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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주류 음악계에 발을 내딛다. Kurtis Blow와 “The Breaks”
황순욱 작성 | 2012-10-09 18:2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7,547 View




'커티스 블로우의 앨범은 한때 힙합 리스너들이 그토록 집착하던 철학적인, 혹은 정치적인 메시지나 정체성, 그리고 현학적인 라임이나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Kurtis Blow]가 해냈다.'


하나의 음악장르가 많은 이에게 설득력을 얻고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그렇기에 이를 최초로 이룬 이른바 '원조' 장르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그냥 들리는 것 이상의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음악들과는 별개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대우를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음악은 당시의 대중을 한 번에 사로잡았었던 만큼 일반적인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빌 헤일리(Bill Haley)의 "Rock Around the Clock"이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곡을 좋아하지 않기가 힘든 것처럼 말이다.

이를 힙합 시장에 적용시켜보자. 지금은 랩/힙합 뮤지션이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얻고 빌보드 메인 차트에 오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불과 2-30여년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사정은 다르다.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이 나온 후였지만, 80년대가 오기 전까지 힙합음악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힙합음악의 상업적 가치를 가장 먼저 증명한 사람이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최초로 랩을 한 것도 아니고 최초로 힙합스타일을 규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최초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매하여 상업적 히트를 기록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힙합이라는 장르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관심을 갖는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테니까. 대표적인 사례로 음반 관계자들의 시선을 힙합음악 쪽으로도 돌림으로써 오늘날까지 우리가 힙합음악을 들을 수 있는 초석을 다지지 않았는가. 

1959년 뉴욕의 할렘에서 태어난 커티스 블로우가 관심의 인물이 되기까지는 나름의 과정이 있었다. 70년대 중반 브레이크 댄서로 힙합문화에 발을 들인 그는 76년 ‘City College of New York’에 입학하여 교내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를 보는 등의 경험을 쌓았다. 이 시기는 그가 음악에 관심을 쏟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77년 랩퍼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당시 매니저이자 훗날 데프 잼(Def Jam)을 설립할 러셀 시몬스(Russell Simmons)의 건의로 '커티스 블로우'라는 지금의 스테이지 이름을 가지게 된다. 런-디엠씨(Run-DMC)를 결성하게 될 러셀의 동생 조셉(Joseph, 혹은 Run), 그리고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 같은 인기 DJ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활동으로 할렘과 브롱스의 관심을 얻은 그는 빌보드지의 작가인 로버트 포드(Robert Ford)의 제안으로 역사적 싱글 "Christmas Rappin'"을 녹음하게 된다. 이때부터 성공가도는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최초로 메이저 레이블(머큐리)과 계약을 하고, 역사적인 싱글 “The Breaks”로 힙합 레코딩 최초 골드를 기록했다. 이어서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전국콘서트와 국제공연을 가졌다. 문자 그대로 스타가 된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증거가 될 차트의 순위도 당당히 남아있다.

그리고 1980년, 커티스 블로우는 최초의 메이저 힙합앨범인 [Kurtis Blow]를 발매한다. 종전의 히트 싱글 "Christmas Rappin'"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며, 싱글로 재미를 본 "The Breaks"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두 곡은 후에 수많은 이들이 인용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피아노와 드럼, 기타가 공평하게 흘러나오는 "Throughout Your Years"같은 지배적인 파티 트랙들이 사랑을 받았으며, 하드 록 밴드 바크만 터너 오버드라이브(Bachman Turner Overdrive)의 "Takin' Care of Business"를 리메이크하여 최초의 힙합과 록의 크로스오버 중 하나로 평가되는 동명의 곡도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의도적으로 상업적인 안배를 신경 썼음에도, 해가 되지 않도록 능숙하게 소화하고 있으니 흥미롭다. 블로우의 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실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떼어버려도 그는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타이틀은 그에게 부가적인 것이다. 그의 랩은 당시 방법론이었던 '신나고 즐겁게'를 완벽히 보여준다. 파티장에서 DJ의 비트에 맞추어 내뱉었던 그의 랩은 주위의 모든 이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발 빠른 상업음악의 촉수를 건드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도 그의 목소리는 당시의 기분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단언하건대 이 음악이 지겹다면 거짓말이다. 첫 트랙 "Rappin' Blow, Pt. 2"에서부터 "Hard Times"가 흘러나올 때까지 훵키함이 그득하다. 좀처럼 질리지도 않고 말이다.


Kurtis Blow - Kurtis Blow (1980) *올해는 이 앨범이 발매된 지 32주년 되는 해이다.

이 앨범은 한때 힙합 리스너들이 그토록 집착하던 철학적인, 혹은 정치적인 메시지나 정체성, 그리고 현학적인 라임이나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Kurtis Blow]가 해냈다. 이 앨범에서부터 힙합은 비로소 주류음악계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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