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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자이언티(Zion.T)
Album: Zip
Released: 2023-12-06
Rating:
Reviewer: 황두하
[Zip]은 자이언티(Zion.T)가 EP [ZZZ] 이후 약 5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담긴 음악은 익숙하다.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서정성을 강조한 프로덕션에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더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들을 수 있다.전반적으로 장르적 색채가 희미해진 신 팝적인 접근이 늘어났다. 혼네(Honne)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Unlove”, 유케이 개러지(UK Garage) 사운드를 차용한 “V (Peace)”, 미디엄 템포의 팝 넘버 “돌고래” 등등,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만한 곡이 다수 포진했다.
자이언티 특유의 색 또한 옅어졌다. 그동안 간결한 멜로디 라인과 리듬을 짧게 밀고 당기는 보컬이 어우러져서 절묘한 곡이 나왔지만, 이번엔 부드러움만 강조되어 듣는 재미가 반감됐다. 그래서 잘 만든 팝을 자이언티의 목소리로 듣는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가장 흥미로운 곡은 “모르는 사람”이다. 2013년에 발표한 EP [미러볼]에 수록된 “미스김”을 조금 더 세련된 감성으로 풀어낸 것 같다.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일상성이 담긴 어휘로 묘사한 가사도 인상적이다. 앨범에서 자이언티의 색깔이 가장 잘 묻어나는 노래다.
발라드 넘버 “불 꺼진 방 안에서”도 인상적이다. 윤석철의 피아노 연주로만 단출하게 진행되어 자이언티의 목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연인과의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함을 발견하는 가사에 몰입하다 보면 잔잔한 감동이 일어난다. 수록곡 중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와닿는 순간을 제공한다.
[Zip]의 재생 시간은 26분 정도다. 정규 앨범치고는 짧은 편이다. 오늘날 재생 시간의 길이가 반드시 중요한 척도는 아니지만, 평이한 음악이 이어진 탓에 자이언티만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면 얘긴 달라진다. 약 12년 전 “Click Me”로 신선한 충격을 준 이래 줄곧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그를 생각하면, [Zip]은 너무나도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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