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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rgio Mendes 공연 후기: 브라질의 숨결을 느끼며 천국을 맛보다
- 박배건 작성 | 2012-05-14 17:13 업데이트 | 추천하기 12 | 스크랩 | 22,839 View
국내 흑인음악 팬들에게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는 공전의 히트앨범인 [Timeless]로 많이 알려졌다.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지난 5월 8일 내한 공연을 가졌다. 우리나이로 올해 72살, 데뷔 52주년을 맞은 그의 내한이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전설의 연주를 느끼고 싶은 팬들은 줄을 지어 올림픽 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보사노바의 거장이자 브라질의 숨결로 대변되는 세르지오 멘데스의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은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나 역시 살아있는 전설을 처음 영접하는 경건한 마음과 흥분을 동시에 품고 자리에 앉았다. 곧 조명이 하나 둘 꺼지며 암전되고 많은 이가 탄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첫 곡 "Waters of March"와 함께 멘데스 옹이 등장했다. 환한 미소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 저도 안녕합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이윽고 두 여성 객원보컬이 등장하여 간드러진 몸짓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멘트 없이 이어지는 "Pretty World"는 단연 보사노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누구나 한번쯤 라디오나 TV CF를 통해 들어봤을 친숙한 곡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슬슬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흐느적거린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와서 좋아요. Thank you Very much!"
공연을 위해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보고 읽은 멘데스 옹. "The Girl From Ipanema"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 순간은 마치 서울이 아닌 한적한 브라질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Agua De Beber", "One Note Samba", "Going Out Of My Head"가 리드미컬하게 전개되었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은 마치 그들이 가족밴드라도 되는 듯한 느낌을 줬다. 평화로운 수면 위에 가랑비가 내릴 때 그 파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무대 위에서 관객 못지않게 즐겁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연주자들과 객원 보컬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다. 모두가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은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비교적 뒷자리였던 내 위치에서 본 관객들의 실루엣에서마저 행복함이 묻어났다.
"브라질의 리듬을 선보이겠습니다"
객원 보컬과 멘데스 옹이 주고받는 하모니가 멋졌던 발라드 넘버 “Like A Lover”가 끝나고"Berimbau/ Consolacao/ Promise Of A Fisherman/ Surfboard"가 메들리로 이어졌는데, 멘데스 옹은 이 곡들이 브라질의 리듬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 좌측에 있던 퍼커션 연주자가 앞으로 나와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한 후, 춤사위를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객원보컬들과 함께 군무를 추고 카포에라까지! 주변의 여성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곧 보컬들이 퇴장하고 메들리 연주는 계속되었다. 멘데스의 손짓에 따라 각자 솔로 퍼포먼스를 했는데, 오늘의 히어로 퍼커션 연주자는 다시 앞으로 나와 탬버린 연주를 맛깔 나게 선보였다.
[Timeless] 앨범에 수록된 "Surfboard"까지 끝나자 분위기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객원보컬 케이티 햄튼과 색소폰 연주자가 듀엣으로 멘데스 옹 최고의 발라드넘버라 할 "Never Gonna Let You Go"를 불렀다. 무엇보다 케이티와 호흡을 맞춘 보컬과 색소폰 연주를 완벽하게 병행하던 색소폰 연주자의 맹활약이 압권이었다. 계속해서 원곡보다 빠른 템포로 편곡된 "Fool on The Hill"과 관능적인 느낌의 "The Look of Love"가 이어졌는데, 음악도 음악이지만, 객원보컬 케이티 햄튼의 춤사위가 굉장히 섹시했다. 문득 ‘여자는 라틴여자가 최고!’라던 내 흑인친구 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대박! 대박!"
이어지는 댄스타임 "Magalenha". 시간이 흐를수록 무아지경이다. 관객들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하는 보컬들. 모든 관객이 일어나 흥겨운 분위기에 만취한다. 어떻게 몸을 흔들어도 전혀 창피하지 않다. 머리가 벗겨진 회사원 아저씨부터 어여쁜 아가씨들까지 흥겹게 스텝을 밟는다. 연주자 소개를 한 멘데스 옹은 한국어로 ‘대박! 대박!’을 외쳐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Mas Que Nada"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멘데스 옹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이다. 도입부부터 다들 난리다. 워낙 몸치인지라 흥을 표현할 길이 없어 허우적대던 찰나! 뒤통수가 간지러워 뒤를 돌아보니 천국 문이 열렸다. 라틴댄스에 심취한 육감적인 우리나라 여성들이 내 뒤에 댄스 플로어를 만들어버렸다. 앞엔 세르지오 멘데스, 뒤엔 육감적인 그녀들의 춤사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앞으로 라틴댄스를 배워볼까…?’라는 심각한 고민이 든 순간이었다.
이 날의 공연은 여지없이 이어진 앙코르 곡, "Pais Tropical", "REAL IN RIO", "Tristeza"로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복을 준다는 게 바로 멘데스 옹의 음악이 가진 가장 강한 힘이 아닐까? 나에게 이런 천국을 맛보게 해준 멘데스 옹에게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Set List
Waters of March
Indiado
Pretty World
Ela e Carioca-talk-Ipanema
Milagre/Samba Da Minha Terra
One Note Samba
Going Out of My Head
Roda
Chove Chuva?
Bridges
Consol./Berimbau/Promessa
Percussion Solo
Surfboard
Never Gonna Let You Go
Fool On The Hill
Look of Love
Magalenha
Mas Que Nada앙코르 곡
Pais Tropical
Real in Rio
Tristeza
기사작성 / RHYTHMER.NET 박배건, 사진제공: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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