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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ish Gambino - Because the Internet
지준규 작성 | 2013-12-27 21:2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9 | 스크랩스크랩 | 32,549 View

Artist:
Album: Because the Internet
Released: 2013-12-06
Rating: 
Reviewer: 지준규









LA
출신의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 aka. Donald Glover)는 랩퍼이자 배우이며, 유명 각본가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시리즈의 각본가로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스탠드 업(Stand-Up) 코미디언과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08년에 첫 번째 믹스테잎인 [Sick Boi]를 차일디쉬 갬비노라는 이름 아래 내놓으면서 랩퍼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차일디쉬 갬비노는 그의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지녔다. 거리의 이야기, 또는 갱스터의 거친 삶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말끔히 도려내고, 내면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매우 자유로운 구성과 형식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힙합 음악이 가진 타 장르에 대한 수용성을 적극 활용한 그의 전작들은 이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특히, 2011년 발매된 첫 정규 앨범 [Camp]는 마음 깊이 우러난 감정들을 다채로운 방식과 유머러스한 태도, 그리고 재치 있는 가사들을 통해 꽤 흥미롭게 표출해내면서 힙합 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고, 자연스레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2 [Because the Internet]은 프로덕션과 랩적인 부분, 모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저마다의 특징은 뚜렷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곡의 전개나 각 곡에 사용된 음악 소스들의 다양함 역시 차일디쉬 갬비노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음악적 시도들이 과연, 신선한가를 논한다면,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적당히 조합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본작의 큰 오점이다. 이렇게 여러 장르나 음악 요소들을 혼합하는 방식의 프로덕션은 차일디쉬 갬비노의 기존 곡들에서도 느껴지는 것이었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욱 극대화되었고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앨범의 짧은 인트로에 이어지는 곡인 “Crawl”은 깊은 울림의 베이스에서부터 음울하고 몽환적인 신스와 보컬까지 정말 다양한 소스들이 사용되었음에도 그 배치와 조합에서 느껴지는 조잡함이 곡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가 참여한 곡인 “The Worst Guys” 역시 미니멀한 사운드로 시작하여 강렬한 기타 솔로로 곡을 마무리하는 식의 긴박한 음악적 변화를 통해 지루함을 덜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의 조합이 감상자의 귀를 사로잡을 정도로 강한 임팩트와 신선함을 주기보다는 중심 없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일디쉬 갬비노는 이전부터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온 뮤지션이다. 여러 음악 소스들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프로듀싱 방식부터, 자신을 단순한 랩퍼로 치부하기 싫어하는 평소의 태도까지 많은 부분이 칸예 웨스트와 닮아있었다. 하지만 차일디쉬 갬비노의 곡에서는 칸예 웨스트의 곡들에서 느껴지는 뚜렷한 음악적 중심이나 획기적인 실험 정신을 찾기 어렵다. 앨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칸예 웨스트의 색채도 그렇고, 첫 번째 싱글로 커트된 “3005” “Urn”, “Telegraph Ave.”와 같은 감성적인 곡들에서 물씬 풍기는 드레이크(Drake)의 느낌 역시 듣는 순간 뚜렷이 레퍼런스를 떠올리게 하여 곡을 듣는 긴장감과 감동을 반감시킨다. 차일디쉬 갬비노의 랩핑이 매우 뛰어났다면, 이런 맹점들을 영리하게 커버하고 앨범의 개성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었겠지만, 그도 그렇지 못하다. 갬비노처럼 트렌드나 기존의 힙합 작법에서 많이 비켜나 있는 뮤지션의 경우 자신만의 색채를 내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차일디쉬 갬비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성취한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앨범들에서도 증명되었듯이 그의 재기 넘치는 가사와 기발하고 화려한 라임들은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얘기하면서도 그 이면에 장악당한 현실을 꼬집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외로움을 개탄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주된 주제지만, 그 외로움을 단지 슬프고 고통스럽게 표현하기보다는 유려한 글 솜씨로 희화화하며 되레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Worldstar”나 “Sweatpants” 같은 곡들에 등장하는 가사의 재치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비유적 표현은 각본가로서 차일디쉬 갬비노의 진가를 보여준다. 프로덕션과 랩핑이 받쳐주지 못한 현실이 더욱 안타까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차일디쉬 갬비노는 이번 앨범의 공개와 동시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디지털 스크립트와 영상들을 공개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출하고자 한 모습에서 예술적인 표현에 대한 차일디쉬 갬비노의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으며, 음악이라는 표현양식의 한계에 대한 고심 또한 느껴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음악 자체에 대한 고민은 이번 앨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그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Because the Internet]은 기존의 갖가지 스타일들을 흉내 내는 격이 되어버렸다. 첫 앨범의 신선했던 충격을 이어가는 데 실패한 그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아티스트가 아닌, 기억에 오래 남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은 사색이 더 필요할 듯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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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아기코끼리덤보
    1. 아기코끼리덤보 (2014-01-03 13:38:07 / 115.41.172.**)

      추천 8 | 비추 1

    2. 별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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