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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né Aiko - Sail Out
강일권 작성 | 2013-11-22 15:4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7,381 View

Artist: Jhené Aiko
Album: Sail Out
Released: 2013-11-12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2011
년 믹스테입 [Sailing Soul(s)]로 흑인음악팬들의 가시권에 들어온 싱어송라이터 즈네이 아이코(Jhené Aiko)의 데뷔는 원래 훨씬 이전에 이루어질 뻔했다. 2007년에 에픽(Epic)에서 데뷔 앨범을 작업했지만, 레이블과 마찰 탓에 발매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그녀는 독자적으로 믹스테입 [Sailing Soul(s)]를 완성하여 공개했고,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드레이크(Drake), 미겔(Miguel) , 호화 참여 진을 대동하여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작년, 아티엄 레코즈(Artium Records)의 대표이자 데프 잼(Def Jam) A&R 부사장인 프로듀서 노 아이디(No I.D.)와 만남을 통해 아이코는 첫 번째 정식 앨범 발매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일단 앨범에선 그녀가 발매 전 한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랩/힙합의 영향을 꽤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덕션 스타일이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소울(Ab-Soul), 빈스 스태플스(Vince Staples),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등등, 랩퍼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과는 크게 상관없다. /힙합의 영향은 아이코의 가사와 소재, 그리고 트랙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활용하고 있는 소재다. 인간 관계에 대한 논의를 연인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확장하는 방식이라든지 가사적으로 어두운 정서가 지배적인 것 등은 오늘날 특별할 게 없지만, 아이코는 여기에 마리화나를 주요 소재로 끌어와서 매우 야릇하고 묘한 무드를 조성한다.

 

본작의 핵심 키워드는 사랑, 인간, 죽음, 그리고 마리화나다. 앨범 곳곳에는 마리화나와 그것을 피우는 행위에 관한 묘사가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상징적으로 흩뿌려져 있는데, 이것이 곡에 투영된 관계, 혹은 인간 자체에 대한 그녀의 다소 부정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을 아주 효과적으로 드러내어 준다. 투병 끝에 일찍 세상을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며, 당황스러울 정도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엿보이는 "3:16 AM" 같은 곡들에서 그 효과가 더 크다. 지금까지 이렇게 마리화나를 중요하게, 그리고 시적으로 활용한 알앤비 뮤지션은 흔치 않았다. 더불어 제이 지(Jay Z) "Excuse Me Miss"의 벌스를 재치 있게 이용한 "The Worst"의 세 번째 벌스와 프리스타일 트랙인 "Comfort Inn Ending (Freestyle)" 등 역시 랩/힙합이 본작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코와 프로듀싱 듀오 피스트커프스(Fisticuffs)는 이러한 앨범의 주제와 정서를 PBR&B에 담아냈다. 멜랑콜리하고 몽환적이며, 한껏 가라앉은 무드로 대표되는 것이 PBR&B이니만큼 자연스러우면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소울풀한 기운 그득한 정통파 보컬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보컬 스타일과도 좋은 궁합을 선보인다. 특히, 매 곡이 가사 못지 않게 추상적으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멜로디컬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지점이라든지 선 얇고 몽롱한 기운을 머금은 아이코의 보컬과 사운드의 공명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차갑고 섹시한 기운은 꽤 인상적이다.

 

이렇듯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Sail Out]은 다음 스텝인 정규 앨범에 대한 과제를 남기기도 한다. 어둡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팝 음악계의 트렌드 중 하나가 되면서 이제 더 이상 PBR&B는 신선한 장르가 아니다. 그리고 동향의 스타들인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미겔 같은 남성 보컬리스트들과 달리 여성 보컬계에서 아이코의 보컬과 겹치는 스타일의 예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정규 앨범에서도 전반적인 무드와 구성이 비슷하게 이어질 경우, 완성도와 별개로 식상함부터 느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실제 이번 앨범 전부터 아이코의 음악 노선은 계속 비슷하게 이어져왔다). 물론, 아이코의 작사력은 차별화를 이룰만하지만, 청자가 가사적 감흥을 맞이하는 건 대개 두 번째 단계이니까….

 

어쨌든 본작은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닌 즈네이 아이코가 앨범 발매라는 오랜 갈증을 해소하고 내딛는 공식적인 첫 발걸음으로써 성공적인 편이다. 그와 동시에 추후 행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같이 든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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