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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 동안 별다른 변동 없는 음악 차트로만 보자면, 미국의 힙합 씬도 침체기인 듯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메이저와 인디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많은 양질의 앨범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힙합의 용광로’라고 할 만하죠. 2011년이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올해 들어보지 않고 넘어가면 너무나도 섭섭할 앨범을 엄선해보았습니다. 단, 리드머 필진 전체가 선정하여 곧 발표할 ‘2011 국외 힙합 앨범 베스트 20’과는 달리 인디 힙합으로 그 범위를 한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선정하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처음에는 베스트 10을 할까 했지만, 그러자니 눈에 밟히는 앨범이 한두 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15장으로 선정 앨범 개수를 늘리고 앨범 타이틀만이라도 소개하고자 ‘선외 가작(Honorable Mention)’으로 5장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지금도 Strange Fruit Project, Kool G Rap, Median, 9th Wonder, Pete Rock & Smif-N-Wessun 등등이 떠오르네요. 그만큼 여기 소개하는 앨범은 치열한 고심 끝에 뽑은 작품들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부디 힙합팬 여러분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참고사항
1. 해당 뮤지션의 소속과 유통 경로가 인디 레이블이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2.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앨범과 무료 공개 앨범, 그리고 아무리 신곡만으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믹스테잎’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앨범은 제외하였습니다. 단, 무료 공개되었더라도 디지털로 정식 발매되었다면 포함하였습니다.3. 표기는 무순위, 발매일 순입니다.
4. 리드머 전 필진이 참여한 공식 결산 리스트가 아니라 편집장인 저 개인이 선정한 리스트입니다.
G-Side [The One…The Cohesive] / Slow Motion Soundz피처링: Codie Global, S.L.A.S.H, P.H & Kristmas, CP, P.O.P.E, Chris Lee, DJ Cunta, G Mane, Mic Strange, Bentley, Victoria Tate & Kaylan Parham, Jhi Ali
프로덕션: A-Team, Block Beataz, Clams Casino, DJ Burn One, Str8 Drop앨라배마 출신의 듀오 쥐-사이드(G-Side)의 네 번째 앨범인 본 작은 올해 가장 개성 강한 힙합 앨범 중 한 장이다. 이들은 그동안 에잇 볼 & 엠제이쥐(8Ball & MJG), 게토 보이즈(Geto Boys), UGK 등이 선보였던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던 힙합 스타일을 기반으로 사운드적 실험을 감행해왔는데, 이번 앨범에 이르러 그 빛이 완연하게 발한 느낌이다. 서던 힙합 특유의 비트 위에 클래시컬한 선율과 뉴 에이지(New Age)적 사운드가 포개어져서 전혀 다른 감성의 서던 힙합 음악이 탄생했다. 본 작을 난 ‘서던 힙합 심포니’라 부르겠다. 과거 블랙 어택(Black Attack)이나 쿨리오(Coolio)가 시도했던 (상업적인 의도에서) 클래식과 결합하고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며, 아웃캐스트(Outkast)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서던 힙합 사운드와는 또 다른 영역을 구축했다.
베스트 3
애절한 현악 선율의 반복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Came Up”, 흡사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의 “Moment In Love”를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 라인과 드라마틱한 사운드의 전개가 일품인 “Pictures”, 장엄한 대서사시 영화의 스코어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법한 신스와 스트링 라인이 림보 상태로 몰고 가는 “Inner Circle”.
Saigon [The Greatest Story Never Told] / Suburban Noize Records피처링: Fatman Scoop, Q-Tip, Jay-Z, Swizz Beatz, Faith Evans, Lee Fields & The Expressions, Marsha Ambrosius, Raheem DeVaughn, Devin the Dude, Layzie Bone, Bun B
프로덕션: Just Blaze, Adam Blackstone, Buckwild, D. Allen, DJ Corbett, Lamar Edwards, James Poyser, Red Spyda, SC, Spanky, Kanye West인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피처링과 프로덕션 라인업이지만,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이공(Saigon)의 데뷔 앨범은 우여곡절 끝에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됐다. 그리고 그 안에는 탄탄한 결과물이 가득 담겨 있다. 사이공은 자전적 이야기부터 여러 토픽을 현란한 라임과 플로우를 통해 풀어놓았고, 메인 프로듀싱을 맡은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를 위시로 한 베테랑 프로듀서들은 정상의 감각을 발휘하여 매우 드라마틱한 프로덕션을 구축했다. 비록, 초기 버전에 수록됐던 몇몇 양질의 곡이 누락된 점은 아쉽지만, 매끄럽게 연결되는 비트의 흐름과 군데군데 번뜩이는 구절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사이공의 랩핑은 무려 6년동안이나 발매되지 못하고 묵혀있어야 했던 일화와 어우러지며 한 편의 진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해당 타이틀의 앨범(음악)에 대한 뮤지션의 집념과 애정으로부터 탄생한 감동적인 산물이라 할 만하다.
베스트 3
싱글 맘의 고난을 얘기하는 사이공의 랩, 그리고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Superstar”를 샘플링하여 소울풀하게 진행되다가 웅장한 코러스 라인이 입혀지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비트가 일품인 “It’s Alright”, “It’s Alright”의 코러스 라인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비트를 이어가는 센스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Believe It”, 소울풀한 보컬 샘플과 묵직한 비트가 어우러져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The Invitation”.
CunninLynguists [Oneirology] / QN5, APOS Music피처링: Anna Wise of Sonnymoon, Freddie Gibbs, Big K.R.I.T., Rick Warren, Tonedeff, Tunji, B.J. The Chicago Kid, Bianca Spriggs
프로덕션: Kno커닐링기스츠(CunninLynguists)는 지적인 의미와 야한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그룹 명만큼이나 매우 색깔 있는 음악을 추구해왔다. 이들은 힙합과 뉴 에이지, 혹은 앰비언트 사운드를 결합하며 기존 힙합의 전통적인 사운드에서 벗어난, 이른바 대안적인 힙합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팀 중 하나로 유명한데, 다섯 번째 앨범인 본 작에서도 이러한 노선은 그대로 유지된다. 물론, ‘해몽학’이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듯이 음악과 랩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층 더 깊어지고 미묘해졌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멤버 노(Kno)가 전 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이전보다 탁월한 공간감과 멜로디 라인을 선사하며 마치 꿈 속을 부유하는 듯한 청감을 제공하고, 디콘(Deacon)과 내티(Natti)는 약간의 유머마저 거세한 채 철학적인 비유와 메시지로 일관하며 앨범의 무게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꿈’을 소재로 완성한 아주 황홀한 컨셉트 앨범이다.
베스트 3
일렁이는 신스 라인이 인상적인 비트 위에서 게스트 빅 크릿(Big K.R.I.T.)과 함께 부패한 종교와 사회를 향해 비판을 가하는 “Murder (Act Two)”, 전곡을 통틀어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신시사이저 라인을 자랑하는 "Stars Shine Brightest (In The Darkest Of Night)",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드럼과 멜로디컬한 신스 라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Dreams”.
Killer Mike [Pl3dge] / Grind Time, SMC
피처링: T.I., Funkadelic, Roc D the Legend, Twista, Young Jeezy, Big Boi, Gucci Mane
프로덕션: Smiff & Cash, Sweatbox Productions, No I.D., Raz (of Beat Billionaire), The Beat Bullies, Tha Bizness, Zone Beatz, DJ Speedy, Flying Lotus그동안 킬러 마이크(Killer Mike)는 단지 던전 패밀리(Dungeon Family)에 속한 많은 이 중 한 명으로 기억되어왔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진중하고 과격한 정치적 메시지와 숨겨뒀던 리릭시즘을 폭발시키며 뒤늦게 탄탄한 팬층을 구축함과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씬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이번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마이크는 묵직한 플로우와 센스가 빛나는 라임을 무기 삼아 미 정부와 부패한 종교 등에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린다. 트렌디한 서던 힙합 사운드부터 소울풀한 힙합과 약간의 실험이 가미된 비트 등이 혼재된 프로덕션은 전체적으로 특별히 튀는 지점 없이 마이크의 랩을 단단히 뒷받침해준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진지하고 냉철한 비판을 담은 랩 음악이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오늘날, 킬러 마이크와 본 작은 음악적 성취는 물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베스트 3
그 제목처럼 위엄있는 비트 위로 스웩의 진수를 작렬시키는 "So Glorious", 잔뜩 웅크린 드럼 사운드와 서던 힙합 특유의 미니멀한 비트가 인상적인 “Ready Set Go”, 스트링 샘플을 이용한 비트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허상을 까발리는 랩이 묵직함을 안기는 “American Dream”.
Lil B [I’m Gay (I’m Happy)] / Amalgam Digital
피처링: 없음
프로덕션: BigBoyTraks, Clams Casino, Talen Ted, Caleb Mak, Rick Flame, Keyboard Kid
문제의 타이틀 때문에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집합적으로 일컫는다) 커뮤니티’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던 릴 비(Lil B)의 이 앨범은 그야말로 반전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트렌디한 비트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붐 뱁 리듬과 샘플링에 근거한 전통적인 작법의 비트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이 록, 영화 스코어, 소울, 재즈 등을 자양분삼아 책임진 프로덕션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소울풀하고 무게감있으며, 21살의 나이에 개인사를 비롯하여 종교, 소셜네트워킹 등의 민감한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여유롭게 다룬 릴 비의 가사는 올해 그를 뒤따랐던 관심과 수식어들이 단순히 호들갑스러운 것만은 아님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참고로 이 앨범은 무료공개 앨범이지만, 디지털로 정식 발매되기도 했다.
베스트 3
영국의 슈게이징 밴드 슬로우다이브(Slowdive)의 "Catch the Breeze"를 샘플링하여 뒤통수 한 방을 선사했던 “Open Thunder Eternal Slumber”, 얼터너티브 록 그룹 구구 돌스(Goo Goo Dolls)의 98년 히트 싱글 “Iris”를 샘플링하여 잔뜩 피치 다운시킨 센스가 돋보이는 "I Hate Myself", 쟈니 길(Johnny Gil)의 "Still Waiting"를 샘플링하여 가슴 뭉클한 소울풀한 힙합 사운드의 모범 사례를 들려주는 "My Last Chance".
Kendrick Lamar [Section.80] / Top Dawg Entertainment
피처링: Colin Munroe, GLC, Schoolboy Q, Ashtro Bot, BJ the Chicago Kid, Ab-Soul
프로덕션: THC, Sounwave, Tommy Black, Tae Beast, Willie B, Wyldfyer, Dave Free, Iman Omari, Terrace Martin, J. Cole올해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과 리릭시즘(Lyricism)으로 무장하고 등장했던 웨스트코스트 출신 신예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그 중에서도 제이 락(Jay Rock)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를 위시로 한 4인조 집단 블랙 히피(Black Hippy)는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켄드릭의 이 솔로 앨범은 힙합 씬을 넘어서도 상당히 주목받았다. 켄드릭이 밝혔듯이 본 작은 투팍(2Pac)의 세계관에 강하게 영향받아 완성된 작품임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그는 젊은 흑인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생존, 차별,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등등)을 굉장히 호소력있게 표현하고 있는데, 투팍으로부터 얻은 감성을 좀 더 치밀하고 개성있는 라임으로 발전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조이기를 자유자재로 반복하며 리듬감을 형성하는 플로우도 훌륭하다. 또한, 제이콜(J. Cole)과 테레스 마틴(Terrace Martin)을 제외하면,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이 주조한 비트 역시 한 곡 한 곡 개성 넘친다.
베스트 3
드럼과 건반, 그리고 여성 코러스가 불규칙하게 어우러지는 비트 위로 켄드릭이 패스트 랩핑 스타일을 구사하며 여유롭게 리듬을 타는 “Fuck Your Ethnicity”, 잔잔하게 전개되는 비트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 매춘부의 이야기가 만나 애잔함을 안기는 “Keisha's Song (Her Pain)”, 중독적인 브릿지와 후렴구, 미니멀한 소스의 결합이 만들어낸 레이드-백(Laid-Back)한 비트, 리듬을 가지고 노는 켄드릭 라마의 랩이 삼합을 이룬 “Blow My High (Members Only)”
Hassaan Mackey & Apollo Brown [Daily Bread] / Mello Music Group
피처링: Sean Born, Finale
프로덕션: Apollo Brown
오늘도 씬 여기저기서 활약하고 있는 많은 샘플링 작법의 달인 중에서도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특히, 보컬 샘플을 운용하는 기술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한데, 그가 주축이 된 프로젝트 그룹 더 레프트(The Left)의 2010년 앨범 [Gas Mask]는 이를 증명하는 매우 타이트한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건 아폴로 브라운은 자신이 샘플로 사용한 원곡을 약 1~20초간 오프닝에서 플레이하다가 비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스스로 실력에 자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뉴욕 출신의 언더그라운드 랩퍼 하산 맥키(Hassaan Mackey)와 합작한 이번 앨범에서도 아폴로 브라운의 비범한 샘플링 작법은 이어진다. 다만, 본작에서는 샘플 소스의 범위를 60년대 소울 음악으로 한정했다. 매끄러운 컷 앤 패이스트(Cut n’ Paste) 사이로 보컬 샘플이 절묘하게 치고 빠지며 적당히 로-파이하고 소울풀한 힙합 사운드를 형성하고, 그 위로 아프로-아메리칸 사회와 후드(Hood)에 관한 이야기가 하산 맥키의 안정된 랩핑을 통해 적절하게 어우러진다.베스트 3
퍼시 슬레이지(Percy Sledge)의 명곡 “When A Man Loves A Woman”를 샘플링하여 불안정한 정서를 유발하는 오르간 사운드에 버무린 “Volume”, 전형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멜로디컬한 소울풀 힙합 “Something”, 둔탁한 붐 뱁 비트 위에 적절하게 커팅된 거친 혼(Horn) 사운드가 맛을 더하는 “Megaphone”.
Thurz [L.A. Riot] / London Live
피처링: Strong Arm Steady, BJ The Chicago Kid, Kobe, Black Thought, Jazzy, Cheryl Johnson
프로덕션: Aaron Harris, Ro Blvd, DJ Khalil, THX
2010년 가장 인상적인 인디 힙합 앨범 중 한 장이었던 [A Love Supreme 2.0]의 주인공, 듀오 U-N-I의 반쪽이었던 떠즈(Thurz aka Thurzday)가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 ‘L.A 폭동’이라는 타이틀은 본 작의 음악적 성격과 그 음악을 통해 떠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실제 떠즈는 L.A. 폭동의 단초가 됐던 ‘로드니 킹(Rodney King) 집단 구타 사건(1991.03)’ 20주년을 맞이하여 본 작을 기획하고 발표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한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그는 과격하면서도 지적인 라임을 쏟아냈는데, 그만큼 근래 보기 드물게 정치적인 색이 강하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또한, 초반부에 포진한 90년대 N.W.A를 연상하게 하는 강렬한 비트도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긴다.베스트 3
20년 전 그날의 끔찍했던 밤을 다시금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며, 중반에 이루어지는 비트체인지가 압권인 “Rodney King”, 일렉 기타 리프가 곡을 지배하는 가운데, 제목에서 N.W.A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지는 “Fuck The Police”, 소울풀하고 멜로디컬한 백업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어우러지는 비트를 빌어 U-N-I의 해체 이유에 대해 밝히는 “Prayer”.
Evidence [Cats & Dogs] / Rhymesayers
피처링: Aloe Blacc, Raekwon, Ras Kass, Roc Marciano, Prodigy, Slug, Aesop Rock, Rakaa, Lil Fame, Termanology, Krondon
프로덕션: The Alchemist, Twiz the Beat Pro, Rahki, Daniel "Danny Keyz" Tannenbaum, Evidence, Khrysis, DJ Premier, Charli Brown, Sid Roams
감각적인 샘플링을 자랑하는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 에비던스(Evidence)가 작정하고 랩퍼로서 역량을 과시한 두 번째 솔로 앨범이다. 그는 더욱 랩에 집중하기 위해 신구가 조화된 샘플링과 붐 뱁 사운드의 달인들에게 프로덕션을 일임하는 강수를 두기까지 했는데, 미스터 슬로우 플로우(Mr.Slow Flow)라는 별명처럼 느릿하면서도 매우 단단하다는 느낌의 랩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감흥을 선사한다. 예동현 필자의 말처럼 에비던스는 본 작을 통해 ‘팬들이 기억하는 좋은 시절의 힙합을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로 내놓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했다.’베스트 3
표본적인 붐 뱁 드럼 위로 히스테릭한 신스 라인의 하강이 이루어지며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Strangers”, 보컬 샘플 운용의 진수를 선사하는 (그리고 에비던스가 스스로 앨범에서 가장 만족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I Don’t Need Love”, 명장 프리모의 녹슬지 않은 커팅과 둔탁한 그루브, 그리고 에비던스의 여유로운 플로우가 삼합을 이룬 “You”.
Phonte [Charity Starts At Home] / Foreign Exchange Music
피처링: Jeanne Jolly, Sy Smith, Elzhi, Median, Carlitta Durand, Pharoahe Monch, Evidence, Big K.R.I.T., Eric Roberson
프로덕션: Swiff D, 9th Wonder, Khrysis, Zo!, Phonte, E. Jones, Stro Elliot, S1, 10
많은 힙합팬에게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는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와 아이들’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니콜라이(Nicolay)와 프로젝트 포린 익스체인지(The Foreign Exchange) 활동을 지나 이번 솔로 앨범에 이르러서 드디어 랩퍼 폰테(Phonte)의 역량이 제대로 드러났다. 프로덕션은 포근하고 소울풀하며, 폰테는 작정한 듯 촘촘하게 짠 멀티플 라이밍을 통해 남자들만의 이야기, 힙합과 연인에 대한 사랑, 자아성찰에 대한 이야기 사이를 여유롭게 오간다. 마약이나 섹스, 그리고 블링블링과 자기과시 없이도 얼마든지 힙합다운(?)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고나 할까?베스트 3
자신처럼 힙합에 대한 열정으로 고군분투하는 언더그라운드 랩퍼, 한 집안의 가장 등,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또는 꿈을 위해 뛰는 모든 남자를 위한 송가 “The Good Fight”, 소울 밴드 로즈 로이스(Rose Royce)의 78년 히트곡 “Love Don't Live Here Anymore”가 나인스 원더의 마법을 통해 절묘한 힙합 비트로 환생한 “Not Here Anymore”, 가족과 거리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남자의 복잡한 심경을 담은 “Who Loves You More”.
Murs (with Ski Beatz) [Love And Rockets Vol.1: The Transformation] / DD172
피처링: Locksmith, Tabi Bonney, Ab-Soul
프로덕션: Ski Beatz가장 바쁜 언더그라운드 랩퍼 중 한 명인 머스(Murs)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듀서 스키 비츠(Ski Beatz)와 의기투합하여 완성한 이 앨범은 진중한 랩과 매끈한 비트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100% 디지털 샘플링 작법에 기반한 소울풀한 비트에서 라이브 드럼과 기타 리프를 강조하고 상당히 날 것의 느낌을 간직한 사운드로 변모한 스키의 비트는 솔로 앨범과 커렌시(Currensy)의 앨범 등을 통해 이미 증명된 것처럼 이번에도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스키의 든든한 지원 아래 머스는 또 한 번 리릭시스트로서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는데, 사랑과 이별에 대한 사색을 비롯하여 메이저 음악산업의 부당함, 동성애 등 민감한 사항부터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황금기적 음악에 대한 헌사까지 준수한 라임을 무기로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베스트 3
깔끔하고 멜로디컬한 비트 위로 웨스트코스트 힙합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추억과 애정 어린 헌사를 담은 “Eazy-E”, 메이저 음악시장의 병폐를 지적하고 인디펜던트 노선에 대한 뚝심을 역설한 “316 Ways”, 동성 커플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힙합 씬에서는 극히 드물게) 동성애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그에 어울리는 불안정한 기운의 비트가 어우러진 “Animal Style”.
Torae [For The Record] / Internal Affairs Ent
피처링: Wes, Pav Bundy, MeLa Machinko
프로덕션: Khrysis, Marco Polo, !llmind, 9th Wonder, Pete Rock, Large Professor, Diamond D, E. Jones, Eric G, DJ Premier, Nottz, Fatin
2009년에 발표한 프로듀서 마르코 폴로(Marco Polo)와 합작 앨범 [Double Barrel]을 통해 열혈 힙합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랩퍼 토래(Torae)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 골든 에라(Golden Era)를 풍미한 전설적인 프로듀서들이 다수 포진한 프로덕션 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90년대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향수를 자극하는 비트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토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랩퍼가 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를 기반으로 (많은 힙합팬의 가슴 속에 상징적으로 남아 있는 스타일의) 힙합음악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랩 피처링 없이 훌륭하게 담아냈다 –“Intro”와 “Only Way(Interlude)” 등의 스킷은 본작의 드라마를 더욱 극대화한다.베스트 3
나인스 원더(9th Wonder) 특유의 건조한 드럼 위로 둔탁한 브라스의 울림이 상당한 “Shakedown”, 프리모(DJ Premier)의 전형적인 컷 앤 패이스트 작법과 스크래칭 훅(Hook)이 멋들어진 “For The Record”, 피트 락(Pete Rock)의 전매특허 스네어와 빈티지한 실로폰 샘플이 어우러진 “That Raw”.
Pac Div [The Div] / RBC Records
피처링: Asher Roth, TiRon, Casey Veggies, Skeme, Bleu Collar
프로덕션: No I.D., Like, Blended Babies, Cook Classics, Dahi, Micky Park, Swiff D
형제지간인 라이크(Like)와 밉스(Mibbs), 그리고 둘의 친구인 비영(BeYoung)으로 이루어진 그룹 팩 디브(Pac Div aka Pacific Division)의 데뷔 앨범이다. 원래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인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즈(Universal Motown Records)와 계약을 맺고 [Grown Kid Syndrome]이라는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인디 레이블 RBC 레코즈를 통해 본작을 먼저 발표했다(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성이 레이블 측과 맞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앨범은 그동안 여러 장의 믹스테잎과 라이브 무대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팩 디브의 기량이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올드 스쿨 힙합부터 최신 트렌드가 황금비율로 혼재된 유니크한 스타일의 비트가 가득하고, 인간 관계, 음악 산업 시스템, 여자, 대마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때론 위트 넘치고 때론 진중하게 펼쳐 놓는 세 멤버의 매끄러운 랩핑이 잘 어우러져 있다.베스트 3
베테랑 프로듀서 노 아이디(No I.D.) 특유의 역동적인 드럼과 육중하면서도 멜로디컬하게 질주하는 건반이 압권인 “The Greatness”, 드라마틱한 구성과 편곡이 돋보이는 "Chaos (The Recipe)",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퍼져있는 신스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멜로디 라인이 아름다운 (특히 후렴구!) 멜랑꼴리 트랙 “Number 1”.
Tech N9ne [Welcome To Strangeland] / Strange Music
피처링: Krizz Kaliko, Ces Cru, Jay Rock, Kutt Calhoun, Brotha Lynch Hung, Prozak, ¡Mayday!, 816 Boyz, Stevie Stone, Young Bleed, Courtney Kuhnz, Jay Da 3rd
프로덕션: Seven, Jomeezius The Genius, David Sanders II, Plex Luthor, Beats 4 Days LLC현재 인디 힙합 씬에서 가장 많은 돈과 명예를 쓸어모으고 있으며, 커리어 20주년을 맞이한 랩퍼 테크 나인(Tech N9ne)의 열세 번째 앨범이자 네 번째 ‘콜라보스’ 시리즈다(‘콜라보’ 시리즈는 그의 레이블인 ‘Strageland’ 뮤지션들만으로 피처링 진을 구성한다). 그가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매체와 힙합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는지는 본 작만 들어봐도 체감할 수 있다. 복잡한 구조로 짠 라임과 기괴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정확한 발음의 속사포 랩핑과 차근차근 비트를 밟아가는 랩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랩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며, 그 뒤를 받치는 개성강한 스타일의(어둡고 음산한) 비트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본 작보다 앞서 발매한 [All 6’s And 7’s]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줬지만, 난 상대적으로 프로덕션의 흐름이 더 타이트한 이 앨범을 선택한다.
베스트 3
다크 판타지적인 비트 위에서 빈틈없이 채운 라임을 무기 삼아 매우 위엄있는 스웩을 선사하는 “Who Do I Catch”, 비트와 현란한 텅-트위스팅(Tongue-Twisting) 랩핑이 혼연일체 되는 진귀한 현상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Beautiful Music”, 돌출된 드럼 뒤로 구슬픈 신스 라인이 깔리는 가운데, 자기 반성과 본연의 외로움을 고백하는 나인의 랩이 애잔하게 다가오는 “Sad Circus”.
Mistah F.A.B [I Found My Backpack 2: The Lost Notebook] / Faeva Afta Ent
피처링: The Grouch, Erk Tha Jerk, Talib Kweli, Jadakiss, Royce Da 5'9, Prodigy, Rapper Big Pooh, N.O.R.E, Andre Nickatina, Freeway, Prodigy
프로덕션: Ekzakt, Lev Berlak, Rob-E, Maestro, Pokerbeats, M.G. The Producer, Playboy Fabe, Aone Beats, Young L, DJpain, Dexbeats, Emile, DJ Toure하이피 무브먼트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미스타 팹(Mistah F.A.B)이 올해 1월에 발표했던 공식 믹스테잎 [I Found My Backpack]은 의표를 찌르는 음악 스타일(붐 뱁 사운드)과 황금기적 힙합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랩과 가사가 가득한 ‘잘 만든 정규 앨범이나 다름없는 믹스테잎’이었다. 그리고 본 작은 그 후속편이다. 크레딧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프로듀서들 중에 유명하거나 익숙한 이름은 한 명도 없지만, 비트만큼은 이번에도 굉장히 타이트하다. 무엇보다 무려 13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구성과 흐름상 전혀 산만하지 않다. 또한, 골든 에라(Golden Era) 힙합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현 힙합 씬을 꿰뚫는 가사 역시 당시의 힙합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1편과 본 작의 완성도에서 차이를 가르기는 쉽지 않다. 다만, 1편은 ‘믹스테잎’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앨범’으로써 발표된 본 작만 선정한 것이니, 1편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베스트 3
신스로 주조한 미끈한 멜로디 라인과 은근하게 뒤를 받치는 기타 리프가 조화를 이룬 “Yearbook”, 적당히 내려치는 라이브 드럼 위로 이펙트가 가미된 보컬과 신스 라인의 어우러짐이 인상적인 “Ghetto Stays In Our Heart”, 감성적이고 멜로디컬한 비트, 그리고 거리를 의인화하여 빈민가 젊은이의 삶을 묘사한 센스가 돋보이는 “If The Streets Could Talk”.
Honorable Mention
Pharoahe Monch [W.A.R. (We Are Renegades)]
Nappy Roots [Nappy Dot Org]
Reks [Rhythmatic Eternal King Supreme]
J-Live [S.P.T.A. Said Person Of That Ability]
The Away Team [Scars & Stripes]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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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 classic 앨범 언급이 외국쪽이나 한국쪽이나 잘 안보여요
묻혔어 꺼이꺼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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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지 못한 앨범들도 눈에 보입니다.
더 들어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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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ce martin - locke high 2
dom kennedy - from the westside, with love 2
서부쪽이 켄드릭라마밖에 없어서 안타깝네요 ㅋㅋ 두 앨범 참 좋았는데 말이죠. 차세데 웨스트코스트 주역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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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l G Rap [Riches, Royalty & Respect]
Pete Rock & Smif-N-Wessun [Monumental]
Apathy [Honkey Kong]
MED [Bang Ya Head 3]
Celph Titled & Buckwild [Nineteen Ninety More]
이 정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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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사이공이 인디레이블 통해서 앨범발매를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