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 Canibus & Keith Murray: The Undergods - In Gods We Trust, Crush Microphones To Dust
- 양지훈 작성 | 2011-08-16 00:16 업데이트 | 추천하기 9 | 스크랩 | 26,850 View
Artist: Canibus & Keith Murray: The Undergods
Album: In Gods We Trust, Crush Microphones To Dust
Released: 2011-05-31
Rating: +
Reviewer: 양지훈
하드코어 랩(Hardcore Rap)의 달인들이 뭉쳤다. 꾸준히 범작을 양산하는 인물로 전락한 캐니버스(Canibus)와 한동안 밥은 먹고 다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키스 머레이(Keith Murray)가 의기투합했다. 우선,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들은 분명히 ‘랩의 달인'들이 맞긴 맞는데, 예전 같지 않은 인지도와 명성으로 이제는 기억하고 있을 대중이 몇이나 될지조차 의문인 상태이다. 하지만, 언더가즈(Undergods)라는 프로젝트로 2009년에 EP를 발매하며 두 실력자가 명예 회복에 나섰다는 사실에, 나는 하드코어 랩의 마니아로서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이 프로젝트 그룹이 드디어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렀으니, 들어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마이크를 박살내겠다는 직설적인 타이틀부터 심상치가 않다.음반을 한 번만 들어봐도 하드코어 랩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작심하고 만든 앨범임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내용물은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다. 캐니버스와 키스 머레이는 그들 자신을 'Burnout Brothers(에너지를 소진시켜버리는 형제들)'라 칭하며 온 몸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거친 하이톤 보이스 랩이 수시로 교차할 뿐,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가 삽입된 곡은 단 한 곡("Gotta Be Real")에 불과하다. 키스 머레이의 영원한 동반자 에릭 셔먼(Erick Sermon), 제이크 원(Jake One),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 슈코(Shuko) 등이 제공하는 비트는 미니멀함과는 거리가 멀고, 두 래퍼의 광기 어린 랩은 청자에게 좀처럼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하드코어 랩 마니아들이 열광하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허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배틀 랩과 무차별적인 라이밍을 밥 먹듯이 반복하는 두 남자의 열변은 이따금 프로덕션의 힘을 능가하기에 이르며, 몇몇 곡에서 캐치하게 되는 허약한 코러스는 두고두고 아쉽다. 속사포 랩의 선두주자 테크 나인(Tech N9ne)의 멋진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강력하지 않은 코러스로 아쉬움을 사는 "Show Em' What Crazy Is"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제이크 원(Jake One)의 완벽한 비트로 두 주인공의 파워풀한 랩을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Undergods Roll"과 같은 곡이 다수 포진됐다면, 프로덕션과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본 앨범은 완벽함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우리는 본 작을 통해 박력 넘치는 랩을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감상할 수 있다. 구성과 조화에 있어 완벽하진 않지만, 방향성만큼은 정말 확실하다. 키스 머레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철제 의자를 날리던 오래전의 일이 아직도 뇌리를 스치며, "Secret Weapons"의 첫 번째 벌스(verse)를 듣다 보면 랩을 하다 마이크를 잘근잘근 씹어버릴 것처럼 무서운 기세의 캐니버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언더가즈는 스피디한 극악의 랩을 자랑하는 에미넴(Eminem)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 9")의 프로젝트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 찰떡 콤비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던 레드맨(Redman)과 메쏘드맨(Method Man) 등 성공으로 귀결됐던 타 프로젝트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방향성으로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를 지녔다. 연말에 선정할 '올해의 앨범'으로는 부족하겠지만, 만약 '올해의 하드코어 랩 앨범' 부문이 있다면 수위를 차지할만한 음반이다. 이 정도면 캐니버스와 키스 머레이의 건재함을 천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 0 | 비추 0
캐니버스나 키스머레이가 못해서 몰락했다기보다는
그냥 메이져씬에서 하드코어랩 자체가 인기가 없어졌기때문에 사라졌던 인물들 이라고 생각해요 ㅋㅋ
그냥 시대의 조류가 저런식의 랩이나 비트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기때문에..
하드코어랩 팬들한테는 희소식이네요..
추천 0 | 비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