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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ide – Gz II Godz
지준규 작성 | 2014-06-13 17:1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22,551 View

Artist: G-Side
Album: Gz II Godz
Released: 2014-05-15
Rating:
Reviewer: 지준규









그 주체가 음악을 듣는 수용자이든, 창작을 하는 아티스트이든 간에 사운드와 가사 면에서 답습으로 점철된 음악들에 대해서는 피로함과 따분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과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타의 콘텐츠들을 찾아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펼치며 피로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소비자들과 달리 아티스트들에게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특히 장르 고유의 색이 매우 강하고 작업물을 쏟아내는 빈도가 매우 높은 힙합 씬에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일정 기간 공백기를 갖는 건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 중 하나라고 할만하다. 앨라배마 출신의 힙합 듀오 쥐-사이드(G-Side)처럼 말이다. 그들은 3년간의 공백기 끝에 더욱 발전된 모습을 담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Gz II Godz]을 들고 돌아왔다.

 

-사이드의 음악은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다. 그들이 추구해온 음악적 방향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앨라배마 출신이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서던 힙합의 영역 안에서만 그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트랩(Trap Music)으로 대표되는 서던 힙합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현악기의 사용으로 클래식적인 분위기를 낸다거나 갑작스러운 리듬의 변화, 또는 장르간의 경계를 허무는 사운드 배치 등등, 참신한 시도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완성해왔다. 무엇보다 이들의 시도가 단순히 '다름'에 집착하는 추구라기보다는 메시지와 감성을 더욱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또 그 시도들 자체가 상당히 호소력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쥐-사이드의 음악이 지닌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물론,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들의 음악적 가치관과 창조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다.

 

시작을 알리는 짧은 인트로를 지나 등장하는 곡인 “G-Side’s Back”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함과 동시에 그들의 음악적 태도 또한 명확히 보여준다. 촘촘히 배치된 보컬 샘플과 어두운 신스음이 음침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그 위에 단순한 피아노 멜로디가 얹혔는데, 이는 쥐-사이드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스타일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이다. 더불어 힘을 빼고 담담하게 자신의 귀환을 말하는 레타즈(S.T. 2 Lettaz)의 랩핑까지 더해져서 트렌드에 대한 부담 없이 본연의 노선을 걷고자 하는 여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에 이어지는 곡이며 앨범의 첫 번째 싱글로 미리 공개되기도 한 “Statue”에서는 두 래퍼의 발전된 기교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굵직한 트랩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되 스산한 베이스 라인과 어지러운 전자음들이 정신없이 섞여 돌아가고 랩을 하는 보컬에까지 각종 이펙트를 사용해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었지만, 레타즈와 영 클로바 (Yung Clova)의 영민한 플로우는 이를 상쇄한다. 이들은 빠르기의 강약을 적당히 조절하여 비트와 합을 맞추고 보컬의 톤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며 곡의 혼잡함에 질서를 부여한다. 또한,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부당한 것에 의존하여 취하는 이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어 여러모로 트랩 음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쥐-사이드 앨범에서 함께한 프로듀서 블락 비타즈 (Block Beataz)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블락 비타즈의 핵심적인 스타일 중 하나인 극적이면서도 몽롱한 사운드는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는데, 앨범 초반부에 등장하는 트랙인 “2004”의 비트는 대표적이다. 달콤한 기타 멜로디로 잔잔한 울림을 주며 시작하지만, 곧 이어 등장하는 투박한 비트와 결합하여 강렬함을 더하고, 꿈결처럼 나른하고 몽롱한 보컬이 배경으로 희미하게 깔리며, 특유의 그윽함 또한 담겼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랩핑에 따라 끊임없이 변주되는 기존의 사운드와 추가되고 빠짐을 반복하는 풍부한 음색의 전자음들은 곡의 극적인 효과까지 극대화 시키고 있다. 곡의 전개 자체만 보자면 이전 곡들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사운드 운용에 있어서 성숙과 발전은 명백해 보이며, 그 비트가 두 명의 래퍼와 합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고유의 감성 역시 한층 깊은 감상을 유도한다.

  

언급한 곡들 외에도 달달하고 포근한 비트 위로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Higher”, PBR&B 아티스트 즈네이 아이코(Jhené Aiko)의 곡인 “Bed Peace”의 애처로운 코러스를 인상적으로 활용한 “In Luv”, 피처링 진과 유기적인 화합을 보이며 앨범의 경쾌한 마무리를 짓는 “Create” 등의 트랙들 역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인다.

 

물론, 앨범 전체적으로 본다면,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사운드적 실험의 과도함이 느껴지거나 곡의 배치에 있어 분위기의 급격한 전환을 고려하지 못한 탓에 연속적인 감상이 방해받는 등의 부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쥐-사이드가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준 예술적 지조와 보다 무르익은 음악 실력이 지니는 의의와 만족도가 훨씬 크다. 지금껏 그리 큰 주목은 받지 못했음에도 데뷔 초부터 간직해 온 음악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은 힙합이 때로 기본에 충실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여기서 기본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운드와 스타일의 정립, 그리고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의미한다. 특히, 과거에 안주하지 않은 채 꿋꿋이 자신들의 길을 가는 쥐-사이드는 손쉽게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현 힙합 씬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3년간의 성숙기를 거친 후 돌아온 쥐-사이드는 그들이 인터뷰에서 자신감 있게 말한 것처럼 (“We needed a fresh start or a fresh look, it had gotten stale/우리는 산뜻한 모습으로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이전의 것들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서던 힙합의 길을 다시 한 번 확장함과 동시에 그들의 입지 또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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