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주메뉴

최근 공지사항 및 SNS 링크

통합검색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통합검색

컨텐츠

Review

  1. Home
  2. Review
Roc Marciano - Reloaded
강일권 작성 | 2012-11-27 22: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6,355 View

Artist: Roc Marciano
Album: Reloaded
Released: 2012-11-13
Rating:
Reviewer: 강일권









특별히 인상깊은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가 조직했던 플립모드 스쿼드(Flipmode Squad)에는 인재가 꽤 많았다. 라 디가(Rah Digga), 로드 해브 머씨(Lord Have Mercy), 패푸즈(Papoose) 등등… 그리고 여기 락 마르시아노(Roc Marciano)까지.

2010년에 발표했던 첫 솔로작 [Marcberg]에서 상당한 수준의 워드 플레이와 특유의 거리형 힙합 무드를 선보이며, 뒤늦게 언더그라운드 힙합팬의 가시권에 진입한 그는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 여전히 수준 높은 라이밍과 한층 무르익은 프로덕션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작보다 더욱 어두워진 [Reloaded]는 흡사 한 편의 잘 만들어진 필름 느와르, 혹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걸작과도 같다. 그리고 마르시아노는 (디럭스 버전 기준) 18곡 중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에게 3곡, 큐팁(Q-Tip)과 더 아크 드루이즈(The Arch Druids)에게 각각 1곡씩 맡긴 걸 제외하고 전곡을 프로듀싱함으로써 이번에도 주연뿐만 아니라 감독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냈다.

마르시아노가 앨범 대부분에서 할애하는 주제는 거리와 갱스터리즘(Gangsterism)에 관한 것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여느 하드코어 랩과 별다른 지점이 없지만, 그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치밀하게 구조를 짠 라임을 바탕으로 잔뜩 거친 분위기를 형성하는 가운데, 순간순간 번뜩이는 펀치라인의 유머를 가미하며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과시한다. 대표적인 예로 첫 곡 "Tek to a Mack”만 해도 간혹 터지는 유머러스한 비유가 진지한 곡의 분위기와 어긋나면서 일어나는 감흥이 절묘하다. 그리고 이를 마무리하는 건 탁월한 플로우다. 마르시아노는 플로우에 힘을 많이 주거나 변형을 통해 감정의 기복을 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낮고 차갑게 뱉어대며 청자를 느슨하게 조이는데, 때문에 본작에서 그는 지적이면서도 냉혹한 킬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랩 스타일은 프로덕션과도 굉장히 차진 궁합을 보인다.

랩뿐만 아니라 마르시아노의 프로덕션도 굉장하다. 그는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붐 뱁(Boom-Bap) 식의 드럼을 극도로 배제하면서 리듬 파트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샘플과 베이스 라인만으로 비트를 주도한다. 더불어 무드 형성을 위한 악기 소스와 사운드 소스들 -총소리나 슬럼가 아파트 현장 등등- 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앨범 전체가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게 유도한다. 특히, 사이키델릭 밴드 씨에이 퀸텟(C.A Quintet), 포크 록 뮤지션 존 마틴(John Martyn), 포크 뮤지션 숀 필립스(Shawn Phillips) 등등, 의외의 장르와 (적어도 흑인음악 팬들에겐) 생소한 이름들이 포함된 그의 디깅 목록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소울 뮤지션 로니 맥니어(Ronnie McNeir)와 재즈 뮤지션 톰 스캇(Tom Scott)의 곡들도 샘플링했지만, 이들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과 곡은 아니다.

이러한 의외의 장르와 생소한 곡들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사운드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복고적인 질감을 포함한) 뉴욕 힙합 사운드로 우려진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Tek to a Mack”, “76”, “We III”, “Death Parade”, “Nine Spray”, "The Man" 같은 곡들을 들어 보시라! 여기에 알케미스트가 특유의 불안정한 기운의 건반 룹을 통해 빚은 곡들("Flash Gordon",  "Pistolier")로, 큐팁 역시 장기를 살려 재즈 어프로치를 제대로 감행한 비트("Thread Count")로 이름값에 걸맞게 조력했다. 더해서 LA 출신의 신인 프로듀싱 팀 아크 드루이즈가 선사한 묵직한 붐 뱁 사운드 “Emeralds”도 앨범에서 가장 전형적인 스트리트 힙합의 감흥을 전하며 얼굴 마담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락 마르시아노는 국내 힙합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팬이라면, [Reloaded]를 듣는 순간 많은 이가 앞으로 그의 결과물을 기다리게 되리라 장담한다. 본작은 유난히 탁월한 앨범이 많이 쏟아져 나왔던 올해 힙합 풍년 속에서도 손가락에 꼽을만한 걸작이며, 한동안 잊혔던 뉴욕 거리 힙합의 결정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코멘트

  • 등록
  • 아기코끼리덤보
    1. 아기코끼리덤보 (2013-10-31 00:44:13 / 115.41.172.**)

      추천 3 | 비추 0

    2. 클래식!!
  • 양지훈
    1. 양지훈 (2012-11-27 22:17:56 / 1.241.198.***)

      추천 4 | 비추 0

    2. 롹 마리시아노의 이번 앨범을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는 분은 올해 7월에 발매된 Luv NY의 [Luv NY]도 꼭 들어보세요. 락 마르시아노가 주축으로 참여한 앨범이라서 비슷한 느낌의 곡이 많습니다.

      Luv NY = A.G. & O.C. of D.I.T.C. + Dave Dar + Kool Keith + Kurious + Roc Marciano of U.N. + Ray West

이전 목록 다음

관심 게시물

  1. 로딩중
GO TOP

사이트맵

리드머(RHYTHMER) | ⓒ 리드머 (Rhythmer). All rights reserved.

이메일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