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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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Game
Album: Jesus Piece
Released: 2012-12-11
Rating :
Reviewer: 남성훈
지금 와 생각해보면, 게임(The Game)은 남들은 생각도 못 할 '로또'를 두 번이나 맞았던 랩퍼다. 자신이 신처럼 여기는 닥터 드레(Dr. Dre)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당시 가장 잘 나갔던 피프티 센트(50 Cent)의 지원을 받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에미넴(Eminem)까지 앨범에 참여시키며, 자신이 왜 'N.W.A'부터 이어진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랩 계보의 후계자인지 앨범 내내 생색내는 귀여운(?) [The Documentary](2005)를 거대한 스케일로 만들어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자, 이제 두 번째 로또. 본인에겐 아픈 기억이겠지만, 정반대의 사건이다. 첫 앨범의 성공 이후 벌어진 쥐-유닛(G-Unit)과 디스전으로 아버지와 같았던 닥터 드레의 외면을 받게 된 일은, 정작 자신만의 드라마가 없었던 그에게 두 번째 앨범인 [Doctor's Advocate](2006)를 클래식 앨범으로 완성해 낸 강한 자양분이 되었다. 두 장의 강력한 연작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어진 두 장의 앨범에서 모습은 밋밋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건과 강한 화학작용이 없는 상태에서는 앨범의 완성도를 보장하지 못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평범한 갱스터 랩 앨범으로 들렸던 [L.A.X](2008)는 넘어가도, 닥터 드레와 재회라는 큰 사건을 성급하게 앨범에 끌어들여 감흥보다는 어설픈 감상의 드라마를 구현한 [The R.E.D Album](2011)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비교적 빨리 발표된 후속작 [Jesus Piece]는 과연 어떨까? 그가 [Jesus Piece]를 구상하고 만들어 낸 방식은 이전 앨범들과 매우 다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한 차원 더 올라가려는 게임의 작가적 야심과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힙합 앨범을 바라보는 시각 범위 자체를 넓혔다고 평가받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시작으로 예술가 자의식이 깊게 투영된 몇몇 메인스트림 힙합 앨범들의 비평적/상업적 선전은 많은 랩퍼들의 목표 자체를 새롭게 그렸다. 분명 앨범 제작 과정을 지켜봤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 역시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게임은 예수 모양 펜던트를 뜻하면서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중의적 타이틀 [Jesus Piece]를 통해 예사롭지 않은 앨범 컨셉트를 드러낸다. [Jesus Piece]는 악명 높은 갱스터 랩퍼가 자신을 악인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예수가 그런 것처럼 구원하려는, 단, 스스로 구원하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면, 이번엔 ‘bad kid, m.A.A.d city’라 생각해도 되겠다(논란이 된 갱스터 코스튬을 한 예수처럼 보이는 게임이 자리한 디럭스 앨범의 커버는 앨범에 녹여내려고 한 모든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컨셉트는 꽤 흥미롭고 거창하지만, 게임이 그 감흥을 전달하려는 방식은 단순하다. 마치 쥐-유닛을 상대로 한 협박내지는 승전보 같은 “Scared Now”에서 자신을 나쁜 놈 중에 나쁜 놈으로 새삼 규정하고, “Jesus Piece”에서 슬쩍 신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토로하는 뉘앙스를 풍기더니, “Ali Bomaye”에서 여러 지역의 여성들을 ‘Bitch’로 통칭하며 나열하는 상스런 모습을 보이다가도 “Pray”에서 그 부분을 깊게 파고 들어가 측은함을 더하는 식이다. 켄드릭 라마의 앨범에서 가져온 듯한 “See No Evil”을 지나, 신의 구원에 좀 더 노골적이 된 “Can’t Get Right”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앨범의 주제를 향해 간다. “Hallelujah”에서 성스러운 척하지만, 삐딱한 자세로 신과 천국을 가지고 거래를 하려는 듯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문제는 과연 이런 구성과 장치들이 의도한 무드가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느냐, 트랙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마감된 작품으로 거듭나 큰 감흥을 주느냐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는 실패에 가깝다. 다수의 감상 후 각 트랙과 가사가 품은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여도, 단 한 번의 강렬한 하이라이트를 제공하지 못하는 구성은 의아할 정도의 지루함을 유발하고, 그 밑엔 게임의 전 앨범을 통틀어 가장 빈약한 비트 프로덕션이 깔렸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개별 곡마다 적당히 즐겁게 들을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고, 컨셉트 앨범의 흐름을 읽어내면 앨범 전체에 걸쳐서 다변화한 감정의 합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앨범의 주인공부터 성급하게 컨셉트의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해 자연스레 감흥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평범한 갱스터 랩 트랙들이지만, 컨셉트 앨범을 규정하는 종교를 연상시키는 몇 라인 덕분에 그 성격과 기능은 확연해졌는데, 자연스러운 완급조절에 실패해 작품 욕심만 남아버린 것이다. 가장 좋은 예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지점인 “Freedom”의 마지막, 앨범의 제작의도를 굳이 케빈 하트(Kevin Hart)의 육성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며 여운을 다 깨트린 후, 현재의 모습 있는 그대로 구원받았다는 앨범의 훈훈한 결말을 샘플링 원곡인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1st of Tha Month”만 그리워지는 “Celebration”을 던진 것은 어쩐지 성급하고 유아적이기까지 하다.
게임이 야심 찬 의도를 가지고 꾸민 기대작 [Jesus Piece]를 그의 초기작이 아닌, 커리어 중 최악으로 여겨지는 [The R.E.D Album]과 우위를 따져야 한다는 것은 화나는 일이다. 여전히 단순 무식함과 페이소스를 동시에 담을 줄 아는 갱스터 랩퍼로서 매력이 유효하기에 차라리 무리한 컨셉트 앨범 욕심 없이 갱스터 기믹을 극대화한 전작의 연장선에서 앨범을 좀 더 견고하게 꾸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목소리 톤의 미묘한 변화는 일부러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그게 가장 큰 패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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