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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stagrass - Broken Hearts And Stolen Money
강일권 작성 | 2014-02-03 19: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 | 스크랩스크랩 | 24,175 View

Artist: Gangstagrass
Album: Broken Hearts And Stolen Money
Released: 2013-01-28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힙합이 다양한 장르와 뒤섞이는 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지만, 선뜻 컨트리 음악과 결합을 떠올리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막상 이 계열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 궁합의 절묘함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꽤 있는데, 지난 2001년 부바 스팍스(Bubba Sparxxx)에 의해 대두된 컨트리 랩(Country Rap)은 함께 그 선봉에 섰던 카우보이 트로이(Cowboy Troy)와 더 랙스(The Lacs), 그리고 최근 이 장르를 주도하고 있는 콜트 포드(Colt Ford) 등에 이르기까지 그 명맥이 잘 이어져 왔다. 다만, 음악으로서든 문화로서든 컨트리 랩의 팬층이 힙합을 향유하는 이들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 소개하는 갱스타그래스(Gangstagrass)도 컨트리 음악과 랩/힙합의 퓨전을 추구하는 그룹으로서 힙합팬과 접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건 비슷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들이 기존의 컨트리 랩 뮤지션들과는 또 다른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컨트리 + /힙합' 노선을 걷는 이들이 주로 컨트리에서 파생된 컨트리 팝이나 컨트리 록에 기반을 두었다면, 갱스타그래스는 보다 전통적인 컨트리 뮤직, 그것도 초기 형태 중 하나인 블루그래스(Bluegrass)에 뿌리를 둔다.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블루그래스에 대한 감상이 선행되어야 좀 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카우보이, 현상수배범, 보안관 등이 등장하는 '서부개척시대' 배경의 할리우드 영화들을 떠올렸을 때 어렴풋이나마 연상되는 음악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고 지난 두 장의 풀렝쓰(full-length) 앨범에 이어 본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갱스타그래스는 '장르의 결합'이라는 과제 앞에서 종종 드러나는 일종의 강박에서 벗어나 블루그래스의 장르적 흥취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고자 한다. 블루그래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발현악기 밴조(Banjo)를 중심으로 피들(Fiddle)과 기타가 주도하는 빠른 템포의 연주에 무드를 보조하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배치한 힙합 리듬과 스크래칭이 조화되었는데, 그 맛이 참 신선하고 개운하다. 

 

이러한 프로덕션적 특징과 함께 이들을 기존의 컨트리 랩 씬과 가르는 또 하나의 요점은 가사다. 갱스타그래스는 일반적인 컨트리 음악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하는 남부 시골 생활의 묘사나 힙합 장르 안에서의 보편적 이야기들이 아니라 블루그래스가 지닌 음악적 흥취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중 그룹이 택한 건 서부 영화의 무드, ,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흑인 갱스터들의 무용담(?)을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미하며,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음악과 내용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자아내는 감흥이 쏠쏠하다. 뉴욕 범죄 랩의 대가였던 듀오 스미프 앤 웨슨(Smif-N-Wessun)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현상수배범으로 분한 "Hand Me the Money"와 경제난 때문에 은행 강도가 되어 펼치는 활극을 그린 "Two Yards"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19세기에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유명 머더 발라드(Murder Ballad/*필자 주: 살인을 소재로 삼은 사랑 노래) "Banks of the Ohio"를 그들의 방식대로 구현하여 수록했는데, 이것이 앨범의 스토리 라인 속에 잘 묻어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갱스타그래스의 음악은 뚜렷하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며, 블루그래스 팬이나 힙합 팬 모두에게 신선하게 다가갈만하다. 멤버들의 랩핑도 강한 인상을 남기진 않지만, 기존의 컨트리 랩퍼들보다 더 나은 라이밍과 플로우가 돋보인다. 다만, 본작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어느 정도의 음악적 단조로움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갱스타그래스는 최대한 블루그래스의 변형을 배제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갖지만, 반대로 고전 음악에서 종종 드러나는 특유의 비슷비슷한 패턴의 진행과 분위기 탓에 블루그래스 팬이 아닌 이상 앨범 단위 감상에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갱스타그래스와 그들의 음악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음악 자체로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룹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랩퍼들이 흑인임에도 랩/힙합의 뿌리인 흑인음악과 정반대에 위치하는 백인민요 격의 '컨트리'를 근간으로 삼았다는 점이 그렇다. 기존의 컨트리 랩 씬이 백인 랩퍼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는 사실과 그런 그들의 음악조차도 정통 컨트리 음악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보다 장르의 원류에 다가서있는 갱스타그래스의 음악은 더욱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한 감흥을 선사하는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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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랩퍼엔
    1. 랩퍼엔 (2014-02-04 21:50:55 / 121.138.27.***)

      추천 1 | 비추 0

    2. 와 이런 음악도 되는군요. 참신하고 재밌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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