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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블랙스⑭ Menace 2 Society '흑인의 잔인한 현실이 담긴 클래식'
조성호 작성 | 2012-11-01 17:5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6,617 View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압권이다. 두 남자의 대화가 들리고 그들은 평범하게 맥주를 사러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은 "Oh My God!" 3분 정도 되는 이 장면에서 [사회에의 위협, Menace 2 Society]의 색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케인(타이린 터너)의 목소리가 화면에 퍼진다. "맥주 사러 들어가서 살인범 무장강도로 나왔다. 우리 동네에선 흔한 일이지만, 누구도 예측 못한다." 이 짧은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앨버트 휴즈(Albert Hughes)와 앨런 휴즈(Allen Hughes) 형제 감독(이하 휴즈 형제 - Hughes Bro)이 1993년에 만든 [사회에의 위협]은 '명작'이다.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말로 표현하면, '클래식'(Classic).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미국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남부 지역 '와츠(Watts)’이다. 이곳은 1965년 흑인들의 폭동이 일어났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영화 속 현재는 1993년이다. 긴장감이 흐르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을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 케인의 고등학교 졸업 직후 여름에 일어났던 일을 보여준다. 케인의 아버지는 마약 딜러고, 엄마는 마약 중독자다.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친구들을 위해 파티를 자주 열었기 때문에 케인의 집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엄마가 마약 하는 모습과 아빠가 살인하는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하며 자랐다. 밖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라기보다는 동물들이 서로를 잡아 먹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물론, 집도 마찬가지. 케인이 열살 때 아버지는 죽고, 곧이어 엄마도 마약 중독 증세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조부모의 손에서 자란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케인의 삶을 보여주기 직전 카메라는 하늘에서 거대한 정글 와츠를 비춘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교의 교실 장면에서 선생님의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 "개학한 뒤 등교할 학생들은 내년에 다시 만나요" 이 대사를 몇 번 이고, 봐도 웃기면서 서글프다. 학생들 중 몇몇은 학교를 완전히 떠날 것이고(졸업이 아닌 자퇴!!), 몇몇은 감옥에 가거나 거리에서 죽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1993년 LA 남부 도시 와츠(Watts)는 그런 도시였다. 물론, 이곳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흑인이 살고 있는 밀집 지역은 거의 비슷했으리라. 케인은 졸업을 했고, 더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진정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직업이 없고, 강도 짓과 마약 딜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수입을 마련한다. 그의 주변엔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케빈 오-도그(라렌즈 테이트) 같은 친구도 있지만,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선 케인이 어렸을 적 그를 아껴준 퍼넬. 하지만 안타깝게도 퍼넬(글렌 풀머)은 교도소에 있다. 그리고 퍼넬의 부인 로니(제이다 핀켓), 나쁜짓을 하다가 종교(이슬람)를 만나고 바른 생활 사나이가 된 샤리프(본테 스윗)가 그렇다. 특히, 로니와 샤리프는 케인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하지만 케인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거리의 삶이 마음에 들고 언제라도 강도 짓과 마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도와주는 조부모님은 언제나 케인을 걱정하며 대안적인 얘기를 해준다. 할아버지는 케인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데 "케인, 너는 네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있니?"(Do you Care Whether you live or die?)라는 말이다. 이 대사는 휴즈 형제가 거리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흑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케인은 자신의 친구 케빈과 함께 자신을 공격하고 사촌인 해롤드(샤피르)를 죽인 패거리에게 복수를 하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는다 해도 그들의 어두운 삶은 구원받을 수 없다. 그리고 케인은 자연스레 자신이 살인을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케인은 퍼넬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아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감옥엘 간 뒤 꾸준히 로니와 아들 안토니(줄리안 로이 도스터)를 돌봐준다. 하지만 로니는 케인의 도움이 부담스럽다. 이유는 그가 가지고 오는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니는 그에게 퍼넬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충고 한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케인은 좋은 사람이 옆에 많다. 그를 지켜주는 조부모와 그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로니, 그리고 회교도 친구 샤리프까지… 하지만 케인은 쉽게 정글에서 빠져 나오질 못한다. 결국, 케인은 케빈과 차를 훔치다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된다. 케빈은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여서 불구속이 되었고, 초범인 케인은 형량을 가볍게 받지만, 어쩔 수 없이 구속된 것이다. 퍼넬도 아버지도 모두 수감 생활을 했고, 케인도 그렇게 처음으로 교도소에 들어선다. 그리고 감옥에서 나온 케인은 본격적인 갱 생활을 시작한다. 총을 가지고 다니며 강도 짓을 하고 돈을 뺏을 뒤, 멋진 차를 타고, 코카인과 필로폰을 제조하며, 'SWAG'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이제 자신이 잘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해서 시작한 것이다 적성에 맞는 자신의 직업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독특한 캐릭터를 보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샤리프다. 케인의 주변에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은 거의 다 마약과 도둑질을 하지만, 샤리프는 좀 다른 인물로 그려졌다. 이슬람을 믿는 샤리프는 코란에서 얻은 지혜를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마약과 살인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꾸준히 설파하는 인물이다. 근데 특이한 점은 이 친구와 다른 친구들이 어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거리의 삶을 사는 흑인들처럼 보편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샤리프는 올곧은 길을 가려는 인물로 묘사된다. 샤리프가 조연도 못 되는 단역 수준이기에 영화의 중심으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나는 휴즈 형제가 말하려는 것이 조부모나 로니 보다도 샤리프의 입으로 나온다고 느껴졌다. 샤리프는 케인에게 자신의 아버지 버틀러(찰스 듀튼)를 소개해 준다. 그는 케인을 만나 "자신의 아들이 회교도를 믿고, 자신은 예수를 믿지만, 알라가 자신의 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준다면, 그것을 존중해줄 수 있다."라며 조언해준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도 말한다. 샤리프의 아버지는 케인의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하지만, 가르치는 방법에서 강직함과 상식적인 설교를 한다. "흑인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고난'이고 백인들은 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 그것만이 흑인이 미국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리지 않는 것과 삶을 연명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버틀러의 말이자 휴즈 형제의 말이다. 케인은 샤리프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경찰에 아무 이유도 없이 체포된다. 그리고 그들은 케인과 샤리프를 구타하고 남미계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떨어뜨리곤 사라진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케인은 로니의 제안에 솔깃한다. 로니는 지긋지긋한 와츠를 떠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그 말은 이제 서로가 '유사가족'이 아닌 '진짜 가족'이 되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다. 퍼넬이 그랬듯 자신이 로니가 키우는 아들, 즉 퍼넬의 아들 안토니를 지켜주고 싶은 것. 다만, 자신을 지켜주었던 방식과는 다르게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거리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 흑인 남성으로 올바르게 자라는 것으로 말이다.

케인은 그들과 함께 떠나기로 결정한다. 로니의 가족과 함께 애틀랜타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그렇게 와츠에서 생활을 마무리하는 조그마한 파티도 한다. 그리고 수감중인 퍼넬을 찾아간다. 퍼넬은 모두 알고 있었고, 케인에게 자신의 가족을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려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자신의 아들인 안토니에게 알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자신들이 살아남은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퍼넬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인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봐준 퍼넬처럼 안토니를 돌봐줄 것을 다짐한다. 그들은 그렇게 웃으며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케인이 오프닝 장면에서 언급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휴즈 형제는 영화를 보는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의 마지막이 현실과 가장 어울리는 엔딩이 아니었을까. 피는 피를 부른다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영화의 마지막에 심어 놓는다. 휴즈 형제의 선택은 잔인하지만, 진실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서 계속 진행되는 그들의 삶인 것이다. 그래서 현실은 늘 외롭고 고통스러운 법이다.

P.s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흐르는 힙합과 알앤비 노래들은 음악을 맡은 프로듀서 QDlll의 감각이었다. 사운드트랙엔 영화에도 등장하는 엠씨 에잇(MC Eith)을 비롯하여, 스파이스 원(Spice 1), 피트 락 앤 씨엘 스무쓰(Pete Rock & CL Smooth),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 부기 다운 프로덕션스(Boogie Down Productions), 디제이 퀵(DJ Quik), 투 숏(Too Short) 등등, 90년대 초•중반 힙합 씬을 대표했던,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랩퍼들의 곡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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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JAMES
    1. JAMES (2012-11-03 12:34:17 / 218.48.208.*)

      추천 0 | 비추 0

    2. 시간나면 돌려보는 영화 .

      리드머에서 좋은글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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