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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의 대표 힙합 뮤지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사건’이 다시금 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WIRED)’가 최신호에서 타블로와 이른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집단(이하 ‘타진요’)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는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게재한 기자 조슈아 데이비스는 타블로와 같은 스탠퍼드 대학 출신으로, 스탠포드 동문 잡지에 싣고자 이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가 더 독자적인 기사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타진요가 타블로를 깎아내리기 위해 행한 비상식적 행위들 중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새로이 밝혀냈다. 타진요는 스탠퍼드 졸업생에게 돈을 주어 재학 시절 중 타블로를 목격한 적 없다는 진술서에 서명을 받아냈고, 이는 그들의 마녀사냥 게임에 결정적 증거로 쓰였다. 타진요가 돈을 주면서까지 거짓 증거를 만들어낸 사실은 처음 밝혀진 것이다.‘와이어드’는 그 졸업생의 실명을 거론하고, 타진요가 타블로의 가족을 협박했던 일화 등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미국의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에 이 사건이 보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정서의 시선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놀라운 사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타블로에게 실체를 증명해 보이라던 타진요의 실체가 밝혀지고, 국내의 많은 대중은 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고, 대중의 일부는 타블로가 애초에 빌미를 제공했다느니, 아직 재판이 끝난 건 아니지 않으냐는 등의 태클을 아무렇지 않게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와이어드'의 기사에도 여전히 이런 내용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미국인 기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보도내용을 접하면서 난 문득 외국인의 시선에는 어떻게 비추어졌을지 궁금했다. 아니, 조금은 겁이 났다. 비단 타진요라는 집단에만 한정되었던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창 논란이 일 당시, 대다수의 대중이 타진요의 선동에 휩쓸려 타블로에 대한 비난의 소리들을 쏟아냈었다. 당시의 현상에서 한국인의 비틀린 국민성을 보았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와이어드'지의 표현대로 실제, 타블로는 가장 인기 있던 힙합스타에서 한순간에 국민적 증오를 받는 위치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이후, 몇몇 근거를 통해 타진요의 주장 대부분은 근거 없거나 억측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고, 뒤늦게 돌을 던졌던 대중들은 순식간에 타블로를 위로하며 발을 뺐다. 이 사건은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남을만한 희귀한 일이었다. 흔히 냄비근성이라고들 하는데, 이건 단순히 쉽게 끓어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는 습성과도 구분해야 할 성격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와서 ‘타진요는 마음의 병이 있는 집단’이라고들 규정짓지만, 그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의 선동질에 쉽게 현혹된 건 대다수의 국민들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고도 무서웠다.
타블로가 뮤지션으로서나 연예인으로서나 큰 사랑과 인정을 받는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일부에서 제시한 '거짓 의혹'이 대다수의 이슈로 쉽게 번져버렸다. 좋은 이미지의 유명인일수록 사회적으로 작은 흠이라도 잡히면 큰 타격을 입는 건 어느 문화에서나 있는 일이긴 하다. 문제는, 타블로가 스스로 잘못을 범한 적이 없는데도 가차 없이 물어 뜯겼다는 것이다. 허구의 꼬투리를 향해 대중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거리낌없이 돌팔매질을 한 셈이다. '와이어드'지는 이에 대한 타진요의 코멘트도 실었는데, 그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마녀 재판'이라고 지칭하며, 마치 게임을 부르듯 '타블로 온라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들에겐 이것이 미션을 클리어하는 게임 같은 것이었던 거다. 고작 그들의 미션 수행 과정에 많은 대중들이 무기를 챙겨 들고 동참해주었던 것이다. 모 래퍼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한국이 Hater 천국’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할 정도로 유독 비난의 논란은 언제나 뜨겁고도 강렬하다.
다행히 타블로는 긴 시간을 지나, [열꽃]을 발표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미쓰라 진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 보상은 누가 해줄 건지 그게 제일 궁금하다."라고 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에 이 말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이미 지나간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기엔,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던 이 사회의 괴물이 떠들썩하게 등장했다가 쏙 자취를 감춘 듯한 으스스하고 씁쓸한 느낌이다. 관조적 태도가 필요하고 관대해도 될 부분엔 끝없는 논리 장난질을 일삼으면서, 정작 날을 세워야 하는 이슈들엔 헐렁한 사회 속에, 가끔 이렇게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괴물 같은 여론들. 또 언제 피해를 입는 세력이 나올지 모른다.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출몰지와 주요 서식지는 예측할 수 없다. 간과해선 안 될 공포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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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대한민국 사회 탓을 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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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쓰레기 같은 낙오자들 때문에 열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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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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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정말 이렇다 할 출구를 못찾으니까
다른 방향으로 쏠리나 보네요..
정말..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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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기색기들이네;
정말 우리나라 너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