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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소년 - 택배왔어요
남성훈 작성 | 2012-12-06 17:5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3 | 스크랩스크랩 | 33,523 View

Artist: 아날로그 소년
Album: 택배왔어요
Released: 2012-11-22
Label: HIPHOPPLAYA (배급)
Rating:
Reviewer: 남성훈








‘[행진]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아날로그 소년의 다음 앨범, 아니 다음 랩이 기다려진다. 방향성을 확실히 한 랩퍼의 모든 랩은 그 다음부터 청자들과 일종의 심리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재작년 이맘때 기고한 아날로그 소년의 [행진] 앨범 리뷰의 마지막 문장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2년 후, 아날로그 소년은 [택배왔어요]로 전작이 남겨놓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데 성공한다. 확실한 색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평가하는데 전작과의 비교는 가장 뚜렷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선 기술적인 완성도에서 [택배왔어요]는 전작보다 견고해졌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던지 그렇다.

여전히 김박첼라가 주도하는 드럼 활용이 강조된 라이브 세션 풍의 프로덕션은 명료하게 분리된 사운드가 다시 빈틈없이 짜이는 구성으로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앨범 전체의 감상을 돕는다. 여기에 가세한 소리헤다와 소울피시는 큰 이질감 없이 각자 추구하는 질감을 부여해 유연함을 더하며 앨범의 건조함을 걷어낸다. 아날로그 소년은 허를 찌르는 라이밍이나 현란한 스타일로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 내는 랩퍼는 아니지만, 박자를 타는 안정적인 라임배치에 적당한 속도감을 더해 만들어 내는 뛰어난 가사 전달능력인 자신의 장기를 생각할 수 있는 끝 단까지 끌어올리며 프로덕션과 합을 맞춘다. 전작보다 현저하게 줄은 보컬 덕분에 그 효과는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택배왔어요]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아날로그 소년이 담아낸 이야기의 치밀함과 구성미 때문이다. 가장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사회계급적인 이념을 내포한 서글픈 청춘 찬가를 담아 낸 전작 [행진]과 [택배왔어요]가 2년의 시공간을 가진 연작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작가가 노골적으로, 혹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는 느낌은 오히려 감상의 묘미를 선사한다. [행진]에서 청춘의 낭만을 부르짖으며 현실의 앞에 섰지만, 애써 그것을 외면하던 한 청년은 결국, 택배 배달기사가 되어 있다.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헷갈리는 순간, [택배왔어요]는 그렇게 시작된다. 더 이상 낭만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어졌지만, 긍정적인 태도는 남아있는 그는 앨범 안에서 두 번 출근하며 반복적인 소시민의 하루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펼쳐놓는다. “택배왔어요”를 외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부조리함에 갇힌 택배기사는 “먹고 살자”와 “나쁜 녀석들”에서 울분을 토로하고, 기껏 “장터국밥”과 “이웃사촌”에서 낭만을 찾아보려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첫 차는 달린다”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터로 나선다. 어쩐지 서글픈 하루를 반복하며 지쳐버린 그가 찾는 것은 낭만을 외치며 살았던 마지막 순간 “졸업”과 그 시절을 함께 하던 친구들을 불러 서로를 위로하는 “그 때 거기로 와”, “박수”다.

[택배왔어요] (혹은 [행진], [택배왔어요] 연작) 앨범은 많은 양의 이야기를 특정 화자가 일관되게 풀어내는 랩/힙합 장르 특유의 성질을 활용해서 사회의 특정한 면을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이는 주류 대중문화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던 지역사회의 모습을 개인의 시선이 담긴 랩으로 그려냄으로써 나아가 사회의 이면을 꺼내 보이며 성장한 미 힙합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치색을 배제한 개인의 이야기로 그 어떤 앨범보다 정치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감상을 남기는 작품으로 마감된 것은, 분명 뚜렷한 캐릭터가 이끄는 곡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청자로 하여금 담겨진 이야기 이상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치밀한 이야기의 힘이다. 아날로그 소년이 랩이 가진 특질로 만들어 낸 이런 식의 성취는 독보적인 영역이기에 아티스트의 성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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