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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Brown - Old
강일권 작성 | 2013-11-07 23:5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31,353 View

Artist: Danny Brown
Album: Old
Released: 2013-10-08
Rating:
Reviewer: 강일권









디트로이트는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에게 참 각별한 도시 중 한 곳이다. 에미넴(Eminem)과 제이 딜라(J Dilla, R.I.P)를 비롯하여 이곳에서 다재다능한 힙합 뮤지션이 꽤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다소 더럽지만, 진솔하고 재치 있는 입담과 번뜩이는 음악적 감각으로 무장한 랩퍼 대니 브라운(Danny Brown)도 두 장의 정규작을 통해 그 대열에 합류했으며, 이번 앨범으로 디트로이트 출신 힙합스타 리스트에 말뚝을 박을 수 있는 기점을 마련했다.

 

담고자 하는 주제는 달라졌지만,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대니 브라운은 확실하게 컨셉트를 잡고, 모든 걸 완성했다. 오래 전 명곡처럼 시간의 흐름에 영향받지 않는 음악을 하는 이로 불리고 싶다는 열망과 예전의 거침없는 랩 괴짜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앨범의 타이틀부터 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타이틀에 걸맞은 사운드의 프로덕션을 위주로 꾸린 'Side A(Old)'와 덥스텝, EDM을 기반으로 한 트렌디한 스타일의 프로덕션으로 꾸린 'Side B(Dope Song)'로 나누어놓은 구성을 통해 그는 다양한 청자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폴 화이트(Paul White)와 오 노(Oh No) 같은 힙합 프로듀서가 포진한 'Old' 챕터에서 EDM에 많은 지분을 할애하는 프로듀서들인 러스티(Rustie), 에이트랙(A-Trak), 배드낫굿(BadBadNotGood) 등이 포진한 'Dope Song' 챕터로 이질감 없이 넘어가는 순간은 앨범의 흐름을 통제한 대니 브라운의 감각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여기엔 'Old' 챕터에서 꾀한 절충이 절묘했다. 이번 앨범에서 샘플링 작법으로 완성한 곡들은 한 곡을 제외하고 모두 이 챕터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형태가 루핑에 기반한 90년대 힙합 사운드와 맞닿아있기보다는 이어질 'Dope Song' 챕터에 상대적으로 대응하는 얼터너티브 힙합에 가깝다. 'Dope Song' 챕터에 어울리는 게스트인 일렉트로닉/드림 팝 듀오 퓨어리티 링(Purity Ring) 'Old' 챕터에 등장하여 무난하게 어우러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만큼 본작의 프로덕션은 빈티지하고 실험적이며, 트렌디하다.  

 

프로덕션도 훌륭하지만, 본작의 백미는 역시 대니 브라운의 랩이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여전히 대마초, 마약, 허슬, 섹스, 음담패설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를 풀어내는 기술적 장치, , 라이밍이 워낙 재치 있고 탁월하다 보니 의도한 저급함을 넘어서는 폭소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대니 브라운이 이중, 삼중으로 의미를 쌓아놓은 라인을 접할 때 쾌감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첫 곡 "Side A(Old)"에서는 'Standin' on the baseline, Scottie Pippen pivot'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짧은 라인 안에만 해도 '(농구에서 쓰이는 용어인) 베이스라인(=엔드라인)에 서서 스카티 피펜처럼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중심축이 되지.'라는 1차적인 의미 외에 디트로이트에서 빈곤층과 부유층을 나누는 경계가 된 8마일을 일컫는 별칭과 대니도 녹음한 바 있는 베이스라인 스튜디오까지 무려 3개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의미를 다중으로 쌓는 대니의 가사적 기술은 앨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앨범의 모든 순간이 유머나 가사적 유희로 소비되는 건 아니다. 본작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전작 [XXX]보다 유머 감각을 좀 줄인 대신 그 공간을 대니의 과거사, 이를테면, 가난했던 유년기부터 지금처럼 랩퍼로서 명성을 얻기 전에 마약을 팔던 시기까지 이야기로 채웠다는 점인데, "Torture"는 그 대표적인 곡으로써 이 곡을 통해 우린 일곱 살 때 이미 가난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뼈저리게 경험한 대니 브라운의 고통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특히, 흥겹고 어두운 기운을 동시에 조성하는 랩을 타고 흘러나오는 그의 고백은 그 강도가 담담하여 더욱 가슴 한편을 쓰리게 한다.  

 

더불어 자신의 고향 디트로이트와 관련된 소재들을 끌어와서 가사 군데군데 버무리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 유난히 길고 추운 디트로이트의 겨울이나 동네에서 유명한 상점과 디트로이트에 근거지를 둔 회사의 음료수, 그리고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한 미드 등이 때론 유머 소재로, 때론 그의 어두웠던 과거를 뒷받침하는 소재로 적절하게 사용됐다.    

 

그는 "The Return"이라는 곡에서 이전의 실험적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자신의 비트에 열광하던 힙스터들에게 엿을 날리며, 옛 대니 브라운(Old Danny Brown)이 돌아왔음을 선포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들고 온 결과물은 훌륭했던 전작을 넘어서며 그의 커리어 최고작이 되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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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Fukka
    1. Fukka (2013-11-19 05:11:46 / 175.223.53.***)

      추천 2 | 비추 0

    2. 이 앨범 죽죠 ㅋㅋ
  • 할로윈1031
    1. 할로윈1031 (2013-11-12 11:08:01 / 125.139.11.**)

      추천 1 | 비추 0

    2. 이야 진짜 더럽게 생겼네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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