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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코드로 바라본 ‘컨트롤 대란’
남성훈 작성 | 2013-08-30 02:4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0 | 스크랩스크랩 | 39,193 View




'한국판 컨트롤 대란도 콤플렉스라는 코드로 짚어 볼 수 있다. 아니, 사실 한국힙합, 그리고 랩퍼들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가 랩을 통해 제대로 드러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닥터 드레(Dr. Dre)가 만들어 낸 전설이 아닌 레전드급아티스트인 스눕 독(Snoop Dogg), 에미넴(Eminem), 피프티 센트(50Cent)의 뒤를 잇고 있지만, 그들과는 좀 다른 결이 있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갖춘 실력이나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은 물론, 켄드릭은 이미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준비된 인재였다. 그래서 앨범 한 장 못 내고 제 발로 걸어 나온 이들이 한 트럭인 랩퍼들의 무덤애프터메스(Aftermath)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닥터 드레의 잔소리(?)를 거의 보태지 않고 걸작 [Good Kid, m.A.A.d City]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한편으론 닥터 드레가 얼마나 대단한 촉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켄드릭 라마, 애이샙 록키(A$AP Rocky),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er, the Creator), 빅 션(Big Sean), 제이콜(J. Cole), 드레이크(Drake), 빅 크릿(Big K.R.I.T) 등등, 범상치 않은 신예들의 등장은 미국 힙합 역사상 가장 큰 굴곡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흐름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켄드릭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주목해야 할 신예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일의 확장, 스타의 탄생 등, 대중적 기반을 닦은 80년대, 중반까지 황금기를 이어가며 메인스트림에 완전히 자리잡은 90년대, 그리고 끊임 없이 진화하며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2000년대의 힙합을 모두 몸으로 겪은 준비된 신예들은 출중한 실력은 물론, 어떻게 하면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환영 받는 앨범을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스마트'한 랩퍼들이었다. 거기에 신선함까지 더하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제대로 된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무랄 곳 없는 실력에 각각 고유한 스타일까지 겸비했고, 그들을 알아봐 준 거대 음반사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몇몇 앨범은 아주 하게 강박감 없는 나름의 예술성까지 더했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이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성취는 충분히 취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시기의 신예들보다 빠르게 거의 모든 면에서 꿀릴 것 없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를 대표할 한 무리의 신예들이 만들어 낸 뛰어난 결과물은 수십 년에 걸쳐 장르 팬, 평단, 그리고 불특정 대중에게까지 어느 정도 인식된 잘하는 랩’, ‘좋은 프로덕션’, ‘잘 꾸민 앨범이라는 틀 안에 꽤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런 그들에게 콤플렉스가 있기는 했을까? 글쎄, 굳이 찾자면 바로 그 틀이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떻게 만들면 좋은 작품이 되는지는 잘 알고 구현할 실력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들어오며 느꼈던 일종의 원초적인 쾌감을 구현하고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또 다른 문제였을 것이다.

 

웰메이드의 범람은 성장임과 동시에 심각한 정체이기도 하다. 특히,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서 있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켄드릭 라마는 걸작앨범을 통해 동료들의 맨 앞에서 새로운 세대의 우월함을 뽐냈었는데, 이번엔 동료 빅 션의 곡 “Control”에서 누구도 먼저 말하지 못한 그들이 품고 있던 묘한 콤플렉스를 먼저 꺼냈다. 단순히 랩/힙합의 바탕이 경쟁이고, '한번 덤벼봐라, 이 자식들아! 너희 다 랩으로 죽일 거야!'가 아니라 '랩으로 멋진 작품은 만들었지만, 과연, 우리가 듣고 흥분했던 쾌감을 주고 있는 걸까?'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콤플렉스를 공유한 이들의 이름을 친절하게도 불러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그의 콤플렉스 정면돌파는 미국힙합 씬 전반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멋진 곡, 멋진 앨범에 방점이 찍힌 많은 랩퍼들에게 끝내주는 랩 자체가 주는 쾌감의 미덕을 확산시킨 것이다. 켄드릭은 완벽하게 콤플렉스를 극복했고, 장르 팬들은 유례없는 이벤트로 신이 났으며, 평단은 어색하게 팔짱 끼고 한마디씩 보탰지만, 좀 민망했다. 이런 식의 쾌감은 별도의 첨언이 그리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여러 랩퍼들이 같은 비트에 랩을 녹음하며 벌어진 이야기를 여기서 나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본 사진에서 검색어 부분은 당시 상황이 아닌 합성임을 밝힙니다.  

 

,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서 켄드릭 라마가 포탈 사이트 검색어 10위 안에 올랐다! 켄드릭 라마가 시작한 일명 컨트롤 대란이 한국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사실 그 파장만 보자면, ‘대란이란 말은 미국보다 한국에 더 어울린다. 어쨌든 한국판 컨트롤 대란도 콤플렉스라는 코드로 짚어 볼 수 있다. 아니, 사실 한국힙합, 그리고 랩퍼들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가 랩을 통해 제대로 드러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물론, 콤플렉스란 것이 앞서 말한 켄드릭 라마와 동료들이 가지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긴 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일까?

미국에서 켄드릭의 도발적 벌스가 화제가 되자 즉각적으로 JJK를 비롯한 일부 랩퍼들은 한국에서 흉내 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SNS에 남겼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때로는 유일하게 미 힙합의 트렌드를 흡수하지만, 대부분 어설픈 재연에 그치는 한국힙합의 작은 콤플렉스를 드러낸 느낌이 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윙스(Swings)“King Swings”를 빠르게 발표하며 한국힙합 역사에 남을 이벤트 기간이 시작되었고, 힙합 크루 벅와일즈와 두메인의 심기를 살짝 건드린 스윙스를 향해 벅와일즈 소속인 테이크 원(Take One)과 어글리 덕(Ugly Duck)은 즉시 랩으로 답했다.

 

도대체 왜 따라 하지 다들 Lil Wayne 같이/ 몇 년이 지난 후 여전히 Drake Asap Rocky/ 두두두두! 이젠 다 Kendrick Lamar/ 어렵나 봐 그렇겐 랩 못하잖아/ 여기는 한국 따라 하기 전에 따라 잡아 테이크 원 “Recontrol”

 

역시나 미국 힙합 트렌드 따라 하기를 지적한 가사로 시작하는 테이크 원의 “Recontrol”과 디스곡 성격이 강한 어글리 덕의 “ctrl+alt+del*2”는 한국힙합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를 여러 차례 꺼내 보인다. 특히, “ctrl+alt+del *2”에서 가요계 하위리그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시장의 계급관계 형성이라는 한국힙합이 당면한 문제를 넌 로엔이랑 계약한 라이머랑 계약한 JM 사장님이란 라인 하나로 그려 낸 부분은 굉장히 인상적이며, 생각해 볼 여지가 크다. 그런가 하면, 테이크 원은 음원 차트를 노리는 랩 가요를 어색하게 품고 있는 한국힙합 창작자 군의 공통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노출시키며 더욱 적극적으로 발언한다.


(좌) 테이크 원, (우) 어글리 덕

 

아이러니하게도 형이 말한 버벌진트와 산이?/ 그 둘도 변했잖아 차트 위 좋아보여도 아는 사람 얘기잖아/ 이건 디스 아닌 우리가 가진 공통된 문제/ 힙합 대중화 힙합이 준비물이자 숙제/ 다들 다 싱글 인기 있는 여자보컬을 써 지네가 힙합이래 따먹지도 못하면서 차트 일등 기획사 돈 까지 써가면서 테이크 원 “Recontrol”

 

이에 스윙스는 아마도 이번 컨트롤 대란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트랙 중 하나였던 황정민(King Swings II)”에서 라이머 형 라이머 형, 전 못 차려요 정신/ 애들 말이 맞아 난 그냥 태생부터 병신/ 나가라면 나갈게요 비꼬는 건 절대 아님 같은 가사로 이 둘이 지적한 콤플렉스와는 거리를 확실히 뒀다. 물론, 후반부에 회사에 속한 자신의 처지를 살짝 대변하고 이후, 이 곡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소속사 사장에게 사과하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절정의 랩 실력으로 힙합이 가진 날것의 멋을 언급하며,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번 한국판 컨트롤 대전을 콤플렉스 노출과 해소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개별적인 디스전 밖에서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가진 콤플렉스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낸 시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베테랑이라 부를만한 딥플로우(Deepflow)와 데드피(Dead’P)의 반응 곡을 통해서다.

 

황수관 MC들의 트윗 "질문답하죠"/ 매일밤 피임되는 니 앨범은 질 문 밖 사정/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긴 씨발 언더그라운드/ 우리가 사는 집 기둥을 세운 META/ 그 집을 먹여 살린 건 결국엔 ZICO Jay Park - 딥플로우 "Self Control"

 

이 모든 것은 항상 뒤로 수근대는 담합과 뒷담으로 하는 정치들/ 또 걔넬 지원하는 엔터테인 장사치들/ 걔네가 꽂은 빨대 걔네가 만든 테두리/ 우리의 피를 빨때 걔네는 성을 세우지/ 한국힙합 노예들끼리의 대물림 (중략) Your true enemy 눈앞의 형제 말고/ 엔터테인 tv쇼 아이돌뮤직 fuck'em all/ electro shit fuck it 발라드랩 fuck it/ 널 화장시켜 광대로 만드는 거 fuck it - 데드피 "Rap Game Control"

 

자본은 물론, 팬마저 장르 애호가가 아닌 이들로 채워지며 건강하지 못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해가는 한국힙합 시장의 콤플렉스를 공격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Control 비트 다운받았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든 개코와 이센스의 디스전 역시 큰 시각에서 바라보면, 장르 뮤지션이 메이저시장에 진입했을 때 어떤 타협과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혹은 그 시스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메이저로 간 동료를 응원하는 모습만 보이는 단단히 응어리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콤플렉스가 이센스의 입을 통해 터져버린 것이다. 대중적인 방향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장르음악의 멋을 지켜내고 있어 언더그라운드 랩퍼의 희망 레이블 1순위인 아메바 컬쳐의 이야기여서 그 충격은 더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켄드릭 라마가 시작한 컨트롤 대란을 겪고, 그것을 콤플렉스라는 코드로 풀어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했듯이 그 방향은 정반대에 가깝다. 자신이 뒤떨어졌다고 느끼는 만성적인 의식이라는 뜻의 콤플렉스를 어떤 성취를 위해 정면으로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게 전자(미국 대란)의 목표라면, 후자(한국 대란)는 뒤로 물러나 콤플렉스에 가까운 장르 시장의 몇몇 불편한 문제를 끄집어 내어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컨트롤 대란은 결국, 랩퍼들의 입을 통해 쉽게 말하지 못했던, 그래서 많은 장르 팬들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극복해야 할 일련의 콤플렉스를 나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꺼내는 과정부터 제대로 한 것이다.

 

물론, 둘의 공통점은 있다. 궁극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음악만이 담아낼 수 있는 멋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수년간 힙합의 대중화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많은 일들은 결국 장르음악인들과 장르 시장의 응어리진 콤플렉스가 됐지만, 이 짧은 컨트롤 대란기간에 날것의 랩이 만들어 낸 억지 대중화가 아닌 장르의 대단한 파급력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욕설 때문에 힙합의 이미지가 이상해질까 걱정이라는 일부 반응 역시, 기이한 힙합대중화속 강박감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힙합은 차치하더라도 대중이 영화, 음악 등 문화상품에서 욕설을 받아들이는 수준을 너무나 조심스레 낮춰 접근하는 힙합 애호가들의 조바심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란에 뛰어들어 직접 콤플렉스를 꺼내고 멋지게 털어 낸 많은 랩퍼들이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시장 어느 곳에서든 공개곡을 통해 선언한 태도 그대로 힙합 고유의 멋을 지켜내는 음악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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