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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 Mr.Gae
강일권 작성 | 2014-01-17 19: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44,315 View

Artist: 개리(Gary)
Album: Mr.Gae
Released: 2014-01-15
Rating:
Label: 리쌍컴퍼니
Reviewer: 강일권








적당히 멜로디컬한 음악, 보컬 피처링, 별 특색 없는 사랑과 이별 가사. 이것이 개리의 첫 솔로 앨범이 발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예상한 결과물의 형태였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연예인이 된 상황에서 음악적 완성도야 어찌 됐든 그의 앨범이 초반에 관심을 끄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만큼 (개리 이전에) 리쌍의 음악은 계속된 대중적 성공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자기복제 탓에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듀오의 무게중심이 점점 길의 보컬로 쏠리는 과정에서 진솔함을 바탕으로 성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던 개리의 가사가 어느 순간 신파가 되어버린 건 치명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라이밍이나 플로우가 특출한 게 아닌 그가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였던 이야기의 힘까지 잃으면서 예능인 개리가 아닌 랩퍼 개리로서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이를 자각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Mr.Gae]는 처음의 예상을 뒤엎고 개리라는 랩퍼에게 쌓였던 선입견을 어느 정도 허무는 데 성공한다. 개리는 리쌍의 앨범에서 방송심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묵어놨던 묘사, 혹은 단어들의 목줄을 좀 더 느슨하게 풀고 타이틀곡이든 일반 수록곡이든 상관없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다. 앨범의 대표곡으로 내민 두 곡 "XX 몰라(Zotto Mola)" "조금 이따 샤워해"에서는 연인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육체적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개리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성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의 랩이 돋보이는데, 이는 몇몇 아이돌 가수들의 가사보다도 진부하고 신파적인 랩으로 일관하는 감성 랩퍼들의 득세 속에서 랩퍼의 언어로 사랑을 노래하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 소울풀한 음악과 미래지향적 사운드를 결합하고, 서던 힙합의 잘게 쪼갠 하이햇을 희미하게 가미한 시모(Simo)의 음악("XX 몰라")과 어반 소울(Urban Soul) 감성 가득한 그레이(Gray)의 음악("조금 이따 샤워해")도 인상적이다.

 

더불어 음악 커리어나 물질적으로 성공한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술 취한 밤의 노래"는 이른바 '신세 한탄 랩'으로 대변되며,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이전의 스타일을 다시 느낄 수 있어 반가운 트랙이다. 프로덕션적으로도 정인의 참여와 음악적인 무드에서 리쌍의 색이 감지되지만, 듀오의 기존 결과물들처럼 예상 가능한 미디엄 템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기반이 된 탱고의 속성을 유지하는 시모의 비트가 적절했다.

 

아무래도 아쉬운 건 단 4곡이라는 부족한 구성이다. EP이긴 하지만, 그의 오랜 커리어나 (리쌍의) 음악적 퇴보가 이어지던 걸 고려하면, 이 짧은 러닝타임은 공허함을 주는 게 사실이다. 자취방에서 연인과 전희를 통해 한창 달아오른 차에 갑작스레 부모님이 들이닥쳐서 잘나가던 진도가 뚝 끊긴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가 음악 시장 축소에 따른 기존 기획사와 가수들의 전술을 따른 것이든, 순수하게 아티스트로서 고심 끝에 고르고 골라서 구성한 것이든 간에 양쪽 다 베테랑 뮤지션으로서 선택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국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보통 3~4곡짜리 미니 앨범은 맥시 싱글(Maxi-Single)과 별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평하는 데 있어서 곡 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혹자들의 의견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를테면, 해당 곡 수가 아니면 안 될 만큼 철저하게 기획된 컨셉트 때문이라든지- 앨범의 가치를 논하는 데, 기본적인 곡의 양은 '반드시'는 아닐지라도 '매우'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 판단 기준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개리는 애초부터 랩 스킬이나 메시지로 승부하는 랩퍼가 아니었다. 그 나이대 성인 남성에게서 나올 수 있는 진솔한 감성을 담은 가사와 높은 전달력이 큰 무기였고, 특유의 박자를 거스르는 랩 스타일도 그 자체보다는 이러한 장점과 맞물리면서 그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일조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개리의 랩이 지닌 장점이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가 본작에서 장르 뮤지션으로서 드러낸 음악적 욕심도 앞으로 솔로 커리어를 기대하게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앨범의 구성이 조금만 더 풍성했다면, 그 가치가 올라갔을 거라는 아쉬운 뒷맛을 남기지만 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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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랩퍼엔
    1. 랩퍼엔 (2014-01-18 23:28:33 / 180.224.166.*)

      추천 1 | 비추 0

    2. 조또 몰라. 뮤비 물차오르는 거 보니 라디오헤드 No Surprises 생각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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