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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구본겸
Album: 눈에는 눈
Released: 2024-02-20
Rating:
Reviewer: 황두하
힙합에서 마초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건 매우 일반적이다. 2010년대에 이모 랩(Emo Rap) 같은 장르가 등장하면서 방황, 우울 등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진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남성성이 기반을 둔 자기과시는 흔한 주제다.구본겸(RB NINE)은 등장할 때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왔다. 비슷한 기믹을 차용한 래퍼는 많았지만, 그에겐 굉장히 한국적인 감성이 녹아 있다. 말하자면 피프티 센트(50 Cent), 더 게임(The Game) 스타일을 차붐의 감성으로 풀어낸 것만 같다. 2023년에 발표한 [Rich Bourne NINE]은 구본겸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눈에는 눈]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간다. 다만 전보다 깊은 이야기로 페이소스를 더하려는 듯한 시도가 눈에 띈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지난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첫 곡 “눈에는 눈”은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에서 ‘언더아머’라는 브랜드가 지닌 밈적 이미지를 덧씌워 남성성을 부각한 “언더아머”로 이어지는 초반부의 몰입도가 좋다.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한 속도감 있는 드릴 비트와 타격감 강한 랩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중반에 위치한 “어지러운 거리”는 감흥을 크게 떨어뜨린다. 혼 연주가 주도하는 서정적인 트랩 사운드와 허스키한 톤의 랩이 잘 맞물리지 않는다. 지스트(Gist)의 후렴구도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거친 삶을 표현하고자 열거한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도 다소 유치하게 느껴져서 몰입이 어렵다.
다행히 이어지는 “울끈불끈”부터 다시 감흥이 올라온다. 육체미를 강조한 가사가 구본겸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특히 헬스 동작에서 착안한 “Rat Pull Down”은 중독적인 후렴구와 앨범 내에서 가장 화려한 래핑 덕에 음악적 쾌감이 폭발한다. 게스트로 참여한 던밀스(Don Mills)와 엔에스더블유 윤(NSW yoon)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단연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다만 이러한 기세가 끝까지 이어지진 못한다. “야반도주” 이후로 비슷한 패턴의 곡이 죽 이어지며 집중력이 흐려진다. 지난 연인을 추억하는 “마지막”도 “어지러운 거리”와는 다른 의미로 앨범과 동떨어져 있는 인상이 강하여 어색하게 앨범이 마무리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본겸은 캐릭터가 확실한 래퍼다. [눈에는 눈]에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곡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캐릭터에 감정적 깊이를 더하려는 곡들은 어설픈 접근 탓에 앨범의 흐름을 끊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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