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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eyoncé
Album: Cowboy Carter
Released: 2024-03-29
Rating:
Reviewer: 장준영
비욘세(Beyoncé)는 현재 미국의 가장 정치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다. 명확한 메시지와 의도를 갖고 개인사는 물론이고 사회의 전반적인 사건과 사고를 음악에 녹여낸다. 특히 지난 작품들이 그랬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할 기회를 만들고("Pretty Hurts"), 자아와 인종에 관한 긍정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내며("Freedom", "Formation"),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이에 대한 긍정과 인정을 강조했다("Cozy").그래서 [Cowboy Carter]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분명하다. 여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컨트리 음악에서 흑인의 뿌리를 찾고 지분을 넓히고자 한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휴스턴(Houston) 출신인 그는 나고 자라면서 텍사스의 많은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그중 흑인 카우보이로 일컬어지는 블랙 로데오 문화(Black rodeo culture)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흑인 카우보이들은 꽤 많았으며, 오랜 기간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한 차별과 함께 대중에겐 백인 남성 중심의 문화로 인식되면서 지금까지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불어 컨트리 음악에서도 흑인의 역할과 입지는 비슷했다. 린다 마텔(Linda Martell), 찰리 프라이드(Charley Pride), 하우디 글렌(Howdy Glenn)과 같은 몇몇 블랙 아티스트가 주목받았지만, 백인 아티스트에 비하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동시에 비욘세에겐 "Daddy Lessons"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명확히 컨트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많은 컨트리 음악가와 시상식으로부터 컨트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된 바 있다. 역사적인 맥락과 개인적인 경험이 뒤섞이면서 컨트리를 표방하는 새로운 결의 결과물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앨범의 첫 가사를 '가만히 있어봤자 끝나는 건 없어 / 계속해서 변화해야 해, Nothing really end. For things to stay the same, they have to change again'로 시작한 것부터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의지에 부합하도록, 목표대로 앨범을 구축한 흔적이 역력하다. 선공개된 "Texas Hold 'em"에서도 앨범의 방향성을 명료히 파악할 수 있다. 컨트리, 블루그래스(Bluegrass), 포크에 주로 사용되는 밴조(Banjo)의 아르페지오 주법을 비롯하여 박수 소리와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 드럼, 휘파람과 비올라 등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해 쉽게 장르적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6 Carriages"에선 마차, 석양, 도로처럼 컨트리 음악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기타, 슬라이드 주법의 스틸 기타(Steel Guitar)가 사용됐다. 자전적 이야기에 장르 특유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가득 담아냈다. "II Most Wanted"에선 여러 대의 기타로 연출한 풍성한 편곡에 컨트리에 맞춰 성대를 갈아 끼운 것 같은 마일리 사일러스(Miley Cyrus)의 보컬이 놀라움을 준다.
전형성을 띠는 프로덕션과 더불어 컨트리 아티스트를 끌어온 점도 비욘세의 도전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아웃로 컨트리(Outlaw Country, *주: 내쉬빌 사운드로 대변되는 상업적인 컨트리에 반하여 70~80년대에 진행된 움직임 및 관련된 사운드를 총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윌리 넬슨(Willie Nelson), 흑인 여성으로서 컨트리 씬에 선구자 역할을 해온 린다 마텔을 초빙한 것이 그렇다. 긴 흐름의 앨범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양상을 새롭게 가져갈 때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빌리고, 제목에 그들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경우는 단순히 연사로 참여시키는 것을 넘어 "Jolene"을 다시 부르기까지 했다. 선배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과 함께 그들의 공을 다시 한번 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흑인 컨트리 아티스트인 윌리 존스(Willie Jones)와 호흡을 맞춘 "Just For Fun"도 의미 있다. 물론 오해해선 안 된다. [Cowboy Carter]로 전형적인 컨트리 음악을 강조하곤 있지만, 오롯이 컨트리만 다룬다고 할 순 없다.
포크, 블루그래스, 블루스를 자연스럽게 녹인 동시에 그가 여태껏 잘해왔던 장르도 동시에 품었다. 특히 후반부엔 장르적으로 혼재된 모습이 상당수 나타난다. "Flamenco"에선 수십 겹으로 이뤄진 듯한 코러스와 비욘세의 수려한 보컬이 인상적이고, "II Hands II Heaven"을 통해선 알앤비의 틀 안에서 자유로이 소리를 구현했다. "Tyrant"에선 트랩 비트로 변화를 주었고, "Ameriican Requiem"과 함께 수미상관을 이루는 "Amen"에선 가스펠과 소울의 장르적인 특징을 활용하여 웅장하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또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보컬이다. 비욘세는 자주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프로덕션 적으로 풍성히 취하면서도, 퍼포먼스만큼은 기존과 동일하게 일관한다. 즉, 변함없이 알앤비/소울에 기반을 둔다. 장르가 혼재되고 있음에도 일관된 퍼포먼스가 이어진 덕에 난잡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쭙잖게 모사하는 대신 자신의 장점을 밀고 나간 점이 주효했다.
다만 모든 순간이 효과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참여한 "Levii's Jeans"는 톤과 스타일에서 전체적인 방향성과 달라 무척 이질적으로 들린다. 거칠지도, 부드럽지도 못한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보컬 또한 쟁글 거리는 리듬에 어우러지지 못한 탓에 무척 낯설고 어색하게 들린다.
"Spaghettii" 역시 아쉽다. 공격적인 뱅어와 함께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을 연상케 하는 여러 표현, 자기과시 넘치는 공격적인 랩이 매력적인 곡이다. 그러나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컨트리 곡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와중에 급작스레 튀는 이질적인 힙합 프로덕션이 몰입을 방해한다.
[Cowboy Carter]는 비욘세가 컨트리 아티스트로서의 첫발을 디디는 앨범은 아니다. 오히려 "Daddy Lessons"로 느꼈던 감정을 동력 삼아 컨트리를 자신의 음악적 바운더리에 분명히 가두고 포함하는 기회로 만든 앨범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더 넓게는 린다 마텔과 윌리 존스처럼 백인 아티스트보다 덜 주목받았던 흑인 아티스트를 재조명하고, 장르적 주도권을 새롭게 가져오려는 목적도 드러난다. 자기 영향력과 명료한 계획을 통해 완성한, 무척 정치적이고 영리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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