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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노스 인 뉴올 - Humanoid/Hypnotica
남성훈 작성 | 2010-03-23 19:0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 | 스크랩스크랩 | 32,622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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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마이노스 인 뉴올(Minos In Nuol)
Album: Humanoid/Hypnotica
Released : 2010-01-22
Rating :

Reviewer : 남성훈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배우, 각본, 촬영, 효과 등 수많은 구성요소가 모여 영화를 만들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고 조합해 다듬는 한 명의 지휘자가 가지는 능력과 의도에 따라 그 결과물의 수준차이가 생기고, 전통적인 감독의 임무를 다 했다면, 작품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그가 지게 되는 것이기에,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음악에도 이런 공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까지 한 호흡으로 마감 처리된 하나의 결과물이다. 음악에서 영화와 같은 마감된 결과물은 무엇일까? 물론, 곡 단위로 나누는 이도 있겠지만, CD 한 장의 분량에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포함하며 발매되는 앨범이라는 형식이 가장 근접한 결과물일 것이다. 이 경우는 곡을 만들고 다듬는 프로듀서는 앨범의 구성요소가 되며, 대부분 가수 본인, 혹은 투자-제작자가 감독의 역할을 맡는다. 음악 외적인 상황까지 고려하며 곡들을 엮어 한 호흡을 만드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터. 음원 판매 방식으로 시장이 변화된 최근엔 곡 하나하나에 집중하느라 곡간의 유기적인 연결은 중요하지 않게 된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앨범 전체의 음악을 맡게 되면 감독의 역할까지 겸하면서 앨범을 구성하기에, 청자는 온전히 앨범을 하나의 결과물로 감상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비평의 화살은 정당하게 음악감독에게 날아가고, 어쨌든 그는 결과물에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프로듀서 뉴올이 앨범 전체를 조율한 [Humanoid/Hypnotica]는 서두에서 말한 것을 적용하기 좋은 예이다. 앨범명과 인트로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앨범의 컨셉트는 그 자체만 보면 음악이라는 영역으로 넘어왔을 뿐 식상하다. 미래사회의 기술발달과 인간성의 이질적인 만남으로 인한 부조리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로 1980년대부터 정형화되어 왔다. 하지만, 막연히 미래라고 생각했던 21세기도 10년이 지나버린 2010년 서울, 사이버펑크의 장르적 특징은 비로소 현실과 만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우산을 쓰고 거대하게 솟아있는 전자가로수 앞에서 터치스크린을 만지는 사람, 포장마차에서 군것질을 하는 사람, 그리고 모두의 손에서 빛나고 있는 휴대전화가 끝없는 자동차의 불빛과 현란한 광고판들 아래 한데 섞여 있는 장면은 조금의 상상력만 보태면 우리가 사이버펑크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본 앨범을 관통하는 것은 ‘이질성’이다.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미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을 잃지 않는 뉴올의 비트는 20세기에서 건너 온 자들이 느끼는 미래, 즉 현재를 반영하고, 마이노스의 호소력 짙은 랩은 반대로 현재를 미래로 받아 들이는 -20세기를 현실로 인식하는- 자들을 반영한다. 마이노스의 랩은 앨범 전체에서 유난히 뉴올의 비트와 섞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데, 청자가 비트에 집중을 하느냐 랩에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사라지는 듯한 경험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꽤나 흥미로운데, 듣는 이로 하여금 이질감을 유발하는 둘의 조합은 앨범을 관통하며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앨범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비트와 랩의 이질적인 조합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이 앨범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결과물임을 반증한다. 

영리한 뉴올은 파트너인 마이노스에게 앨범의 컨셉트와 추구하는 바를 굳이 가사로 설교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앞서 말한 인간형 자체인 마이노스를 자신의 비트 위에 그대로 배치하고 그가 하던 대로 뛰어 놀게 만들었다. 이전보다 약간 격한 발성과 논조를 앨범 곳곳에서 펼치는 마이노스는 앨범의 양 극점을 더 벌어지게 만들며 불편한 느낌을 전해주지만, 그러할수록 왠지 모를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21세기와 20세기가 만나는 부조리의 경계에 선 부적응자의 호통 정도로 들리는 분위기가 이유일 것이다. 이는 마이노스의 실력이나 내용과는 별개로 뉴올이 만들어 낸 공기이다. 뉴올은 마이노스의 인간미 넘치는 단어로 꾸며진 호소력 있는 발성의 랩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와 재료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랩이 끝나자마자 건조하고 탁한 인터루드(Interlude)를 이어 붙여 청자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AM2”와 같은 곡 안의 오토튠의 적절한 활용은 인간과 기술의 만남,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휴머노이드'를 형상화시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청각적 자극을 목적으로 주로 도입되고 있는 오토튠의 창조적 활용의 경우라 하겠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S.E.O.U.L” 과 “Gentleman’s Quality”이다. 정치-사회적으로 꼬이고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서울이라는 공간에 투신한 한 외부인의 부적응 속 변화된 모습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S.E.O.U.L”은 -앨범의 큰 기운인- 각자의 시간들에만 존재하려는 것들이 만나 나타나는 ‘이질성’을 공간적인 개념으로 끌어들이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돌연변이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낸다. “S.E.O.U.L”의 주인공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Gentleman’s Quality”에서 본질은 같지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조우하는데, 메카가 손에 잡힐 듯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현대인의 또 다른 자아는 도시라는 공간, 21세기라는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휴식처, 또는 끝까지 부정하고는 있지만, 자신에게는 찾을 수 없는 어느 순간 상실되어 버린 어떤 것을 상징한다. 온전한 감상을 위해 보너스 트랙으로 포함된 두 곡의 플레이를 멈춰야 할 정도로 여운을 남기는 멋진 마무리다.

뉴올은 단지 곡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를 넘어, 과욕 없는 일관성과 안정된 지휘를 통해 앨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다듬을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연을 통한 앨범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련한 마이노스를 파트너로 택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작가가 원하는 감상의 자세를 청자에게 요구하는 원초적인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것, 청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큰 굴곡이 앨범에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의도한 것과 의도하진 않았어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기운들이 합쳐져 근래 보기 드문 작가주의 앨범을 만들었다. 앨범이 물리적인 형식으로만 불려지고, 기껏 수록 곡들의 완급만 조절한 것이 앨범구성의 정당성으로 내세워지는 요즘, [Humanoid/Hypnotica]는 사라지고 있는 앨범의 가치를 환기시킬 수 있는 환영할만한 작품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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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asym
    1. asym (2015-05-27 21:25:55 / 211.109.114.***)

      추천 0 | 비추 0

    2. 리뷰를 다읽기는 한건가?
  • lovejake
    1. lovejake (2010-04-01 08:52:28 / 211.48.3.**) 삭제

      추천 0 | 비추 0

    2. 좋아요
  • Minblo
    1. Minblo (2010-03-27 16:57:49 / 124.216.217.***) 삭제

      추천 0 | 비추 0

    2. 마이노스 랩이 그렇게 좋았나요?

      개인적으론 트랙이 넘어갈수록 지겨움이 더해졌고

      박자도 이상한데서 자주 끊던데..
  • Ros-D-
    1. Ros-D- (2010-03-27 15:40:35 / 218.238.177.***) 삭제

      추천 0 | 비추 0

    2. 음; 비트가 확실히 예전보단 흥미로운 요소가 줄어들고
      마이노스의 랩이..진부하게 느껴진것도 있었지만;
      공감이 가는건 정말 비트나 랩중 하나는 빠져버리면
      다른 하나는 잘 안들리는.. 그런점이 공감이 가네요.

      근데


      메카-_-들을 땐 왠지 귀에 감기더라구요....
  • 허찌
    1. 허찌 (2010-03-26 16:52:43 / 211.192.248.***) 삭제

      추천 0 | 비추 0

    2. 난 너무 좋았는데 !
  • 펭큉
    1. 펭큉 (2010-03-25 03:39:23 / 180.66.230.***) 삭제

      추천 0 | 비추 0

    2. 비트는 그전에 뉴올이 보여줬던 결과물에

      비해 너무 기대 이하였고

      마이노스는 가끔 라임을 이상한데 박아

      반복되는 리듬을 끊을때도 있고 표현력도

      진부했어요
  • 켈로그
    1. 켈로그 (2010-03-25 03:00:39 / 211.61.34.**) 삭제

      추천 0 | 비추 0

    2. 잘 들었습니다.
      랩은 기교는 굉장히 뛰어난데 담백한맛이 좀 부족했던것 같고
      비트도 뭔가 더 잘 만들 수 있었을거 같은 느낌
  • The Crack
    1. The Crack (2010-03-24 22:28:05 / 211.203.149.**) 삭제

      추천 0 | 비추 0

    2. 별로임, 랩도 비트도 전부 다
  • 손명환
    1. 손명환 (2010-03-24 21:24:21 / 59.21.190.***) 삭제

      추천 0 | 비추 0

    2. 리뷰별점이 생각보다 높네요 꽤....;
  • one
    1. one (2010-03-24 18:15:31 / 61.109.117.*) 삭제

      추천 0 | 비추 0

    2. Gentleman's Quality 는 진짜 느낌 좋게 들었네요. 메카 부분이 뭔가 가슴을 울린다고 해야할까 씁쓸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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