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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21 Savage
Album: American Dream
Released: 2024-01-12
Rating:
Reviewer: 황두하
[American Dream]의 포문을 여는 건 투웬티원 새비지(21 Savage)의 어머니 헤더 카밀라 요셉(Heather Carmilla Joseph)의 목소리다. 그는 가족, 그중에서도 아들의 미래를 위해 영국에서 건너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3년 말이 되어서야 시민권을 받게 된 새비지의 배경과 겹쳐지면서 자연스레 앨범에 몰입하게 한다. 더불어 성공담을 늘어놓고 호전성을 드러내는 다음 곡 “All of Me”에 당위를 부여한다.“All of Me”의 기세는 “Née-Nah”까지 이어진다. 고전 소울 샘플링이 활용되어 프로덕션 전반적으로 소울풀한 기운이 느껴진다. 랩과도 무척 잘 어우러진다. 새비지는 초창기 멈블 랩(Mumble Rap) 유행 속에서 등장해 실력을 저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플로우와 속삭이듯 매력적인 톤의 랩, 그리고 [Savage Mode II], [I Am > I Was] 같은 완성도 높은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평가가 달라졌다. 이번에도 물오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특히 빠른 템포의 트랩 넘버 “Redrum”은 간결하게 끊어 치는 중독적인 퍼포먼스가 제대로 흥을 끌어올린다.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뱅어다. 이외에도 도자 캣(Doja Cat)의 존재가 음산한 분위기를 더한 “N.H.I.E.”, 느리고 무거운 트랩 비트의 “Pop Ur Shit”,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뛰어난 래핑을 선보인 “Née-Nah” 등, 완성도 높은 곡이 포진해 있다. 그런가 하면 “Letter To My Brudda”에서는 자신의 성공담을 통해 어린 흑인들에게 조언을 건네며 진중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See the Real”부터다. 프로덕션이 대체로 부드럽고 가볍게 변모한다. 그중에서도 보컬과 함께한 “Prove It”, “Should’ve Wore a Bonnet”, “Just Like Me” 같은 사랑 노래들은 앨범의 전반적인 결과 어울리지 않아 붕 뜨는 인상이다. 후렴을 보컬에게 일임한 구성과 새비지의 가사도 진부하다. 마찬가지로 보컬과 함께했지만, 다시 비장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Red Sky”, “Dark Days”와는 대비된다.
“Letter To My Brudda” 정도를 제외하면, [American Dream]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내용이 날카롭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새비지의 출생 배경은 앨범을 가득 채운 자기과시의 기반으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비트와 랩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적 즐거움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한다. [I Am > I Was]에 이어 이번 앨범도 발매 첫 주 빌보드 200 차트에 1위로 안착했다. 새비지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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