞은 가사의 괴리가 독특한 감흥을 선사하는 “빵댕이”는 프로덕션의 묘미가 돋보인다.
랍온어비트는 앨범 전반에 걸쳐서 특유의 생활양식과 태도를 전시한다. 약과 술, 섹스로 점철된 삶을 살며 유명세를 멀리하고, 국내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래퍼로서의 태도를 고수한다. 사뭇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는 마지막 곡 “Outro”까지 들으면 묘한 여운이 남는다. ‘Gettin money 난 fame은 필요 없어 당연해 / 연예인 놀이 lame, 날 알아보면 안 되지’는 그의 태도를 대표하는 구절이다.
트랩(Trap)은 오늘날 힙합 음악의 주류 사운드가 된 지 오래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트랩의 서브 장르 또한 생겨났을 정도다. 그만큼 보편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랍온어비트는 [Trapstar Lifestyle]을 기치로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생활양식은 확실히 한국의 기성 래퍼들과 거리가 있다. 언뜻 미국 트랩 래퍼들의 그것과 닮았지만, 본인만의 고유한 언어가 살아있다. 한국에서도 트랩을 지향하는 앨범은 많다. 그러나 [Trapstyle Lifestyle]만큼 잘 빠진 작품은 드물다.
3. 이센스 - 저금통
Released: 2023-07-13
[저금통]은 힙합 음악의 원초적인 쾌감에 집중한 듯한 앨범이다. 특히 “No Boss”로 시작하는 초중반부는 매우 짜릿하다. 강렬한 붐뱁(Boom-Bap) 프로덕션을 가로지르며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래핑을 쏟아낸다. 빽빽하게 배치되어 적재적소에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라이밍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이 같은 감흥은 “What The Hell"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둔탁하고 짧게 끊어치는 리듬파트 위에서 강렬하게 박히는 랩으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마냥 강한 분위기로만 진행되진 않는다. “How To Love”와 “Vanilla Sky” 같은 곡에서도 이센스의 랩은 힘을 잃지 않는다. 솔직하고 때론 노골적인 가사와 유연하게 넘실대는 플로우, 몽롱한 기운의 프로덕션이 어우러져서 전반부와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좋은 랩과 좋은 프로덕션이 만나면 좋은 앨범이 나온다. 간단한 명제이지만, 이를 충족하는 결과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저금통]은 올해 나온 한국 힙합 앨범 중에서 장르의 가장 원초적인 멋을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이다.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랩 하나로 삶에 덤비는 그의 음악은 여전히 치열하다.
2. 오도마 - 선전기술 X
Released: 2023-10-18
오도마는 마치 [밭]이 [선전기술 X]의 전제였다는 듯, [밭]에서의 모습을 기이하게 확장한다. 미디어를 통해 인지도는 얻었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먼 [밭] 속 화자 덕분에 타이틀부터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우선 '선전기술' 이라는 용어를 뜯어보면 랩과 힙합 자체를 지칭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동시에 이른바 ‘선전기술’의 상당수가 논리적 오류를 포함하기 때문에 래퍼들의 허상을 고발했던 가사가 그 이면을 채운다.
메시아적 이미지로 종교적 서사의 도입부 같은 “Doctrine”부터 어쿠스틱하고 청량한 기운의 “기호2”, 박진감 넘치는 타격감으로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몇 곡 등, [선전기술 X]의 프로덕션은 상당히 다채롭다. 의도적으로 흐름을 끊는 변주와 장면을 전환하는 듯한 스킷(Skit) 연출도 이를 뒷받침한다. 후반부 카와이 켄지나 류이치 사카모토 특유의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편곡의 목적도 선명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앨범 전체를 거치며 가짜인간의 프로덕션은 미디어 경험을 통해 어느새 익숙해진 무언가를 듣고 경험한다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오도마의 랩은 언뜻 인상적인 강점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양의 가사를 유려한 플로우와 탄탄한 라이밍으로 심심하지 않게 풀어냈다.
그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개인의 양면성을 언급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선전기술 X]가 조명한 것은 모든 걸 피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도 보여줘야만 하는 정보 과잉이 결핍으로 이어지는 현 시대상이 아닐까 싶다. 감상을 마치면 어느 한 래퍼의 모습이 아닌 동시대 공통의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적이 뚜렷하고 잘 짜인 가짜인간의 독창적 프로덕션과 오도마의 과감한 가사로 채워진 [선전기술 X]는 한국 얼터너티브, 레프트필드(Left-Field) 힙합 걸작으로 기록할 만하다.
1. 빈지노 - NOWITZKI
Released: 2023-07-03
[NOWITZKI]는 빈지노(Beenzino)가 겪은 그동안의 시간을 흡수하여 머금은 스펀지 같은 앨범이다. 펼쳐지는 풍경은 더러 모호해졌고, 태도엔 나른한 여유가 가득하지만, 그 사이로 짚어내고 선별한 삶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스며든다. 이런 변화가 그를 규정하던 고유한 매력에 성숙함과 생명력을 더하고 있어 흥미롭다. 대담하고 재치 있는 빈지노 특유의 가사가 담긴 "Stinky Kiss (Intro)”를 시작으로 “Monet”은 화가의 이름을 빌려 예술가의 삶을 표현했던 “Dali, Van, Picasso”가 떠오르고, “여행 Again”과 “Sandman”은 각각 “We are going to”와 “Aqua Man”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대중적 접근성은 이전보다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게 세월을 품은 가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즐거움을 준다.
게스트의 활용을 포함한 구성과 앨범의 전개 역시 그간 빈지노의 앨범 중 가장 탁월하다. 특히“Dope As (Interlude)”에서 앨범의 중반을 연 오이글리(oygli)가 “Coca Cola Red”에서 25초간 뱉은 랩은 [NOWITZKI]는 물론 최근 몇 년 간의 한국 힙합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피처링이라 부를만하다. 빈지노는 어느 때보다 즉흥적이고 때로는 능글맞은 기운의 변칙적인 플로우로 앨범 전체를 하나로 엮는다. 새로운 버전으로 수록한 “Trippy”는 그 정점이다. 전혀 산만하지 않게 모든 비트와 합을 맞춘다.
[NOWITZKI]는 빈지노가 힙합 음악의 힘으로 청춘 아이콘이자 힙스터들의 힙스터로 불린 배경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앨범이다. “Always Awake” 같은 청춘 찬가를 다시 만들고 불러서가 아니다. 그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알아보고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빈지노는 고달픈 한국 사회의 청년들에게 청춘의 긍정적 가치를 부각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NOWITZKI]에서는 여전히 젊지만,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 이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를 슬쩍 건네는 듯하다. 물론 이번에도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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