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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기화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이경화 작성 | 2013-04-22 19:4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9,185 View



투애니원(2NE1)아파”, GD & TOP“Oh Yeah”를 비롯하여 다수의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며 서서히 인기 프로듀서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선우정아가 자신의 두 번째 앨범 발매에 앞서 몇 곡의 싱글을 선 공개했다. 2006년에 발매한 데뷔앨범 [Masstige] 이후, 7년 만에 발매된 이번 앨범은 선 공개된 트랙 덕분에 일찌감치 그녀의 팬들에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몇 년간 YG라는 대형 레이블에 몸담고 있다가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라는 인디 레이블로 적을 옮겼지만, 최근 다이앤 버치(Diane Birch)“Fire Escape”을 연상케 하는 이하이의 짝사랑을 비롯하여 무려 네 곡에 걸쳐 이하이 앨범에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며 여전히 YG 사단과 끈끈한 유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중 이하이의 짝사랑속에 등장하는 가사

 

오직 너만이 출연하는 특별한 작품의 제목은 짝사랑

그리고 난 단 하나의 관객

 

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틴토 브라스(Tinto Brass)의 단편 영화 [Metro]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용은 지하철 플랫폼에서 옷을 하나 둘씩 벗는 여자를 건너편에서 지켜보는 뭐 그런 내용이다. 틴토 브라스 영화의 최대 장점은 자막이 필요 없다는 것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아보도록 하자.

 

어쨌든 얼마 전 한 매체에서는 이하이의 앨범과 관련하여 리드머 편집장에게 전문가 의견을 물었고, 편집장은 레트로 소울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지만, 어째서인지 매체에선 메트로 소울이라는 오타를 내며 아직도 오타 수정을 안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메트로 소울이라는 장르를 개척해보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해보며, 선우정아의 선 공개됐던 싱글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에 지나온 삶을 동기화해보려고 한다.

 

보컬을 따라 흐르는 쓸쓸한 관악 파트와 가스펠 성향의 코러스라인, 피아노가 메인으로 쓰인 곡의 주제는 한마디로 헤어지자라는 내용이다. 연애의 마지막 단계인 헤어짐을 노래한다. 이렇게 화자가 상대방에게 헤어짐을 얘기하는 노래를 청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곡 속 화자가 되어 상대방을 짓밟는 감정으로 듣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반대로 상대방의 감정을 가지고 처참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이 곡의 묘미는 후자의 방식으로 청취하는 데 있다. 초반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다가 피아노 변주와 함께 기승전결 뚜렷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곡 제목 그대로 내가 파괴되어 버림받는 울적한 기분이 든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더욱 섬뜩하다.

 

병신 같은 얼굴 치워 너땜에 죄책감이 들잖아

쓰레기처럼 짐이 되지마

 

같은 가사가 그렇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몇 번의 연애를 하며 때로는 헤어짐을 얘기하고 때로는 그 반대가 되어 차이기도 한다. 비록, 이 곡 속 화자는 헤어짐을 노래하지만, 곡을 만들게 된 과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다음은 선우정아 씨가 직접 필자에게 보내준 트위터 맨션 중 일부다.

 

“'ㅂㅅ같은'.... ㅎㅎㅎ 어릴 때 차일 때 상대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선우정아는 어린 시절 버림받던 기억으로 이 곡을 써내려 간 모양이다. 앞서 말했듯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연애의 마지막 단계를 경험하고 그 순간은 살면서 잊을 수 없는 가장 비참한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던지는 그 어떤 말과 행동들 모두 상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먼지처럼 허공에 뿌려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던진 말과 행동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별을 직감하곤 한다. 곡 제목으로 쓰인 파괴하는 순간이란 이런 모습을 나타낸다. 이 곡을 들으면서 몇 차례 숨이 턱턱 막히고 흠칫 놀랐던 건 병신 같은 얼굴 치워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지나간 연애사를 돌이켜보면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학창시절 허세 가득해 누군가 사랑이 뭐야?”라고 물을 때면, 애정하던 존 레논(John Lennon)의 노랫말처럼 사랑은 우리가 무언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것(Love Is Knowing We Can Be / Love )”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세계에서 사랑의 과정을 거치며 존 레논이 말한 사랑의 의미가 틀렸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도록 키스 한 번 못하고 자란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고 자연스레 첫 이별도 있었다. ‘그녀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며 매일 꿈 같은 나날을 보냈다. 학창시절 연애를 못해본 탓에 나는 애정결핍 환자가 되었고 그녀는 치료사가 되어 서로를 보듬어 주었다. 초반의 애틋함은 시간이 지나자 편한 익숙함이 되었고, 곧 한 사람에게 지루함으로 변했다. 사랑이란 결국 한가지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변해가더라. 국내 음악에도 이런 사랑의 과정을 나타낸 많은 곡이 있다.

 

정현 위태로운 이야기

 

절정을 지나버린 모든 것 결국 시들어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익숙함을 지나 지루함을 지나

Love 못 믿을 이름

 

최근에 발표된 보아의 곡에는 이보다 더욱 노골적인 표현으로 사랑이 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보아 그런 너

 

내 눈을 쳐다보지 않는 너

내 마음을 읽지 않는 너

내 슬픔을 외면하는 너

 

이렇게 첫사랑과 연애에서 이별로 가는 과정에 있던 어느 날이었다. 매일 같이 만나던 사이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바쁘게 지냈고 서로 얼굴 볼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간만에 만나면 예전처럼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던 시간이 늘어갔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던 그날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던진 말과 행동이 하나 둘씩 영향력을 잃어가던 그때 눈치도 없이 코피가 흘렀다.

 

... 휴지 있으면 좀 줄래?”

 

창밖을 보던 그녀는 나를 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없어.”

 

나 코피가 나는데….”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주섬주섬 만지며 휴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선우정아가 노래한 병신 같은 얼굴 치워를 들으며 그날의 차갑던 공기와 해가 진 어둑한 하늘, 창밖을 바라보던 그 사람의 옆모습 등이 되살아났다. 코피를 흘리며 휴지를 구걸하던 나는 분명 그녀에게 병신처럼 보였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온 연애사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은 선우정아의 곡을 들으며 그렇게 떠올랐다.

 

그날 그녀가 나에게 주지 않은 것은 단 몇 장의 휴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던진 말과 행동을 파괴시키며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이다. 연애 초반의 따뜻했던 배려가 차가운 외면으로 뒤바뀐 그날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 나는 이별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당시 존 레논이 노래한 사랑 대신 또 다른 사랑의 의미를 찾으면서 울며 듣던 곡이 있었다. 임재범아름다운 오해였다.

 

아름다운 오해 임재범

 

사랑은 찬란한 그 빛 때문에

결국에 눈이 먼 채로 어둠만을 보게 되지

사랑은 난파된 배를 탄 거지

부서진 조각을 찾다 죽어가는

 

처음 이별을 겪은 이후 누군가 사랑이 무어냐고 물을 때마다 임재범의 이 곡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사랑의 의미는 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몇 차례의 연애를 더 하고 나서 결혼을 하고, 이제는 나와 아내를 반씩 닮은 아이가 존재한다.

 

지금 내게 사랑이 가지는 의미는 가족이다. 선우정아의 곡을 들을 때마다 병신 같던 그날의 비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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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양지훈
    1. 양지훈 (2013-04-24 18:17:39 / 1.241.76.***)

      추천 0 | 비추 0

    2. 아... 음악 동기화 시리즈 쭉 읽으면 재밌네요 ㅋㅋ 역시 진솔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기면 재미라는 게 있을 수밖에~
  • 나도 랩퍼할래
    1. 나도 랩퍼할래 (2013-04-23 10:24:34 / 222.117.134.***)

      추천 0 | 비추 0

    2. 슬프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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