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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네어 레코즈 - 11:11
이병주 작성 | 2014-06-01 23:5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4 | 스크랩스크랩 | 83,713 View

Artist: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
Album: 11:11
Released: 2014-05-21
Rating:
Reviewer: 이병주









국내 힙합 뮤지션들이 지금껏 만들었던 성공 신화 중에 일리네어 소속 뮤지션들의 그것은 분명 특별하다. 메이저 시장에 들어가고자 크게 모양 빠지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고, 발라드 래퍼들을 욕하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발라드 랩으로 대중의 사랑을 구걸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스타일의 변화는 있었을지언정, 하고자 하는 음악을 가지고 꾸준히 승부를 걸어 이룬 결과다.

 

안타까운 점은, 그들이 함께 모여 레이블의 이름을 걸고 낸 이 앨범이 그동안 이룬 성취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사를 통해 그들 개개인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에 관해 직접 이야기하는 순간이 성취의 유일한 증명이라면 슬프다. 어느새 그런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일리네어와 음악의 캐릭터가 되었는데, 때론 그 논의가 이상한 방향을 향해 흘러가기도 한다. 중요한 문제는 돈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다. 더 콰이엇이 지난해 발표한 믹스테입 리뷰를 하면서도 다뤘던 부분이지만, 핵심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의 부분이다. 그 차이는 흥미롭게도 앨범 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빈지노(Beenzino)의 이야기가 다른 두 명의 주인공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빈지노의 가사도 솔로 앨범이 아닌 만큼, 할당된 벌스(verse) 분량의 한계 때문에 혼자서 준수한 드라마를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도끼(DOK2)와 콰이엇이 보여주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수준의 라이밍을 들려준다. 더군다나 이러한 가사의 수준 차이는 랩핑의 차이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앨범에서 멤버들이 구사하는 랩의 일부분에선 이전과 전혀 다른 플로우를 선보이고자 한 의도가 드러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시도 중 상당수가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그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시도 가운데에서도 연결고리는 특히나 튀는 곡이다. 후렴구와 벌스에서 등장하는 기이한 플로우에 당황부터 하게 되는 이 곡은, 동시에 레퍼런스 문제 논의로 뜨겁기도 하다. 그 이야기가 표절 논란으로까지 번져가는 상황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외국의 트렌디한 음악을 한국에서 가장 그럴싸하게 재현한다는 이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졌던 어두운 부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순간이어서 씁쓸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더해 앨범 내내 반복되는 무분별한 한영혼용은 이들의 콘텐츠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고, 미국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과 한국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 사이에서 어떠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인지에 의문을 품게 한다. 적어도 여기서 목표가 그 사이를 잇는 가교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을 보자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트랩이다. 도끼를 필두로 해당 음악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선보여온 데에서 이제는 레이블 전체의 핵심적인 음악적 색채로까지 부상하게 된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 트랩 비트 자체를 얼마나 잘 재현해내고 있는가라는 관점을 떠나서, 외부 참여 진을 포함해 일리네어 멤버들이 트랩 비트보다는 콰이엇이 홀로 담당한 비트에서 좀 더 균형 잡히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앨범에서 귀를 즐겁게 해주는 건 빈지노의 랩이다최초 두 이름을 등에 업고 등장하는 것처럼 보였던 빈지노가 이제는 레이블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희망이자 자산으로까지 보인다. 비트메이커로서도 활약을 하는 다른 두 명이 그쪽에서도 특별한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앞서 콰이엇이 발표했던 믹스테입도 주제와 표현방식의 한계에서 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랩핑과 비트의 질 모두 이번 앨범보다 뛰어났다. 정말 그들이 단순히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게 문제일까? 이 논란에서 외국 래퍼들도 다 마찬가지로 돈 이야기한다.’라는 말은 실제로 의미를 갖는 바가 전혀 없다. 한결같이 돈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를 다루는 그 많은 외국 래퍼들 사이에서도 일류와 이류, 삼류가 나뉜다. 그들이 얻는 인기와는 별개로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이들이 과거에 발표했던 몇 앨범은 지금 들어도 매력적이지만, 이번 앨범은 그렇지 않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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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이성규베플
    1. 이성규 (2014-06-03 04:01:39 / 182.213.246.**)

      추천 7 | 비추 0

    2. 끝까지 듣는게 힘들정도였네요 리뷰에 많은 공감하고 갑니다.
  • 핑팬베플
    1. 핑팬 (2014-06-03 23:15:53 / 124.146.36.**)

      추천 8 | 비추 0

    2. 리뷰 전반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빈지노 킹왕쫭.

      그렇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도끼의 랩에서 느껴지는 작살나는 박자감에는 솔직히 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다른 요소와는 상관 없이 말이죠. 빈지노의 가사와 긴 호흡의 치밀한 플로우 설계는 정말 훌륭하지만, 도끼의 박자감은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되었는지, 몇몇 곡에서 들리는 가래 빠진 목소리도 참 반가웠습니다. 앞으론 좀 담백한 사운드를 들려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우리 메타 성님 모셔다가 이런 욕을 먹다니 ㅋㅋㅋㅋㅋ
  • 힙합꼰대
    1. 힙합꼰대 (2023-01-24 16:24:09 / 49.169.47.**)

      추천 1 | 비추 1

    2. 네 이걸 컴필 명반 3탑으로 재평가 되게 됩니다
  • wuwu
    1. wuwu (2014-07-12 22:54:30 / 182.227.103.**)

      추천 7 | 비추 15

    2. 더콰 랩 더럽게 못하더라 앨범듣는 도중에 토할뻔했다..... 역겨운 앨범! 한국힙합을 좀먹는 암세포같은 앨범이 나왔네요 ㅎㅎ
  • Messlit
    1. Messlit (2014-06-12 11:13:17 / 114.205.71.**)

      추천 3 | 비추 3

    2. 일리어네어 원래 별로 안좋아했지만 이 앨범을 계기로 정말 싫어졌네요
      그냥 빈지노가 일리어네어를 빨리나왔으면 하네요
  • 말리말리
    1. 말리말리 (2014-06-07 00:11:22 / 218.156.21.**)

      추천 2 | 비추 2

    2. 저도 이 앨범이 왜이렇게 핫한지 의아해요;
  • l'equip
    1. l'equip (2014-06-05 21:28:36 / 219.241.144.**)

      추천 5 | 비추 2

    2. 빈지노는 일리네어에서 재능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콰이엇의 랩은 안타까웠어요.
  • i boy
    1. i boy (2014-06-04 10:31:30 / 119.207.60.***)

      추천 12 | 비추 0

    2. 우리나라도 본래 영어를 쓰는 곳이고 이 앨범도 영어로 발표가 됐더라면,,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뭐였을까요..
      전 아직 일리네어의 돈자랑 스웨깅이 한글로서 최초의 시도 이상의 의미로 와닿진 않네요.
      최초의 시도가 의미 없다고 보진 않치만, 청자들은 더 많은 걸 원했다는게 문제죠.
      리뷰 필자분도 얘기하셨듯이 밑도 끝도 없이 스웨깅을 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닙니다.
      10년 이상 씬을 끌어온 더콰이엇, 도끼 더불어 빈지노의 과거의 활약들을 기억하는 청자들이기에 좀더 새롭고 신선한 구성과 메세지, 한국 힙합의 선두주자로서 트랜드 세터가 되기를 바랬던 거죠.
      한국 힙합의 트랜드 세터인 듯한 이들이 2chainz 가사 번역 정도의 내용을 얘기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 핑팬
    1. 핑팬 (2014-06-03 23:15:53 / 124.146.36.**)

      추천 8 | 비추 0

    2. 리뷰 전반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빈지노 킹왕쫭.

      그렇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도끼의 랩에서 느껴지는 작살나는 박자감에는 솔직히 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다른 요소와는 상관 없이 말이죠. 빈지노의 가사와 긴 호흡의 치밀한 플로우 설계는 정말 훌륭하지만, 도끼의 박자감은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되었는지, 몇몇 곡에서 들리는 가래 빠진 목소리도 참 반가웠습니다. 앞으론 좀 담백한 사운드를 들려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우리 메타 성님 모셔다가 이런 욕을 먹다니 ㅋㅋㅋㅋㅋ
  • Sergio.K
    1. Sergio.K (2014-06-03 09:45:43 / 223.62.169.**)

      추천 6 | 비추 3

    2. 딱 별 두개에서 두개 반 짜리 앨범이었다고 생각해요. 공감.
  • Fukka
    1. Fukka (2014-06-03 04:04:19 / 175.223.8.**)

      추천 16 | 비추 7

    2. 평론가 나셨네 ㅋㅋ 뭔 리뷰를 평가하고 있어
  • 이성규
    1. 이성규 (2014-06-03 04:01:39 / 182.213.246.**)

      추천 7 | 비추 0

    2. 끝까지 듣는게 힘들정도였네요 리뷰에 많은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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