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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온전히 음악 자체를 담은 트랙(Track)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며,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Intro)와 끝맺음을 표하는 아웃트로(Outro), 곡과 곡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인터루드(Interlude), 그리고 스킷(Skit). 인트로와 아웃트로, 인터루드는 보통 짧은 음악으로 만들어져서 앨범 수록곡과 음악적으로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지만, 스킷은 조금 다르게 활용될 때가 많다. 때로는 보컬 스스로 어색한 연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음악으로는 담기 어려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방위에 걸쳐 비판을 가하면서 해학, 풍자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스킷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바로 힙합음악이다. 그래서 뽑아봤다. 랩 음악에 등장하는 강력한 펀치라인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한국힙합 속 스킷 베스트 15. 리드머 필진의 설문을 통해 15개의 스킷을 선정했으며, 순서는 무순이다.
1.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의 [하나하면 너와 나] 속 스킷 – “5,000원”타이거 JK가 서서히 홀로서기를 시작한 5집에 수록된 이 스킷에서는 드렁큰 타이거의 매니저(a.k.a 빅파파)가 참여하여 재미를 더했다. 총 세 가지 스킷(가수지망생 1, 2, 3)에서 매니저는 드렁큰 타이거 멤버들을 괄시하며 이런저런 음악을 해보라고 충고하는데, 이중 첫 번째 스킷에 이어 흐르는 짧은 JK의 보컬 곡 “5,000원”은 스킷임에도 노래방에 등재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마치 들국화의 전인권을 연상케 하는 호소력 짙은 JK의 보컬은 심각하면서도 무척이나 유머러스하다. 빵 가게에서 오천 원을 내밀고 천오백 원짜리 담배를 샀는데 거스름돈으로 오백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최근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먼 과거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공일오비가 공중전화에서 노래(“텅 빈 거리에서”)하던 동전 두 개와 같은 느낌이랄까? 보고 있나 필립 모리스? 이외에도 드렁큰 타이거는 8집에 수록된 랍티미스트와 어머니의 대화로 이루어진 스킷 “음악에 미친 랍티미스트는 오늘도 밤을 새워”와 이어지는 “True Romance” 등 인상적인 스킷과 트랙들을 절묘하게 배치하기로 유명하다.
2. 미스터 타이푼(Mr.Tyfoon)의 [Mi Vida Payaso] 속 스킷 – “한글리쉬”
비록 솔로 작은 없었지만, 한국힙합 씬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던 타이푼은 이름에 관해서 무척이나 억울한 케이스다. 백업 MC와 피처링, 컴필 앨범 참여 등으로 경력을 쌓고 대망의 솔로 앨범을 발매할 쯤 솔비가 주축이 된 동명의 3인조 댄스가수 타이푼의 인기가 상승하며 어쩔 수 없이 이름 앞에 미스터를 붙여야만 했다. 보고 있나 솔비? 타이틀곡 “카니발”의 뮤직비디오 초반에 영상으로 수록된 짧은 스킷 “한글리쉬”는 한글을 영어처럼 발음하는 재미난 형식으로 타이틀곡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한글리쉬”의 인기만큼 앨범의 재미는 보지 못했다는 것. 이후, 미스터 타이푼은 은지원, 길미와 함께 그룹 클로버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한국힙합 스킷 중 하나로 평가받으니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꼭 확인하자. 남솨안?
3. UMC의 [One/Only] 속 스킷 – “Insane Deegie”, “Rhymer”, “Kebee”, “Hiphopplaya.com”
UMC의 2집 [One/Only]가 발매되기 전 선공개된 트랙리스트에 들어있던 “Insane Deegie”, “Rhymer”, “Kebee”, “Hiphopplaya.com” 같은 제목을 두고 힙합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다. 디스곡이다 아니다 같은 의견에서 스킷일 것이다 라는 의견까지. 결국, 이 모든 트랙은 앨범이 발매된 후, 제목 당사자들과 UMC 간의 갈등극을 그려낸 스킷들로 밝혀졌다. 앨범 끄트머리에서는 직접 지문을 읽으며 지시하는 UMC의 목소리가 더해져 연출 과정의 재미까지 안겨주고 있다.
4. 이비아(e.via)의 EP [e.via a.k.a Happy e.vil] 속 스킷 – “e_Station Live FM 88.7 : 언더그라운드 랩퍼”, “e_Station Live FM 88.7 :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내퍼(Napper)로 활동하던 그녀가 이비아로 이름을 바꾼 후 발표한 첫 EP [e.via a.k.a Happy e.vil]에도 재미난 스킷들이 들어가 있다. 앨범 아트 디렉터에서 뮤직비디오 디렉터와 성대모사를 이용한 스킷까지. 한국힙합 씬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YPHD(차정철 a.k.a 최음제)는 이비아의 EP 속에서 여러 연예인과 뮤지션(김구라, 박명수, 한석규, 이그니토, 피타입 등등)들의 성대모사를 펼치며 인상 깊은 스킷을 만들었다. 공중파 방송에 진출하며 점잖아진 김구라에 아쉬워하는 이들이라면, 최음제가 선사하는 구수한 욕설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5. 데프콘(Defconn)의 [Lesson 4 The People] 속 스킷 – “염문설”
이번엔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인터넷 방송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구봉숙(김구라, 황봉알, 노숙자) 트리오는 데프콘의 데뷔 앨범 속 스킷 “염문설”에서 화끈한 욕으로 웃음을 안겼다. 내용 자체는 데프콘이 만나는 여성이 바람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고 데프콘에게 알리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구봉숙 트리오의 욕설을 듣고 있노라면, 그저 대폭소가 쏟아진다. 그리고 바로 이 상황을 노래하는 트랙 “내겐 너무 화끈한 그녀”가 이어진다. 발매 당시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던 스킷과 트랙이다.
6. 에픽하이(Epik High)의 [e] 속 스킷 – “통기타”
김구라와 힙합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걸까? 에픽하의 6집 [e]의 스킷 “통기타”에도 라디오 스타의 김구라가 등장한다. 타블로와 DJ투컷의 주된 대화로 진행되는 스킷은 창작의 과정에서 통기타를 두들기다가 자연스레 트로트 리듬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이어 이들의 타이틀곡 “트로트”가 이어지니 필히 스킷과 함께 들어야 할 트랙이다. 특히, 뽕짝 소스 자체를 수용한 “트로트”는 에픽하이의 커리어에서 가장 이질적인 타이틀곡으로 평가받는다.
7. 양동근(YDG)의 [Yangdonggeun A.K.A. Madman] 속 스킷 – “Studio에서”
힙합앨범에는 다소 민망한 스킷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여성의 신음소리 같은 야시시한 내용 말이다. 자신의 앨범에 스킷을 가장 잘 버무리는 인물로는 연기자 출신 랩퍼 양동근이 있다. 그는 첫 앨범 [Yangdonggeun A.K.A. Madman]의 스킷 “Studio에서”라는 트랙을 통해 다음 곡에 이어지는 “아카사카Love”의 소스가 되는 신음소리의 녹음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영화 [조폭 마누라] OST를 통해 그룹 어니언스의 명곡 “편지”를 리메이크 하며 씬에 뛰어든 JK김동욱이 목소리를 더한 “아카사카Love”를 연결하는 스킷이니 이어 들어보도록 하자. 또한, “아카사카Love”는 추억의 그룹 벗헤드의 “쓰러지는 하루”를 재작업하여 보컬 부분을 그대로 차용했으니 이 곡도 찾아 들어보시길.
여담으로 “아카사카Love” 도입부에는 ‘2001 Words 아야야야이 리믹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아야야야이”는 그룹 벗헤드의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이다. 모두 이제이의 프로듀싱 곡.
8. 더블케이(Double K)의 [Positive Mind] 속 스킷 – “따블이에게”
밀레니엄의 시절 클럽 MP 앞에서 쇼부(김현승)의 소개로 더블케이와 악수하며, 그를 처음 접했고 그날 스쿼드3(Squad3-쇼부, 흘러, 더블케이)의 공연을 통해 그의 랩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나를 비롯한 그날의 관중에게 한국힙합을 이끌어나갈 기대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생각보다 오랜 기간 달고서 발표한 첫 정규앨범 [Positive Mind]에서도 재미난 스킷이 들어가 있다. ‘Mr.R’로 표기된 인물이 피처링하여 ‘너 떡 좋아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는데, 스킷 속 ‘Mr.R’은 리쌍 등 여러 힙합 뮤지션과 교류하며 음악 DJ로도 활동 중인 배우 류승범이다. 한국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더블케이를 안타까워하는 류승범의 충고 이후, 서울을 훔치려는 화자를 노래한 “City Hunter”가 흐른다. 그리고 1집 이후, 6년 만에 발매된 2집에서는 알리의 피처링과 함께 서울의 찬가 “Seoul”을 발표하기도 했다. 류승범이 참여한 스킷 “따블이에게”와 “시티헌터”, ” Seoul”을 연달아 들으면 좋을듯하다.
9. 더블트러블(Double Trouble)의 [Trouble Makers] 속 스킷 – “Jiggy 9 News”
내막이 어찌됐든 키비(Kebee)를 디스하여 인지도와 욕을 동시에 얻었던 이노베이터(InnoVator)와 디제이 소울스케잎(DJ Soulscape) 비트 컴피티션으로 씬에 이름을 알린 베이식(Basick)으로 이루어진 듀오 더블트러블의 앨범 속 스킷에는 최근 방송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방송인 허준이 참여하였다. 뉴스 앵커 역할을 맡은 허준이 듀오 더블트러블을 소개하며, 이들의 타이틀곡 “TV스타”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스킷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고의 코믹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한편, “TV스타”는 화요비가 선보인 중저음의 끈적끈적한 보컬과 화려하게 수놓아진 코러스가 매력적이며, TV속 자신들의 등장을 그리며 진중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랩퍼의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10. 스토니 스컹크(Stony Skunk)의 [More Fyah] 속 스킷 – “S-Kush 무시하니?”
스컬이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그와 듀오를 이루던 쿠쉬의 주변에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스킷이다. 두 멤버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무리에 대한 일갈일 수도 있으며, 약간의 시기와 질투 어린 표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LA Story”에서 짧은 후렴을 맡으며 스컬과 변치 않는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비록, 현재 스컬은 홀로 활동하고 쿠쉬는 YG 사단의 핵심 프로듀서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언제 가는 다시 함께 할 날이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YG사단 출신의 스컬과 YG를 통해 앨범을 발매한 타블로 사이에 흐르는 냉기를 보고 양사장님의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11. 슈프림 팀(Supreme Team)의 [Supremier] 속 스킷 – “바보들”
TV 속 예능프로그램에서 끼를 발휘한 인물은 사이먼 도미닉이었지만, 이 스킷을 주도하는 인물은 이센스다. 만취한 듯 흘리는 발음과 구수한 사투리로 ‘노토스 비아지’를 얘기하는 이센스의 연기는 일품이다. 유머러스한 초반 스킷 내용에 이어 후반 세 명의 무리가 걸어온다는 대화 이후, 이센스, 사이먼 도미닉, 타블로가 함께한 트랙 “시노비”가 이어진다. 이 곡에선 타블로의 가사 ‘넌 분홍쯤 내겐 적도 아냐’라는 라인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12. 딥플로우(Deepflow)의 [Heavey Deep] 속 스킷 – “홍대 놀이터 옆 코쿤 사거리”
홍대 놀이터 옆 클럽 코쿤에서 호스트 MC를 겸하며 투잡허슬을 하고 있는 딥플로우의 앨범 속 스킷에는 홍대 거리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클럽 호객행위에 이어지는 코쿤의 호스트 MC로서 삶을 사는 딥플로우가 그려진 스킷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이어지는 트랙 “Welcome To The Club”과 만나며 한편의 뭉클한 드라마로 탄생했다.
13. 마일드 비츠 & 차붐 [Still Ill] 속 스킷 – “재진”
마일드 비츠 & 차붐의 합작 [Still Ill]의 대표곡 “안산”의 앞에도 재미난 스킷 “재진”이 포진 되어있다. 차붐과 듀오를 이루고 있는 블링 더 캐쉬(Bling The Ca$h)의 프리-디(Pre-D)가 의사이자 안산시의원 추천을 받은 인물로 분하며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 차붐에게 어이없는 진료를 가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들은 알앤비 듀오 올댓의 [Touch Me]에서도 라디오 형식을 빌어 재미난 스킷을 들려주기도 했다. 스킷에서 두통을 얘기한 차붐은 이어지는 트랙 “안산”에서 피곤함에 목을 어루만지는 내용의 가사를 풀어내며 자연스레 스킷과 이음새를 만들어낸다. 역시 이어 들으면 좋을 트랙이다. 선거철이다. 두 번 듣자.
14. 씨비매스(CB Mass) 3집 [Mass Appeal] 속 스킷 – “노박사 심리클리닉”
한때 잡지에 기고한 글 중 ‘돼지발정제’라는 단어를 써서 변태로 몰리기도 했던 방송인 노홍철이지만, 힙합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때로는 택시 기사로, 때로는 노박사로, 때로는 막 데뷔한 어린 도끼에게 경력자를 소환하는 역할로 분하며, 씨비매스 시절부터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에 이르기까지 변태적이고 재미난 스킷들을 많이 만들어낸 인물이었다는 걸. 그 중 “노박사 심리클리닉”에서 여성환자의 심리를 치료하는 박사 역할을 맡은 노홍철은 후반에 여성으로 보이던 환자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보게 된다. 그리고 바로 씨비메스의 “MR.Liar”가 흘러나온다. 일단 들어보시라. 노홍철의 능청 연기는 언제 들어도 일품이다.
15. 피타입(P-Type) 2집 [The Vintage] 속 스킷 – “Skit”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피타입의 정규 2집 [The Vintage]에는 앨범의 후반부에 포진한 3개의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에 앞서 곡을 소개하는 짧은 스킷들이 담겨 있다. 마치 라디오 디제이가 곡 소개를 해주듯 매력적인 저음을 뽐낸 피타입의 이 스킷들은 한국힙합 앨범 중 가장 순수(?)한 스킷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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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머리의 OUTRO 도 ㅋㅋ 저 CD 잘못산건지 알고 놀랐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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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 어 페이크 넘어가기전 언빌리버블 펀치라인 스킷
참 좋았습니다 영등포옥탑방에서 쌈디 이쎈 도끼랑 얘기하면서 형이 보여줄께하면서
마이노스가 프리스타일하는 프리스타일 일품임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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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프라이머리 & 마일드 비츠 앨범의
Outro가 가장 인상적 이였네요
아웃트로 그른거 없다 힘들러 뭐하로 하노 듣지도 않는거 그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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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ype 1집에서 보여주고 증명하라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트랙에서 돈키호테로 넘어가는 자연스러움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