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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 The R.E.D. Album
남성훈 작성 | 2011-09-08 16: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4 | 스크랩스크랩 | 36,629 View

Artist: Game
Album: The R.E.D. Album
Released: 2011-08-23
Rating: 
Reviewer: 남성훈









게임(Game)은 참 여러모로 호들갑스런 래퍼다. 웨스트코스트 갱스터 힙합의 열성적인 팬 보이에 가까웠던 그는 닥터드레(Dr.Dre)를 신이자 아버지로 여겼고, 결국 애프터매스 엔터테인먼트(Aftermath Entertainment, 이하 ‘애프터매스’)와 계약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애프터매스 쪽에서는 사업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기에 계약했음은 당연했다. 에미넴(Eminem)과 피프티센트(50Cent)로 대표되는 라인업도 대단했지만, 애프터매스는 닥터드레의 직계 후손으로 내세울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더해서 당시 북미 커머셜힙합시장을 지배할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지유닛(G-Unit)은 뉴욕 기반의 원 멤버들에 더해 전국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축하려고 했으며, 남부의 영 벅(Young Buck)에 이어 서부의 지역 군주로는 게임이 제격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데뷔작 [The Documentary](2005)는 이런 애프터매스의 몇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앨범 전체를 웨스트코스트에 대한 애정과 흥분으로 꽉 채우며,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부활'이란 화두를 꺼낸 건 물론, 에미넴, 피프티센트,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등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며 새로운 랩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모두가 만족한 커머셜 래퍼였지만, 게임은 상업적인 컨셉트 안에 갇혀있기엔 순수한 인물이었다. 그가 꿈꾸던 이지-이(Eazy-E), 아이스 큐브(Ice Cube), 투팍(2Pac), 스눕 독(Snoop Dogg)은 자신처럼 상업적인 틀 안에서 가이드를 받던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곧 자신을 통제하던 피프티 센트와 싸움을 시작했고, 순수한 게임은 적어도 닥터드레는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겠지만,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게임이란 래퍼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이도, 강력한 상업적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도 닥터드레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닥터드레)에게 외면당하고 형(피프티센트)과 친구들(지-유닛) 모두가 적으로 돌변한 순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게임의 진가가 극적으로 드러났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벌인 피프티센트와의 화해 퍼포먼스는 그를 더 화나게 했으며, 게임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지-유닛과 일당백의 배틀을 벌인다 -그의 요란했던 지-유낫(G-Unot, 안티 지-유닛 운동) 캠페인이 현재 나락으로 떨어진 지-유닛의 위상을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유닛을 멋이 없는 집단으로 보이게 만든 건 사실이다.-. 게임은 두 번째 앨범 [Doctor's Advocate](2006)에서 이런 자신의 처지를 앨범 전체에 투영했다. 닥터드레를 향한 애증을 기본 정서로 깐 후 궁지에 몰릴수록 정체성이 드러나는 코어한 트랙들을 배치하며 대중에게 현재진행형 웨스트코스트 갱스터랩 판타지의 희열을 전달했다. 앨범도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세 번째 앨범 [L.A.X](2008)에서는 완성도 높은 싱글들이 배치됐음에도 이런 드라마의 부재 탓에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지만, 닥터드레와 관계를 회복했다는 루머와 드레, 스눕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다시금 그의 네 번째 앨범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품게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The R.E.D Album]의 성패는 아버지를 다시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된 아들의 운명을 앨범에 잘 녹여냈느냐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은 이런 드라마의 활용에 굉장히 적극적이면서, 한 편으로는 이상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다. 앨범은 두 정서와 방향이 겹쳐져 있다.

I'm sick of motherfuckers talkin 'bout the West died. Can't you hear my heart beatin? That's the motherfuckin Westside! You test me you test God, I'm his son 나는 웨스트코스트가 죽었다고 말하는 자들이 진저리가 나.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듣지 못하겠어? 그게 바로 웨스트코스트 자체야! 나를 시험하는 것은 신을 시험하는 것, 난 그(닥터드레)의 아들이다. – “The City”

트랙리스트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배치된 "Dr.Dre" 스킷(Skit)들은 게임에게 닥터드레와 다시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컴튼(Compton)에서 험난한 삶을 겪은 게임의 삶을 짧게 들려주고, 자신과의 유대를 확인하는 닥터드레는 정말 게임의 아버지처럼 보인다. 첫 곡 “The City”에서 6분 가까이 자신이 현재 웨스트코스트의 중심임을 각인시키는 게임은 닥터드레 덕분인지 굉장히 비장하다. 이어지는 화제의 트랙 “Drug Test”에서 닥터드레, 스눕 독을 앨범에 초대해 자축의 시간을 가진다. 디제이 카릴(DJ Khalil)의 긴장감 넘치는 비트 위에서 닥터드레는 작정한 듯 힘을 주어 랩을 뱉고, 게임은 흥겨운 듯 힘을 빼고 드레를 보조한다. 중간에 스눕 독이 게임의 부추김에 마치 닥터드레의 후속앨범 [Detox]를 예고하는 듯 추임새를 넣는 것까지 웨스트코스트 힙합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다만, 후렴구(Hook)를 담당한 슬라이(Sly) 파트에서 최근 사망한 네잇 독(Nate Dogg)의 부재가 사무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릴 웨인(Lil Wayne)이 코러스를 맡은 앨범의 리드 싱글 “Red Nation”은 게임의 주제곡이 더 이상 데뷔 싱글 “Westside Story”가 아님을 선언하듯 강렬하다. 소속 갱단인 블러드(Blood)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관련된 소재들을 꺼내 자기과시를 펼치는 센스 넘치는 곡이다(단, 리드 싱글임에도 뮤직비디오가 갱 문화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MTV와 BET에서 방송을 거부해 제대로 프로모션되지 못한 비운의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게임은 닥터드레와 다시 함께 하게 되었다는 드라마로 앨범 전체를 규정하지 않았다. [Doctor’s Advocate]의 후속작이 될만한 이야기였지만, 앨범의 절반 이상의 방향은 오히려 탈(脫)웨스트코스트다. 이전 앨범들의 프로덕션과 참여 래퍼들 역시 강한 지역색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게임이 전체적으로 부여한 앨범의 기운 안에 존재했으며, 그 기운은 당연히 ‘웨스트코스트’였다. 그러나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앨범의 타이틀과 컨셉트에 반하는 배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은 자신의 뿌리를 깔아놓았지만, 그 뿌리에 스스로 묶이거나 강박에 빠져 있지 않다. 그리고 넓은 스펙트럼의 피처링 진에게 쿨하게 다가가서 어울리는 모습이 앨범의 큰 방향을 결정지었다. 갱스터 래퍼와 정 반대편에 위치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참여가 그 시작이다. “Martians Vs Goblins”에서 현실과 상상 중간의 유머가 담긴 타일러 식의 랩을 뱉는 게임은 신선함 이상이다. 드레이크(Drake)와 함께한 “Good Girls Go Bad”에서 살짝 마지막 음을 잡아 끌며 드레이크 특유의 스타일에 반 보 정도 다가가고, 릭 로스(Rick Ross)가 참여한 “Heavy Artillery”에서 먼저 랩을 한 릭 로스의 랩 톤을 이어간다. 여기에 더해 영 지지(Young Jeezy)와 듀엣한 “Paramedics”에선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참고하고, “Speakers on Blast”에선 빅 보이(Big Boi)의 통통 튀는 플로우를 게임이 먼저 시연하는 식이다. 물론, 이는 아마추어들이 랩 실력을 감추기 위해 카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랩에 물이 오른 게임은 아주 조금씩 자세를 바꿔가면서 여러 랩 스타일을 보여주며 랩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가 스스로 정체성을 증명하는 것보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스타일을 받아들이며, 한 단계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는 과정 가운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의 가장 큰 문제 역시 이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고 누구나 기대하는 모습을 포기했다. 그 기대의 완성형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했지만, 게임은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랬다면 그 기대치를 뛰어 넘었어야 했다. 그러나 게임은 다른 식의 성취를 얻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참여 진과 어울리는 것,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만 빠져 있다 보니 앨범 구성의 당위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 게임의 앨범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은 랩을 돋보이게 했던 중량감 있고, 단단하게 잘 짜인 프로덕션이었지만, 본작에서는 이러한 미덕을 찾기 어렵다. 앨범의 호스트인 닥터드레의 스킷이 등장할 때마다 게임이 증폭시키지 못한 드라마의 소스들이 이 산만한 앨범에서 소비되는 것 같아 아까울 지경이다.

게임을 규정짓는 중요한 코드 중 하나인 ‘미성숙’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 ‘미성숙’은 요란한 데뷔작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곤경에 처했을 때 대단한 기운의 앨범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에게 주어진 호재와 격상된 그의 위치가 ‘미성숙’과 만나 과한 자신감이 주는 호들갑이 되었다. 아마 게임이란 캐릭터는 두 가지를 다 이뤘다고 믿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래퍼 고유의 멋은 지키고 있지만, 전작을 넘어서는 멋진 앨범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Track List
1. Dr. Dre Intro
2. The City(featuring Kendrick Lamar)
3. Drug Test(featuring Dr. Dre, Snoop Dogg & Sly)
4. Martians Vs. Goblins(featuring Lil Wayne & Tyler, The Creator)
5. Red Nation(featuring Lil Wayne)
6. Dr. Dre 1
7. Good Girls Go Bad(featuring Drake)
8. Ricky
9. The Good, The Bad, The Ugly
10. Heavy Artillery(featuring Rick Ross & Beanie Sigel)
11. Paramedics(featuring Young Jeezy)
12. Speakers On Blast(featuring Big Boi & E-40)
13. Hello(featuring Lloyd)
14. All The Way Gone(featuring Mario & Wale)
15. Pot Of Gold(featuring Chris Brown)
16. Dr. Dre 2
17. All I Know
18. Born In The Trap
19. Mama Knowsfeaturing Nelly Furtado)
20. California Dream
21. Dr. Dre Outro

iTunes bonus track
22. Basic B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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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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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 Flames
    1. In Flames (2011-09-19 02:42:47 / 182.172.23.***)

      추천 0 | 비추 0

    2. 별점을떠나서 재밌는글이네요 게임은 그 캐릭터에비해 항상 그작품이 약간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정이갑니다
  • 조성호
    1. 조성호 (2011-09-14 19:00:21 / 211.244.123.***)

      추천 0 | 비추 0

    2. 잘 읽었습니다.
  • doh! nuts
    1. doh! nuts (2011-09-14 10:29:48 / 164.124.106.***)

      추천 0 | 비추 0

    2. 하하 올뮤직드립 참 준수한 드립이네요 ㅋㅋ 농담하시는거죠? ㅋㅋ
  • 부담보이
    1. 부담보이 (2011-09-14 08:05:46 / 175.193.205.***)

      추천 0 | 비추 0

    2. allmusic 별평가가 어떤 면에서 객관적이죠? 솔직히 아무런 코멘트도 없는 그런 평가가 객관성을 가질 수나 있나요 ㅡㅡ 저는 그냥 장난같던데...
  • SRE
    1. SRE (2011-09-14 01:25:21 / 121.169.57.**)

      추천 0 | 비추 0

    2. 글쎄요.. 제가 처음 음악을 들을 때부터 Allmusic 리뷰 사이트를 봐오며 음반 정보, 평점 등을 알아 봐오고 습득해왔는데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 까지도 장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곳 같아요. 어떤 한 측면 쪽으로 치우쳐 질 수 있는 주관성 같은 게 최대한 배제 된 채 평가가 내려지는 거 같아요. 그러나 간혹 어이없는 평점들이 나오긴 해요. 예를 들어 Tha Dogg Pound - Dogg Food 같은 앨범들이요.. 그리고 언더그라운드나 잘 알려지지 않은 쪽도 조금 허접한거 같습니다. 하지만 메이저 음반만큼의 객관성 있는 평가는 충분히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 detox
    1. detox (2011-09-13 17:16:44 / 175.113.134.***)

      추천 1 | 비추 1

    2. 첨부터 끝까지 우직하니 초지일관 흠잡을구석없이 탄탄한 프로덕션에 미친 랩간지의

      완전 브릴리언트한 앨범인데 말이지..

      이앨범 구리다고하는 사람들 귓속은 당췌 어떻게 생겨 먹었을까 몹시 궁금함 ㅋ
  • doh! nuts
    1. doh! nuts (2011-09-13 15:46:33 / 121.131.149.***)

      추천 0 | 비추 0

    2. SRE 분 무슨말씀이신지 올뮤직같은 평가는 진짜 허접한건데;(
  • vc231
    1. vc231 (2011-09-12 09:25:15 / 112.121.31.*)

      추천 0 | 비추 0

    2. 저도 스눕독 평점은 의아하단 생각인데 이번 게임신보 리뷰에는 절대 공감합니다. 평가없고 대충 별이나 때리는 올뮤직같은 평가라뇨..
  • Kokane
    1. Kokane (2011-09-12 08:25:37 / 121.88.226.**)

      추천 0 | 비추 0

    2. 이건 굉장히 딥한 평가같은데요? 올뮤직은 그냥 티비가이드 음반소개 수준이고. 게임 이번앨범은 솔직히 아니죠 별셋도 너무 많음-_-
  • 매리와나
    1. 매리와나 (2011-09-11 21:17:03 / 211.104.21.***)

      추천 0 | 비추 0

    2. 전 믹테들이나 이번 레드앨범이나 꽤 즐겨 듣고있는데..
      후반부 몇몇 지루한 트랙들 빼곤 전반적으로 맘에 듭니다. 게임이란 캐릭터에 애정도 좀 갖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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