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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 - Go Easy
이병주 작성 | 2011-09-14 17: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60,505 View

Artist: 버벌진트(Verbal Jint)
Album: Go Easy
Released: 2011-08-31
Rating : +
Reviewer: 이병주









다음절 라임, 누명, 디스, 오버클래스…. 버벌진트(Verbal Jint)라는 이름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밖에도 많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씬에서 자신만의 캐릭터와 영역을 분명하게 구축해왔다. 재미있는 건, 그 와중에도 그가 꽤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번에 나온 네 번째 정규 앨범 [Go Easy]도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Go Easy]는 “Favorite”이나 015B와 함께한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과 궤를 같이한다. 힘을 뺀 그는 좀 더 가볍고 대중적인 비트 위에서 사랑과 희망에 대해서 랩을 하고, 노래도 한다. 힙합 씬에 대해 누구보다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던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다시 예전과 같이 날이 선 음악을 들려줄 때가 오겠지만, 이번 앨범에서 변화는 이런 음악을 앨범에 한가득 담아낼 만큼의 여유를 얻었던가, 앞선 앨범들을 통해 이미 ‘충분히’ 독설을 내뱉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앨범의 특징으로 몇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확연하게 늘어난 노래의 비중과 건반이나 기타가 뚜렷한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그의 소속사 브랜뉴스타덤 식구들을 포함한 다양한 뮤지션들의 참여다. 그의 보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전문적인 싱어가 아님에도 독특한 톤과 표현력에서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어베일러블”이나 “깨알같아”와 같은 곡에서 그의 보컬이 빛을 발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버벌진트의 보컬은 경쾌한 곡에서 간결하게 부를 때 매력이 더한다. 그래서인지 [Go Easy 0.5]에 수록되었던 “기름 같은걸 끼얹나”가 다른 곡들과는 달리 새로운 버전으로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버벌진트는 절반가량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어 있다. 록과 훵크, 힙합을 아우른다. 다양한 음악을 자양분 삼아왔다는 버벌진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이번 앨범에서 유감없이 펼쳐진 셈이다. 그 이외의 트랙에서는 프로듀서 진이 다양한데, 때문에 이전 앨범들처럼 하나의 작품으로써 통일되고 조밀한 맛이 다소 떨어지고 트랙 별 편차도 상당하다. 앞선 EP에 수록되었다가 ‘2012 버전’으로 다시 수록된 곡들은 여전히 준수하지만, 원래 버전이 조금 더 낫지 않았나 싶다. 노도(NODO)와 함께한 “Want You Back”도 앨범 안에서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공간감을 가미한 단순한 비트 자체가 다른 곡에 비해 쳐지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싸이코반(Psycoban the MC9reed)이 프로듀싱한 “My Audi”는 리듬감이 돋보이는 힙합 트랙으로 앨범에서 손꼽히는 비트지만, 랩이 아쉬운 경우다. 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가사는 재미있지만, 참여한 더콰이엇(The Quiett)은 평소만 못한 라임과 표현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랩이나 보컬에 참여한 상당수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들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참여한 곡과 케미스트리가 뭔가 맞지 않는다는 편이 가깝다. 예외가 있다면, 타이틀 곡 “좋아보여”에 참여한 검정치마다. 어떤 조합을 보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두 뮤지션은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며 인상적인 트랙을 만들어냈다. 독특한 딕션과 표현법에서 둘의 공통점이 보이기도 해서 더 흥미롭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음악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럽고 익숙해서 여성들도 거부감 없이 접할 법 하지만, 많은 곡에서 가사는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젊은 남성들이 사랑을 겪고, 대하고, 바라보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특정한 상황을 눈앞에 펼쳐놓듯 랩으로 풀어낼 수 있는 래퍼는 흔치 않다. 어떤 비트에도 적응해내며 멋진 라임을 늘어놓을 수 있는 래퍼도 흔치 않다. 아무리 음악적 색채가 변했어도, 래퍼 버벌진트가 가진 장점과 능력이 곧 앨범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별점을 통해 이미 밝힌 셈이지만, 웰메이드 앨범이다. 음악적인 방향이 누군가의 기대를 배신했을 수도 있고, 버벌진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고려하자면 약간의 아쉬움이 생길 순 있겠지만 말이다. 뮤지션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듯이, 리스너는 자신의 기대를 빗대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법. 만듦새가 어떠냐를 떠나, 호불호로 의견이 갈리고 치열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 다만, 실질적인 앨범 제작 의도를 떠나서, 이런 음반으로 팬층을 보다 대중적으로 넓힐 수 있게 되어야 뮤지션 입장에서 최고의 결과를 낳는 건데, (조금 섣불리 판단하자면)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회의적이긴 하다. 아무리 마니아적인 힙합 음악 이미지를 벗어냈다고 해도, 언더그라운드적인 냄새는 여전하니까. 홍대 언더그라운드 씬의 음악을 탐닉하는 이들과 힙합 마니아들이 함께 모여 앉아 듣고 얘기를 나눌 수 있을만한 느낌이라 표현하면 적당할까.



Track List

1. 원숭이띠 미혼남 (Feat. ZICO of Block.B)
2. 좋아보여 (Feat. 검정치마)
3.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Feat. Koonta)
4. 우아한 년 2012 (Feat. San-E & Okasian)
5. 긍정의 힘
6. Want You Back (Feat. NODO)
7. Luv Songz (Feat. 태완 a.k.a. C-LUV)
8. 약속해 약속해 2012 (Feat. 조현아 of 어반 자카파)
9. 어베일러블 (Feat. Lady Jane)
10. 깨알같아
11. My Audi (Feat. The Quiett)
12. 우리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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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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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재형
    1. 배재형 (2011-09-21 01:42:15 / 183.96.6.***)

      추천 1 | 비추 0

    2. 이 앨범은, 그러니까, 딱 에미넴의 리커버리, 같은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존나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여기보니 좋아하시는 분 많아보이는데 VJ는 참 흐뭇해하겠네요.

      물론 전 싫습니다. 딱 에미넴, 리커버리만큼 싫습니다.
  • 유민석
    1. 유민석 (2011-09-20 19:32:30 / 115.137.147.***)

      추천 0 | 비추 0

    2. 주제가 힙합적이란 얘긴 무슨 뜻일까요?
  • hizzy
    1. hizzy (2011-09-16 13:16:18 / 163.239.255.**)

      추천 0 | 비추 0

    2. go easy를 홍대 인디 캔디뮤직과 동일시하다니.. 충격입니다.
      전부 다 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트랙은 주제가 충분히 힙합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잇고
    1. 잇고 (2011-09-16 13:04:36 / 210.98.38.**)

      추천 0 | 비추 0

    2. 나도 트랙 4번까지만..

      그 이후로는 내가 이 앨범을 굳이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못 느끼겠네요.

      버벌진트라서? 그래서 다들 듣는게 아닐까?

      힙합이라는 컨텐츠를 소비하는게 아니라

      버벌진트라는 컨텐츠를 소비하는게 아닌지 생각되어지네요.

      그리고 결국 4번까지 트랙들도

      피처링이 다 살린거..

      버벌진트는 go hard 때 분발 하셔야 할 듯
  • detox
    1. detox (2011-09-16 05:13:06 / 175.113.134.***)

      추천 0 | 비추 0

    2. 졸라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랩... 제일 싫어하는 랩퍼중 한명
  • pephoya
    1. pephoya (2011-09-15 22:53:52 / 175.126.19.***)

      추천 0 | 비추 0

    2.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은 그다지 끌리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리뷰가 어느 정도 공감가네요/.
  • Vizualiza
    1. Vizualiza (2011-09-15 16:22:00 / 121.66.138.**)

      추천 0 | 비추 0

    2. 대체적으로 공감되는 리뷰고 별점은 3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9-15 15:26:02 / 211.114.60.***)

      추천 0 | 비추 0

    2. 김도현 //

      예. 정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고이지 앨범을 들으며 제가 느꼈던 것은
      다른 '인디' 앨범에서도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정서였어요.
      그렇다고 고이지를
      '스테레오타입화된 작금의 인디씬 정서를 그대로 베껴낸 진부한 작품'
      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고 싶진 않아요.
      '진부하다'는 건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니까요.

      고이지가 다른 숱한 앨범들과 다른 게 있다면
      역시 버벌진트의 변화무쌍한 라이밍일 겁니다.
      트렌드가 된 '인디씬'의 정서를 고이지만큼이나 랩으로 능란하게 풀어낸 앨범은
      잘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렇게 보면 Favorite EP는 정말 선구적인 앨범이었습니다.)
      허나 버벌진트의 랩은 예나 지금이나 절정에 달해있는 건 똑같으니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어떤 새로움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랩송 하나를 만드는 데엔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갈 텐데
      버벌진트의 노래에서 '랩'이란 그저 최고급의 재료일 뿐이지
      앨범의 사운드나 컨셉은 랩을 비롯한 다른 재료들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랩이라는 재료 자체보다는
      랩을 비롯한 갖가지 재료들을 버무려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느냐에 더 관심을 두는 편이고
      고이지 역시 그런 방식으로 감상한 결과...
      다른 '인디'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랩, 그래 랩이 있구나...싶었지만 이 앨범의 주인공은 랩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 뛰어난 랩 솜씨로 표현해 낸 것이 고작 다른 앨범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정서(혹은 느낌?)란 말이냐?'

      제가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고이지 0.5가 나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그때는 트랙 수도 적었고 우아한년이나 기름 같은 걸 끼얹나 이 두 곡은
      꽤나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지요.
      근데 9개월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고이지 0.5의 확장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만 듭니다.
      마치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의 관계처럼 말이죠.
      차라리 0.5를 발매하지 않고 이번 고이지를 첫번에 발매해버렸다면
      제 느낌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매끄러우면서도 타이트한 랩빨에다가 밝고 명랑한 생음악을 결합한 시도 자체는
      어쩌면 매우 신선하고 도전적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허나 그런 결합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글쎄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저의 입장에서는
      이번 고이지 앨범은 전혀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건 어차피 제 입맛일 테니 다른 분들한테 제 기준을 강요할 생각은 없고
      저는 그냥 시간 남아서 이렇게 개인적인 감상을 적고 있는 겁니다.

      각자의 음악 경험은 다르고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고
      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도 다를테니
      음악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겠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 김도현
    1. 김도현 (2011-09-15 14:18:29 / 210.207.43.*)

      추천 0 | 비추 0

    2. 차라리 리뷰는 다양한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euronymous님의 의견은 수긍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이런 정서를 느끼기 위해 굳이 버벌진트의 이 앨범을 들을 필요가 있느냐...'

      위와 같은 발언은,
      마치 버벌진트가 어떤 특정한 목표만을 염두하고 그런 정서를 선택해서,
      다른 앨범에도 있는 정서를 단지 컨셉화해서 만든 앨범이라는 것처럼 들려서요.
      (사운드나 작법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은 당연히 존중합니다.)

      오히려 록이나 펑크적인 요소에 -그게 인디밴드의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라도-
      버벌진트 같은 타이트한 랩이 올려지고 맛깔나게 곡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를 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곡들의 제목이나 가사의 표현력은 컨셉화된 정서라기보다,
      버벌진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정서를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풀어놓은 느낌이고요.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9-15 10:35:50 / 211.114.60.***)

      추천 0 | 비추 0

    2. thought's //

      궤변이라기 보다는...
      제 개인적인 느낌이라 하는 것이 옳겠지요.
      실제로 저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이른바 '인디' 트렌드를 그닥 곱게 보지는 않는 편입니다.
      말이 '인디'지 실제로 그것들이 '인디펜던트'라는 가치를 얼마나 구현해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만한 여지가 지금껏 너무나도 많았거든요.
      개인적인 표현이 될까봐 일부러 쓰지 않는 말이지만... 결국 이는 '진부함'의 문제와도 직결이 되는 만큼
      버벌진트의 이번 앨범 속에 담긴 음악은 과연 어디서 스타일을 빌려 왔는가?
      이에 대해서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인디'의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수많은 앨범들 속에는
      기발하고 신선한 것들도 끼어 있긴 합니다.
      근데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요.
      그것도 어차피 개인적인 관점에 의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시면 할말은 없습니다.
      다만 요 몇 년 동안 발매된 대부분의 '인디' 앨범들을 관통하는 일정한 정서나 느낌을
      버벌진트의 이번 앨범 역시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건 단순히 제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는 그런 식의 음악이 제 취향이 아니어서 다음 앨범 기대하겠다고 얘기한 것이지만
      그런 식의 음악을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한테는 이번 앨범이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버벌진트한테 왜 이런 앨범을 냈냐고 따지고픈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어차피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버벌진트인 만큼 다음 앨범은 또 달라지겠지요.
      단지 개인적인 감상평으로서는... 별로였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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