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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아이돌의 민망한 동거동락(落)
남성훈 작성 | 2013-07-11 19:5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5 | 스크랩스크랩 | 38,527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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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블락비', 'B.A.P', ‘인피니트H’ 등 근래 등장한 몇몇 보이 그룹들은 빼어난 외모와 명확한 컨셉트, 그리고 잘 훈련된 퍼포먼스를 통해 주로 10대를 소비층으로 삼고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아이돌 가수의 전형적인 문법을 잘 따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아이돌과 차이가 있다. 바로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며 장르 음악, 장르 아티스트를 과감하게 팀의 컨셉트로 끌어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그 균열의 결과 장르 애호가에게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민망한 시간을 제공하고, 정작 중요한 아이돌 그룹으로서 가치도 모호해졌다. 한국의 아이돌, 특히 90년대 쏟아진 보이 그룹은 그들을 탄생시킨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장르음악의 요소들을 절묘하게 댄스 퍼포먼스에 끌어들인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마치 원죄처럼 장르음악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멤버의 작곡/연주 능력이나, 장르음악 무드의 차용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그 한계에 쉽게 다다르고 말았다. 결국, 아이돌 기획자들은 장르음악, 또는 아티스트 강박감을 버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결벽에 가까운 철저하게 기획된 멤버구성과 빈틈없는 퍼포먼스에 집중하며 이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틀을 바꾼 '한류'라는 큰 흐름이 시작되고, 장르음악 애호가나 장르 아티스트에게 아이돌 가수 대부분의 음악이 매우 쿨하게 선호되고 소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 여기서 궁금해진다. 왜 서두에 언급한 아이돌 그룹들 측은 이미 유명 방송가요 기획자들이 10년도 더 전에 버리다시피 한 방법으로 10대 대중을 공략하려고 하는 것일까? 해답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철저한 기획을 전제로 하는 아이돌이니 이를 기획한 기획자나 회사의 성격과 의도를 보면 된다. 자신을 힙합 1세대로 지칭하는 방시혁, 인터넷을 통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랩퍼 조PD, 에픽 하이의 전 소속사이기도 했던 울림엔터테인먼트 등등, 힙합음악과 매우 연관이 깊은 이들이 제작자나 회사로 그들 뒤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합은 대형 기획사가 지배한 무한경쟁의 방송가요 시장에서 그들이 가진 회심의 무기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방송가요/아이돌 시장의 허를 찌르는 무기로 작용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회의적이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기존의 인기 아이돌을 넘어서는 성공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해서 괜찮은 기획이었지만, 시기가 적당하지 않았다거나 기획사의 힘이 약했다거나 하는 일부의 변명이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방법의 단순 반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짙은 호소력을 표방한 랩과 보컬, 과장된 몸짓의 반항적 느낌이 강한 퍼포먼스 위에 10대가 공감할 사회문제를 살짝 곁들이며 등장을 알리다가도, 급작스레 귀여운 남자친구의 모습으로 사랑 노래를 소화하는 모습은 90년대 중반 H.O.T가 구축한 전사의 후예”, “캔디로 이어지는 대중공략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각 곡의 목적에 따라 단순 차용한다는 것 외에 어떤 맥락도 없이 힙합 내 세부장르의 고유 스타일을 그대로 따와서 만들어 내는 방법마저 흡사하다. 당시와 달라진 점은 멤버와 기획자가 조금 더 힙합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기획의 우선순위에 있는 성공의 방향이나 그룹 정체성의 한계 때문에 이를 내실 있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90년대 아이돌 댄스그룹이 갱스터 랩의 음악적 무드만을 단순 차용해 만들어진 곡과 이에 맞춘 안무로 5분 이내의 방송가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행보와 완전히 같은 방법으로 모든 기획을 짜고서는 ‘90년대 Golden Era로의 회귀이라는 당황스러운 보도자료를 돌리거나, ‘믹스테입’, ‘언더그라운드 활동/인맥’, ‘싸이퍼등의 코드를 남발하며, 장르 음악인으로 애써 위치시키려 하는 굉장히 민망할 뿐이다.


사진: 힙합 아이돌들

 

그런데도 일부 언더그라운드 장르 아티스트의 지지를 얻거나 일부 장르팬에게 응원을 받는 모습은 조금 기이하기까지 한데, 사실 그 당위를 따져보고 사소한 것을 쳐내면, 남는 것은 아이돌치고는 랩을 꽤 하는멤버가 몇 명 껴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왜 불과 얼마 전까지는 장르음악 시장에서 가장 배척당하던 활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일까? 이는 장르 자체가 아닌 아티스트에 집중된 팬덤 시장으로 점점 변해가며 흐려지는 홍대 힙합 시장과 많은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이 장르 고유의 멋은 배제하고 얻은 메인스트림에서의 가시적 성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씁쓸한 모습 등이 받아들여지는 현상과 공통점을 가진다. ‘일정 수준의 랩이 장르 음악 고유의 멋을 해치는 많은 것의 최후의 보루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90년대 댄스그룹들이 힙합에 대한 이해 없이 벌인 유사 퍼포먼스와 확연한 차이점을 제공하고 있을까? 아니면, 큰 의미 없는 정신승리에 가까울까?

 

힙합 아이돌의 팬은 보컬 사이를 메우던 추임새에 가깝던 대중가요의 랩과 다른 진짜 랩퍼인 멤버에서 다른 그룹과 비교해 음악적 우월감의 당위를 찾고, 동시에 힙합에 관심이 있던 이들은 한국 힙합의 고질병이기도 한 실체 없는 힙합 대중화의 한 단계로 이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둘을 제외한 대중은 90년대부터 존재해왔던, 이제는 시대착오적이라 부를만한 보이 그룹과 별다를 것 없이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불명확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디 감수성과 학벌, 외모가 결합한 브랜드화를 20년 전부터 존재하던 발라드 랩 음악에 얹어 가시적 성공을 이룬 버벌진트의 새로운 팬이 힙합 고유의 멋이나 랩의 완성도에 끌려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힙합 뮤지션이었던 그를 보아온 이들이 게시판에서 힙합과 별다른 상관 없는 성공에 굳이 그의 랩을 대중이 듣는다며 의미를 찾는 민망하면서 서글픈 과정과 비슷하다.

 

어쨌든 힙합 아이돌이 힙합을 부르짖던지, 랩을 얼마나 잘하던지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불특정 대중은 역시 심각하지 않게 으레 따라붙는 보도자료와 가수 스스로 표방하는 내용을 장르음악으로 인식하고 넘겨버리고 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힙합에 관심이 생겨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힙합 아이돌이 선택의 우선순위에 잡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장르 음악의 묘미를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니 더 이상의 감상의 확장도 상식적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한 힙합 아이돌 멤버는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며 가요계 하위리그와 장르 시장의 잘못된 계급화 인식을 사명감으로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시장의 측면에서도 가뜩이나 작은 장르음악 시장에 접근을 막아버리는 기능을 할 뿐인 것이다.

 

힙합을 이해한다고 하는 기획자와 가수가 거의 20년 전부터 존재하던 방법으로 방송가요의 하위리그에서 아이돌의 정체성으로 활동하며 장르음악인을 강하게 표방하는데, 일부 힙합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이한 지지가 존재하고, 힙합을 다룬다는 활동가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부정하지도 못한다. 더해서 대중음악 전문 기자들은 관련 보도자료만 참고해 전문성 없는 홍보기사만 쏟아내고, 장르음악인은 역시나 조용하다. 힙합 산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다른 국가에서,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에서도 다른 장르에선 쉽게 찾기 어려운 매우 흥미로우면서 다소 민망한 현상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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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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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ukka베플
    1. Fukka (2013-07-15 00:38:57 / 211.246.72.*)

      추천 6 | 비추 0

    2. 덕구님/덕구님 의견도 존중합니다. 근데 유현상 씨는 예가 좀 부족해요. 유현상이 트롯으로 나오고 예능에서 "롹!!"하면서 희화화돼서 나오는게 좀 충격이긴 했지만 이때 유현상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온.. 그러니까 '한때 한국 락 전설이었던 사람이 이게 모야..'하는 충격이었죠. 근데 지금 힙합씬에서 화두가 되는 사항은 현재진행형 뮤지션들과 얽힌 얘기 아닌가요? 이것부터 비교 자체가 좀 무리에요. 당연히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 나라 어느 음악신이건 나오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게 미국 흑음판에서 일렉트로니카랑 석여서 나온 음악들에 대한 장르신에서 상업적 비판과 한국힙합신의 요즘 추세를 같이 놓고 얘기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 Fukka베플
    1. Fukka (2013-07-15 00:41:23 / 211.246.72.*)

      추천 6 | 비추 0

    2. 닷붙이자면 덕구님이 든 유현상 예는 어느날 엠씨 메타가 랩 발라드 들고 나왔을 때 적용할수 있는 예라고 할수있겠습니다. 지금 청소년들과 한국힙합을 위주로 듣는 어린 힙합팬들이 지지하는 여러 힙합 아이돌과 그들을 지지하는 언더 힙합뮤지션들에 대한 비판의 예로는 좀 맞지 않은 거 같습니다
  • 덕구
    1. 덕구 (2013-07-16 09:58:02 / 115.93.69.***)

      추천 2 | 비추 3

    2. Fukka//뭔가 내 리플을 잘못 읽으신것 같은데 힙합시장 좋다고 한적 없습니다. 내가 한말은 지금의 힙합시장이 80~90년대에 여타의 장르음악 시장들이 격었던 상황에 비하면 훨신 나은 상황이라는 거지.. 그리고 지금 힙합아이돌들이 여전에 비해 동종음악인에게서 비난을 덜 받는지는 이 앞 리플에 이유를 적었습니다.
      힙합아이돌 문제는 본질적으로 장르음악과 상업성에 관련된 문제이고 달리보여도 다른 음악장르가 상업성때문에 격었던 그리고 현재도 격고있는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않다 라는게 제 의견입니다. 그리고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있는 이상 힙합아이돌이 갑자기 다 사라진다 하더라도 다른 상업성에 의한 문제는 생길거고요..
      그래서 이런 비판적인 칼럼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고 리스너들은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아트스트들을 찾아주고 들어주면 고맙겠다 뭐 이런 의견이였는데 너무 리플을 많이 쓴것 같네요 자꾸 오해가 생기니..
  • Fukka
    1. Fukka (2013-07-16 09:14:15 / 39.7.21.***)

      추천 3 | 비추 1

    2. 덕구님/클릭비나 씨엔블루에 락 마니아들이 지지를 보내진 않았죠. 걔네가 방송에서 일등한다고 '와 우리 록이 일등한다!! 대중화를 위해선 그들도 필요해!!' 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힙합판하고는 다르다니까요. 그리고 힙합시장이 안어렵다고 하셨는데 음원차트 안보세요? 오피셜리 미싱유 비범벅 눈물샤워 같은 음악만 상위권에서 돈 좀 벌지 대부분 힙합 뮤지션들 음악은 돈 별로 못벌어요. 이거뿐만 아니라 덕구님은 그냥 듣는 건 모르겠는데 의견 내려면 좀 흐름이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요
  • 덕구
    1. 덕구 (2013-07-16 01:01:35 / 124.5.231.**)

      추천 2 | 비추 5

    2. Fukka//위의 글에서 말하는 아이돌 문제도 결국 상업성의 문제로 치환될수 있는데요 내가 거기서 유현상씨 이야기를 한것은 유현상씨는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자기장르를 포기한 경우인데 현 한국 힙합시장이 그정도로 절박한 상황(메타가 발라드를 하고 있지는 않죠)도 아니고.. 겨우 힙합아이돌 좀 나오고 동 장르 음악인들이 개들 욕 안하는게 마치 전대미문의 현상인양 말하는게 좀 오바다 이겁니다.
      따지고 보면 이게 현재 한국힙합시장만에서만 볼수 있었던거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락 아이돌도 있었죠 클릭비 부터 씨엔블루 까지 꾸준히 나왔습니다. 힙합아이돌또한 90년대서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단지 요즘의 특징은 지난 힙합아이돌이 보통의 연예기획사의 작품이였다면 지금은 힙합뮤지션이 세운 기획사들의 작품 아니면 기존 힙합뮤지션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작품들이 많다는 거죠(아마 이런 연유로 인해 기존 힙합뮤지션들의 비판이 덜한거겠지만)
      그리고 지난 힙합아이돌과 함께한 역사를 볼때 힙합아이돌들의 음악은 걍 아이돌 음악으로 대중들은 인식했고, 힙합은 걍 듣는 놈만 듣는다 였습니다. 지뉴션 원타임 빅뱅이 1위를 하던 조피디 리쌍 댜듀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가 1위를 하던 대중은 당시만 열광하고 말았죠.. 어찌보면 힙합아이돌 보다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만..
  • euronymous
    1. euronymous (2013-07-15 03:45:21 / 183.102.139.**)

      추천 5 | 비추 7

    2. 지난번에 올라온 칼럼과 비스무리한 내용인 듯해서 안 읽고 있다가 이제 읽었는데 아주 조금은 다른 내용이로군요. 매번 글 쓰시느라 수고하십니다.

      아이돌들의 힙합 조지기, 힙합과 아이돌의 민망한 동거동락. 이런 제목들에서는 '아이돌'을 '자본'으로 바꿔 적어도 뜻이 똑같아질 겁니다. 아니,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표현은 예나 지금이나 음악 시장에서 이윤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자본의 맨 말단을 가리키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당대의 우상으로 여겨졌다고 해도 너바나와 엔싱크, 혹은 전인권과 김완선은 그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돌은 이윤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자 꼭두각시일 뿐입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고 해서 아이돌이 갑자기 음악인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여전히 아이돌이고, 아이유가 자작곡 20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고 해도 자본의 품을 떠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아이돌일 것입니다. 아이돌 가수가 음악인으로 변하려면 이상은 같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거나 서태지처럼 중간에 한번 끊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돌 = 자본'이라면 아이돌이, 아니 자본이 특정 음악 장르를 노골적으로 내세워 중고딩들의 코묻은 돈을 후리려는 목적은 딱 하나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장사가 될 것 같으니 배팅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겁니다. 자본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애새끼들 데려다놓고 표방한다면 그건 자본이 '힙합이야말로 돈이 좀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프로듀싱이나 랩스킬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랩하겠다는, 비트 찍겠다는 친구들이 매년 쏟아져나오는 판국이니, 그렇게 과부하 걸린 씬에서 남아도는 친구들이 결국 어디로 향하겠습니까?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꼬이고, 돈이 꼬이는 곳에 다시 사람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경쟁에서 승리하여 잘먹고 잘사는 것이 미덕이라 가르치는 세상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서서히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인기를 원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한국 힙합 씬에서 벌어진 일을 저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공중파로 진출했고 여성팬을 끌어모으기 시작했으며 돈지랄을 떨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힙합이 달러박스가 된 겁니다.

      자본과 힙합의 불편한 동거는 단순히 줏대없는 젊은이들의 치기 때문도 아니고 일부 프로듀서들의 알 수 없는 자신감(혹은 착각?) 때문도 아닙니다. 힙합으로 돈 좀 만지고 싶은 자본의 욕망과, 남들보다 더 많은 부와 인기를 누리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욕망이 아주 아름답게 만난 결과가 바로 요즈음의 힙합 아이돌입니다. 욕망은 자본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려 하고, 자본은 욕망으로 인하여 자기 몸집을 더욱 불리려 하는 것입니다. 온갖 폼 나는 제스처를 취하며 갈고닦은 랩 솜씨를 선보이는 애새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말단일 뿐이지 결코 본질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욕망들의 야합은 서양의 음악 장르가 한국으로 수입될 때마다 그대로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60~80년대 군사독재가 끝나고 명목상의 민주주의 시대가 열린 90년대, 힙합이 들어왔고 알앤비가 들어왔고 레게에 하우스에 레이브, 테크노, 심지어 얼터너티브와 브릿팝까지 골고루 수입되었지만 시늉만 내다 그친 경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듀스와 서태지 이후 힙합을 표방한 수많은 댄스 그룹들이 등장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김건모의 '핑계'가 전국을 강타하자 아예 가요계 신곡의 절반 이상이 레게 비슷한 음악으로 채워지기도 했습니다. Ref가 인기를 얻으니 너도나도 레이브를 내세웠고, 미국에서 얼터너티브가 인기를 얻으니 급조된 락밴드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가요 프로그램에서 악기로 립싱크를 했습니다. (이현우조차 당시 '문차일드'라는 얼터너티브 락밴드에서 활동했었습니다.) 테크노 뮤직은 한국에 들어와 나이트클럽용 경음악으로 전락했고 뉴메탈은 클릭비와 문희준 등등이 참 조악하게도 흉내냈습니다. 야다, Y2K, 에메랄드 캐슬 같이 아이돌인지 락밴드인지 헷갈리는 친구들도 나타났습니다.

      이건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버즈, 씨앤블루, FT아일랜드 같은 아이돌 락밴드들이 시장을 집어삼켰습니다. 락과 아이돌의 민망한 동거동락, 혹은 아이돌들의 락 조지기라고 표현할 만한 시대가 된 겁니다. 힙합? 90년대에 이미 한 차례 유행을 탄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락밴드의 경우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락이 돈 좀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이는 아이돌 락밴드를 만들었고 힙합이 돈 좀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이는 아이돌 힙합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아마 재즈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되면 아이돌이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 트럼펫이나 색소폰을 부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락스피릿이고 힙합 정신이고 뭐고 간에 그것이 음악 자체를 획일화한다면 마땅히 개한테나 던져 주어야 합니다. 언더그라운드? 인디? 지가 음악을 자기가 책임지지 않을 거면 언더든 인디든 그저 고정된 스타일이 될 뿐입니다. 홍대여신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통기타 여성 뮤지션들이 인기를 얻는 것 같으니 발빠른 이들은 예쁘장한 외모에 통기타를 둘러메고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신인들을 데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비즈니스라는 게 다 그런 겁니다.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나면 무작정 앞다투어 그곳으로 달려가는 겁니다.

      체제를 뒤엎지 않는 한 음악 시장의 메커니즘을 바꾸긴 어렵습니다. 돈줄을 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요새 뭐가 유행하나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것이고, 이거다 싶으면 누군가를 끌어들여 데뷔시킬 겁니다. 음악 장르가 무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씨앤블루와 방탄소년단은 장르만 다를 뿐 다른 모든 것이 똑같습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자신이 처한 포지션에 따라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아이돌이라는 껍데기만 보는 걸 넘어 대중들의 욕망을 쥐고 흔들려는 자본의 존재를 인식해야 할 것이고, 음악 평론으로 먹고사는 이들은 꾸준한 문제제기와 적절한 타이밍의 직접행동을 병행해야 할 것이며, 음악인들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다' 혹은 '내 음악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뭐 이런 개소리 집어치우고 자기 포지션을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돌의 음악성 어쩌구 지껄이지 말고 그냥 시원하게 '나는 돈을 벌기 위한 음악을 한다'고 밝히면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허나 여전히 상황은 안 좋습니다. 음악 시장의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꼬락서니는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겁니다. 이윤을 끌어모으려는 자본의 욕망과 부와 인기를 갈망하는 젊은 음악인들의 욕망보다 어쩌면 자기에게 익숙한 음악만 듣고싶어하는 리스너들의 욕망이 더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Fukka
    1. Fukka (2013-07-15 00:41:23 / 211.246.72.*)

      추천 6 | 비추 0

    2. 닷붙이자면 덕구님이 든 유현상 예는 어느날 엠씨 메타가 랩 발라드 들고 나왔을 때 적용할수 있는 예라고 할수있겠습니다. 지금 청소년들과 한국힙합을 위주로 듣는 어린 힙합팬들이 지지하는 여러 힙합 아이돌과 그들을 지지하는 언더 힙합뮤지션들에 대한 비판의 예로는 좀 맞지 않은 거 같습니다
  • Fukka
    1. Fukka (2013-07-15 00:38:57 / 211.246.72.*)

      추천 6 | 비추 0

    2. 덕구님/덕구님 의견도 존중합니다. 근데 유현상 씨는 예가 좀 부족해요. 유현상이 트롯으로 나오고 예능에서 "롹!!"하면서 희화화돼서 나오는게 좀 충격이긴 했지만 이때 유현상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온.. 그러니까 '한때 한국 락 전설이었던 사람이 이게 모야..'하는 충격이었죠. 근데 지금 힙합씬에서 화두가 되는 사항은 현재진행형 뮤지션들과 얽힌 얘기 아닌가요? 이것부터 비교 자체가 좀 무리에요. 당연히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 나라 어느 음악신이건 나오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게 미국 흑음판에서 일렉트로니카랑 석여서 나온 음악들에 대한 장르신에서 상업적 비판과 한국힙합신의 요즘 추세를 같이 놓고 얘기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 덕구
    1. 덕구 (2013-07-14 13:24:57 / 175.202.145.***)

      추천 1 | 비추 7

    2. Fukka/글세요.. 대한민국의 락씬에서 최고의 그룹이였던 백두산의 유현상이 가죽옷과 장발을 버리고 트롯을 부르는것을 경험한 락팬들이 보면 겨우 힙합아이돌 생겼다고 힙합 죽는다고 말하는거 보면 기가 차겠죠..
      힙합 아이돌이 지금 생긴것도 아니고 힙합아이돌의 원조인 지뉴션과 원타임이 등장한게 벌써 10여년 전인데 그때 한국힙합씬이 망했나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죠.. 어찌보면 그때가 지금보다 언더든 오버든 더 다양했고.
      뭐 장르음악 평론가로써 상업성에 대한 비판을 하는것은 당연하지만 사실 자본주의 사회 에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고 리스너들은 그런 상업성에 휘말리지 말고 꾸준히 자기 음악하는 아티스트들 응원하는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죠
  • Fukka
    1. Fukka (2013-07-14 09:56:34 / 175.223.52.***)

      추천 5 | 비추 1

    2. 덕구님/이건 덕구님이 말하는 장르음악에서 상업성 문제와 좀 많이 다른 문제에요. 남성훈 필자님도 마지막에 썼지만 진짜 우리나라 힙합에서만 보이는 기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음
  • 덕구
    1. 덕구 (2013-07-14 02:58:47 / 175.202.145.***)

      추천 2 | 비추 8

    2. 뭐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장르 어느시대나 있어왔었던거고 .그닥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보는 구먼
      걍 언더는 언더답게 아이돌은 아이돌 답게 지들음악 하면 되는 거지 어차피 맞지 않는 옷 입으면 다 티나..
  • 이재호
    1. 이재호 (2013-07-13 17:21:43 / 175.197.141.*)

      추천 11 | 비추 0

    2. 아이돌이 힙합해도 됨. 단지 구려서 욕하는 거임. 안구리면 욕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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