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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oahe Monch –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양지훈 작성 | 2014-05-02 16:5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7,603 View

Artist: Pharoahe Monch
Album: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Released: 2013-04-15
Rating:Rating:
Reviewer: 양지훈









30
여 년이라는 힙합의 긴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창적인 랩 스타일을 보유하고 그것을 꾸준하게 발휘한 랩퍼를 한 명만 뽑으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패로 먼치(Pharoahe Monch)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듀오 오거나이즈드 컨퓨전(Organized Konfusion) 시절부터 솔로 커리어에 이르기까지, 그는 사반세기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독특한 플로우와 기발한 라이밍, 그리고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재주까지 갖춘 완성형 랩퍼였으며, 출중한 기량은 지금도 녹슬지 않았다. 디디(Diddy)가 솔로 앨범 [Press Play]에서 고스트라이터 역할을 해준 패로 먼치의 플로우를 그럴 듯하게 카피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가? 오랜 기간 패로 먼치의 랩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앨범의 초반부에 실린 디디의 랩을 듣는 순간 먼치 특유의 플로우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패로 먼치는 청자가 듣는 순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의 독창적인 랩을 구사하는 랩퍼였다.

 

2014, 그는 여전히 멋진 랩을 들려주고 있다. 다만, 긴 세월이 지난 만큼 그에게서 색다른 무언가를 더 요구하는 것은 무리임을 염두에 두자. 세 번째 솔로 앨범부터 컨셉트 앨범으로 가닥을 잡더니, 네 번째 솔로 앨범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프린스 포(Prince Po)와 함께 MC가 중심이 되는 힙합의 정수를 보여줬던 오거나이즈드 컨퓨전 시절의 재기 발랄함, 로커스(Rawkus) 레코드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Internal Affairs]에서의 악랄함이나 패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 랩 스킬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보다는 가사 위주의 앨범을 연이어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라는 타이틀과 관련 지어, 앨범 곳곳에 배치한 'The Recollection Facility'라는 단막극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며, 그러한 틀 안에서 약물 중독, 총기 사용, 전쟁 경험, 정신적 결함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전작에 이어 컨셉트 앨범의 형식을 취한다고 해서, 특유의 스타일까지 완전히 배제시킨 것은 아니다. 동일 단어의 반복을 들려주는 "Time2"는 오거나이즈드 컨퓨전 시절의 명곡 "Bring It on"의 향수를 자극하고,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유명한 싱글 "C.R.E.A.M"에서 착안한 "D.R.E.A.M"은 패로 먼치의 전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워드 플레이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3집과 큰 차이가 없는 얼터너티브 성향의 앨범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The Jungle"과 같이 전통적인 힙합 본연의 느낌에 충실한 트랙도 틈틈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프로듀서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마르코 폴로는 리 스톤(Lee Stone)과 함께 프로덕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두 프로듀서의 활약이 앨범의 완성도를 격상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비트가 사로잡지 못하는 반면, 블랙 쏘웃(Black Thought)과 탈립 콸리(Talib Kweli) 등이 주인공과 함께한 랩 퍼포먼스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남는다.

 

무엇보다 각 트랙에 담긴 묵직한 주제들, 이를테면 약물 중독("Heroin Addict")이나 총기 폭력("Damage") 등을 독특한 구성으로 엮은 스토리를 추적하는 일은 여전히 흥미로우며, 그것은 이 앨범의 가장 큰 강점이다. 더불어 빼어난 드럼 루프와 유연한 랩의 동시 감상을 가능케 해주는 "Rapid Eye Movement", "D.R.E.A.M" 등의 트랙은 이전의 그를 떠올리게 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렇듯 패로 먼치는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화려한 랩을 구사할 수 있음을 이따금씩 증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면에 주안점을 두고 감상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그의 랩을 듣고 있으면, 오거나이즈드 컨퓨전 시절부터 로커스 시절까지의 10여 년의 세월이 그립다.

 

어쨌든 먼치는 이제 가사에 중점을 둔 앨범으로 방향을 완전히 선회한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그 방향이 틀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모스 데프(Mos Def), 네잇 독(Nate Dogg)과 호흡을 맞추던 "Oh No"에서 보여준 신기(神技)에 가까운 랩을 듣긴 어려울 듯하다는 얘기다. 화려한 워드플레이나 플로우에 대한 기대를 접고, 그의 정신세계와 더욱 심오해진 가사에 집중한다면, 또 다른 차원에서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가 최고의 리리시스트(Lyricist)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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