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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과 마이 걸들
이경화 작성 | 2012-10-22 16:5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30,227 View



국제가수 싸이(Psy)의 “Right Now”에 대한 심의규제가 풀렸다. 애초에 ‘인생은 독한 술이고’ 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던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심의의 기준이 변화되었고 형평성에 맞추기 위해 기존에 심의를 마쳤던 곡들에 대해 새로이 심사를 거쳐 (실은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싸이에 대한 세계적 여론에 눈치가 보여서) 규제가 풀린 셈이다. 무식한 필자는 심의의 기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음악전문협회가 아닌 여성가족부에서 음악 가사에 대해 심의를 한다니 우리네 어머니들의 아이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느낄 뿐.

여가부에서 시행하는 이러한 노랫말에 대한 심의가 음악 리스너나 애호가들에게 반발을 일으켰다면, 수많은 남성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폭탄이 하나 더 터졌으니 이른바 아청법(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되시겠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막고자 야한 동영상(이하 ‘야동’)을 막아보자는 취지인 거 같은데, 역시나 무식한 필자는 어디까지 볼 수 있고 어디까지 보면 안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사실(?), 혹은 루머를 살펴보면, 일단 야동의 등장인물이 미성년자여서는 안되고, 교복을 입어서도 안되고, 얼굴이 동안이어도 안되고, 아무튼 간에 안 된다는 거다.

이 글을 작성하는 필자는 결혼 후, 대외적으로 야동을 끊은 사람이다. 아내와 함께 야동을 본다는 부부도 많이 접하긴 했지만, 필자는 그러한 광경이 몹시 남사스럽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야동은 뭐니뭐니해도 혼자 봐야…… 각설하고 야동을 끊은 본인은 아청법에 끌려갈 걱정은 덜었지만, 새로운 망상이 하나 생겼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야동에서 ‘Woman’이나 ‘Lady’는 가능하지만, ‘Girl’은 안 된다는 얘기인 거 같은데 노랫말 심의까지 관리하는 여성부에서 야동뿐만 아니라 노랫말에서도 성인남성이 ‘Girl’이나 ‘Baby’를 노래하는 행위를 막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망상 말이다. 너무 과한 망상이라고? 여가부의 상상력과 추진력은 항상 나의 망상을 능가해왔다.

혹시 모를 여가부의 노랫말에 ‘Girl’ 등장 방지가 이루어지기 전에 내 생애 지나쳐온 수많은 마이 걸들을 만나볼까?

1. ‘마이 걸’과 수많은 마이 걸들

어릴 때 나는 무척이나 순수했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인연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왜 항상 교생 선생님은 담임 선생님보다 젊고 아름다운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겨우 일주일 아이들과 지낸 교생 선생님이 실습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갈 때 본인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들을 떠나 보내곤 했다. 아… 그분들 이제 40대 중년이 되었겠구나. 1년이 지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나는 한층 성숙해졌다. 이제는 교생이 학교를 떠나도 웃으며 보내 줄 수 있다. 다 컸네 그려. 당시 교생 선생님들의 수업내용은 당최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데 딱 하나 기억나는 수업이 있으니 바로 비디오 교육이었다. 한마디로 ‘선생님 수업하기 싫으니 꼬꼬마 너희들은 비디오나 보렴.’ 하는 거였는데, 당시 틀어준 비디오가 영화 [My Girl]이었다. 내 생애 첫 마이 걸이다.

이제는 피폐해진 몰골로 국제 약쟁이가 되었지만,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케빈으로 열연하며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맥컬리 컬킨(Macaulay Culkin)과 그의 첫사랑 역할이자 또한 나의 첫 서양녀, 아니 처음으로 동경했던 서양 소녀 안나 클럼스키(Anna Chlumsky)가 주연한 영화. 70년대 펜실베니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동년배이던 나의 마음 깊숙이 남아 있다. 안나 클럼스키는 이후 별다른 히트작 없이 현재는 직장인의 삶을 살면서 간간이 조연, 엑스트라로 투잡을 뛰고 있지만, 몹시 후덕해진 그녀를 보며 세월의 흐름에 안타까워할 뿐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덕에 OST는 옛 고전 음악들로 장식되었고 그 유명한 템테이션즈(Temptations)의 “My Girl”이 수록되기도 했다. 영화 [My Girl]을 통해 음악과 영화 모두 내게는 잊히지 않을 첫 마이걸 을 만난 셈이다.

템테이션즈의 “My Girl”이 수록된 앨범의 타이틀은 [The Temptations Sing Smokey].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이 맞다. 스모키 로빈슨이 그의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곡은 자신의 목소리보다 그룹 템테이션즈의 목소리를 입어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후, “My Girl”은 수많은 명 커버트랙을 배출했다.

일단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우습기는 하지만, 살아만 있었다면,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소울의 대부 자리를 놓고 피 터지는 싸움을 했을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명반 [Otis Blue]에 수록되기도 했으며,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은 유년 시절 그의 솔로 앨범 [Ben]에 한 트랙을 할애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틀즈(Beatles)와 함께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을 이끌던 그룹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와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 여성 컨트리 싱어 돌리 파튼(Dolly Parton), 알 그린(Al Green) 등이 리메이크했다. 언제 한번 시간이 난다면, 수많은 “My Girl”들을 한 번씩 찾아 들어보길 권한다. 아 영화를 못 봤다면 영화 역시.

2. 애틀랜타에 울려 퍼진 “Macarena”와 도나 루이스, 그리고 모체아누

정확히 기억한다. 2002년 VH1에서 선정한 가장 위대한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 Song)  “Macarena”. 스페니쉬 댄스 듀오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Macarena“는 그 쉬운 춤 동작과 흥겨운 곡으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무대에서 모든 관중들의 춤사위를 동일하게 만들었다. 도입부에 언급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히트하면서 “Macarena“와 비교되기도 했지만, 빌보드 Hot100 차트에서 4주 연속 2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Macarena“에 밀려 무려 9주간 2위에 머물렀던 도나 루이스(Donna Lewis)의 “I Love You always Forever”의 향기가 난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어서 빨리 “Macarena“의 인기가 떨어지고 목소리 예쁜 도나 루이스가 차트 정상을 차지하길 기대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도나 루이스의 음반사가 알앤비, 소울, 재즈를 다루던 애틀랜틱 레이블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백인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이기도 했는데 말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도나 루이스와 함께 응원하던 또 하나의 마이 걸이 있었는데, 바로 미국의 체조 선수 도미니크 모체아누(Dominique Moceanu)였다. 귀요미도 이런 귀요미가 없다. 물론, 지금은 후덕해진 아줌마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 서양 여성들은 시간이 흐르면 왜 이리 다들 후덕해지는 거야?

올 런던 올림픽에서 체조 역사상 흑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가브리엘 더글라스(Gabrielle Douglas)가 있고, 한국에서는 양학선과 리듬 체조로 넘어오면 손연재가 있지만, 당시에는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체조에서 특히, 미국 여성 선수들이 인기가 많았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단연 도미니크 모체아누가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진행되면서 도미니크가 가지고 있던 인기는 같은 미국 팀의 멤버였던 케리 스트럭(Kerri Strug)에게 넘어갔다. 단체전 도마에서 당시 다리부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발로 착지에 성공한 케리 스트럭은 미국에 단체전 금메달을 안겼고 당시 영웅 만들기 좋아했던 미국은 ‘Strug’과 ‘Star’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꼽아 캐리 스트럭을 케리 스타라고 부르기도 했다.

내가 응원하던 마이 걸들, 도나 루이스는 “Macarena“에 밀려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고, 도미니크 모체아누는 팀 내 멤버였던 캐리 스트럭에게 인기를 빼앗겼다. 아… 내 마이 걸들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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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트 코베인과 함주리 기자의 마이 걸

본인은 느지막이 30대가 되어서야 흑인음악전문 미디어 리드머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지만, 고백하자면, 20대 초•중반에는 리드머보다 타 매체의 음악 글들을 더 선호했다. 그 매체는 다름 아닌 ‘딴지일보’였다. 당시 사회, 정치, 경제에 관한 패러디물이 주를 이루던 딴지일보에는 종종 음악 관련 글들이 올라오곤 했는데, 그 글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원고 하나는 함주리 기자의 너나바(Nirvana)에 대한 예찬 원고다. 그들의 MTV 언플러그드 음반에 실린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에 나오는 가사 ‘My Girl, My Girl Don’t Lie To Me’ 라는 부분을 ‘마이 걸아 마이 걸아 내게 구라치지 말고 말해’ 라고 해석 본을 올려 놓은 걸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리드머에 체조 선수를 넘어 이제는 너바나까지 얘기하느냐 하겠지만, 이곡은 미국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포크송으로 너바나 이전 1940년대 흑인 블루스, 포크 싱어이던 리드벨리(Leadbelly)에 의해 레코딩되기도 했다. 

제목만 보면, 마치 바람 피우는 여성을 협박하는 내용의 가사이겠거니 하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더 섬뜩한 내용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들어보길 바란다. 이 곡은 “In The Pines”나 “Black Girl”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니 참고하시라. 재미있는 글을 안겨주었던 함주리 기자가 요새는 무얼 하는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딴지일보에서는 한국힙합 씬의 문제아인 UMC가 라디오 [그것은 알기 싫다]를 진행하는 등 여전히 음악 관련 원고가 올라오기도 하니 리드머 글을 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살펴보도록 하자.

4. 매주 듣는 마이 걸과 최근 듣는 마이 걸

-작사, 작곡, 편곡, 보컬, DJ 등 음악 관련 전 분야에 걸쳐 활동하면서 청년재벌 소리를 듣는 심현보가 이끌던 그룹 아일랜드의 2집 수록곡 “My Girl”은 고교생들의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서 마지막 상품소개 BGM으로 깔리면서 매주 한 번씩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리메이크 음반 이후 정규 1집을 세상에 내놓은 나얼의 “My Girl”을 즐겨 듣는다. 팔세토 창법이 쓰인 앞선 트랙 “You & Me”와 함께 앨범에서 귀가 가장 즐거운 트랙이다.

아청법을 시작으로 망상과 기억에 의한 몇몇 마이 걸들을 만나봤다. 야동 속 ‘걸’은 피하되 음악 속 ‘걸’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내 귀를 애무할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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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kil
    1. kil (2012-10-26 15:30:28 / 182.221.41.*)

      추천 4 | 비추 0

    2. 대체 기준이 뭔지, 아이돌들의 노랫말은 점점 선정성이 극에 달해가고, 무대는 거의 IV 수준이 되어감에도 아무 움직임이 없는 여가부, 대체 뭔지 모르겠네요.
  • 양지훈
    1. 양지훈 (2012-10-23 22:34:10 / 1.241.191.***)

      추천 1 | 비추 0

    2. 제목을 보고 Michael Jackson이 커버한 My Girl이 땋! 생각났는데, 역시나 언급되어 있군요 ㅎㅎㅎ
  • bonenskin
    1. bonenskin (2012-10-22 21:41:28 / 183.101.133.**)

      추천 1 | 비추 0

    2.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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