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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팬들이여, 뮤지션의 먹고 살기를 걱정하지 말아요
강일권 작성 | 2014-07-07 19:0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4 | 스크랩스크랩 | 52,587 View




카피와 표절 시비를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우리나라는 정말 음악 할 곳이 못 된다. 특히, 장르의 정수를 추구하거나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무덤과도 같다. 다양한 장르와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해야 할 방송 매체들은 시청률이라는 궁색한 변명 아래 귀를 닫아버린 채 편향적이 돼버렸고, 실질적으로 뮤지션의 돈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이트들은 애초에 터무니없는 비율로 책정한 음원 정액제를 고수하면서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문화콘텐츠의 양적, 질적 성장에 힘써야 할 정부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창작자 보호에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나라는 다양한 장르, 좋은 음악이 나오기에 매우 열악한 현실을 자랑한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살기가 위협받는 상황의 반복 속에서 어떻게 좋은 뮤지션들의 활동과 음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음악팬들이라도 뮤지션의 먹고 살기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지지를 보내는 건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매우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관심과 지지라는 것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문제다. 추구한다는 장르의 멋과 맛이 거세된,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것도 아닌, 그때그때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서 먹히는 스타일만을 좇으며 조악하게 만들어낸 구린 음악까지 감싸 안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이다.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위했던 지지가 본인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동정이 되어버렸고, 자연스레 이는 한국대중음악계, 특히, 장르 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애초에 좋은 음악이 탄생하기 위해서라는 핵심을 망각한 채 먹고 살기에만 집착하게 된 순간, 모든 것이 어긋나 버렸기 때문이다.

 

힙합 씬에서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하는 신파성 발라드 랩과 ‘MC몽 아류 랩 가요들에 대한 힙합팬들의 반응은 작금의 현실을 잘 대변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 상업적 인기와 상관없이 냉정하게 반응했던 힙합 커뮤니티에서조차 이러한 음악들로 음원 차트와 방송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더불어 얼마 전, 그러한 랩 음악으로 순위에 오른 걸 스웩(Swag)하는 랩퍼들을 비판한 나의 트윗이 샤라웃힙합(shoutouthiphop)’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되어 소소하게 논쟁이 된 바 있는데, 거기에 달렸던 많은 댓글 중에도 뮤지션의 생계 걱정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런 음악을 하지 않으면 당장 돈을 벌 수가 없고 생계가 위협받는 데 어떡하느냐’, ‘가족을 위해선 자존심도 버렸다는데 뮤지션이기 전에 사람답게 사는 게 먼저 아니냐등이 주요 골자다.

 

무엇보다 씁쓸한 건 댓글 내용에서 드러나듯이 어쨌든 이러한 장르팬들 역시 지지하는 음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여기엔 몇몇 랩퍼들의 책임도 크다. 언더그라운드, 혹은 (진짜) 힙합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꾸준히 내세우면서 음악적으론 수준 낮은 결과물 내놓기를 반복했음에도 이를 생계 문제와 직결시키며 어린 힙합팬들을 호도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최악이다. '부모와 가족을 지킬 수 있다면 음악적 자존심을 버리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라.'라는 식의 가사는 실로 경악스러울 정도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뮤지션 스스로도 암묵적으로 인정한) 구린 음악을 한다는 이유도 구차하지만, 그것을 위해 음악적 자존심을 버리겠다는 선포를 떳떳하게 하는 행위 자체가 더 기괴하다. 그렇다면, 당장 내일의 끼니와 월세를 걱정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무슨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주의자에 현실부적응자란 말인가?

세상에 자신의 불행했던 가족사나 가난을 노래하는 이들은 많다. 특히, 랩퍼들에겐 주요 소재이기도 한데, 그들의 노래 속에서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을 팔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얘긴 들어봤어도 생계 때문에 질 낮은 음악을 한다는 얘긴 접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생계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위협받을 상황이라면, 다른 직업을 찾으라 한다. 그것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말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힙합을 사랑한다면, 이게 더 멋있고 정상적인 행동 아닐까? 더구나 오늘날엔 전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졌고 말이다. 전업임을 내세우면서 음악적 자존심은 뒤로 한 채 그때그때 상업성과 타협한 결과물을 쏟아내며 이득은 이득대로 취하는 뮤지션과 전업은 아니지만, 자신의 색깔을 내고자 하는 뮤지션 중에 과연 누가 더 음악계를 풍요롭게 할까? 부디 곡해는 마시라. 자기가 원하는 음악만으론 먹고살기 힘드니 다 팽개치고 직업을 찾아야 하고 그게 무조건 옳다는 소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먹고살기를 핑계 삼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얘기다  
 

유독 이러한 부류의 힙합 뮤지션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예술가인 척하는 경향이 심한데, 정작 역겨운 현실 속에서도 음악적 자존심과 방향성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뮤지션들은 그러하지 않다는 게 희대의 아이러니다.  

 

많은 이가 뮤지션도 결국은 이 세상의 무수히 많은 직업 중 하나이며, 그 길을 택한 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의지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예술의 한 영역이기에 조금은 다른 시선과 지지, 그리고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지지와 존중의 1순위 대상은 언제나 뮤지션이 아닌, 음악이 되어야 하며, 그중에서도 좋은 음악을 향해야 한다. 결과물로 나온 음악이 최고고 그걸 만든 뮤지션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뮤지션의 빈부 여부로 음악을 평가해선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뮤지션들도 먹고는 살아야죠.'라는 이해 아닌 이해가 구린 음악과 그런 결과물을 내놓는 이들의 방어막으로 둔갑하면서 반대로 장르적 정체성을 고수하며 자신의 음악을 해오고 있는 뮤지션들은 더 가난해지고 힘겨운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어쨌든 자신이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의 상업적 성공을 무의식적으로 힙합의 성공과 연관 짓는 경향이 짙은 한국힙합팬들은 더더욱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뮤지션의 먹고 살기 문제를 고민하고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건 음악팬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문제다.

 

랩퍼들은 나라의 현실과 생계 문제를 인질 삼아 힙합팬의 감정에 호소하며 스스로도 인정하는 변질되고 구려진 음악을 변명하고, 힙합팬은 단순한 동정으로 변질된 지지를 보내다가 그들이 가끔씩 센 스타일의 힙합을 한 번 던져주면, 환호한다. 그러는 사이 장르 씬은 어느새 메인스트림 가요계의 마이너 리그처럼 되어버렸고, 그 속에서 장르적 정체성을 지키며 자신의 음악을 해나가는 뮤지션들은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 방송 매체와 장르팬, 양쪽 어디에서도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며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부 힙합팬의 왜곡된 지지가 오히려 장르 시장과 장르 뮤지션들을 죽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행하는 지지와 존중을 통해 바랐던 건 과연 무엇이었나? 이제부터라도 본인의 지지가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지는 않은지, 올바른 지지란 어떤 뮤지션을 향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린 진중하게 고민을 거듭해봐야 하지 않을까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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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Ceezy베플
    1. Ceezy (2014-07-08 22:03:10 / 211.215.99.**)

      추천 5 | 비추 0

    2. MC 메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음악으로 돈 벌 생각 안 하고
      돈 벌어서 음악할 생각 했다고..
      많은 뮤지션들이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 sodgh베플
    1. sodgh (2014-07-07 20:34:08 / 222.233.162.**)

      추천 7 | 비추 0

    2. 정말 공감가는 칼럼이네요.

      언더그라운드에서 생계가 위태로운 수많은 뮤지션들은 언제나 많았죠. 그들의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은 커녕, 이젠 피드백과 리스펙마저 받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때론 안쓰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상업적인 랩송은 힙합에 익숙치 않은 대중의 이지 리스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갈수록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면죄부를 받는 듯한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 솔직하게 구린 건 구린 건데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구린 것도 이해해주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팬이고 구린 음악을 구리다고 피드백하는 사람들을 헤이러로 간주하는 몇몇 뮤지션들의 태도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SRE
    1. SRE (2016-03-10 22:28:36 / 121.169.57.**)

      추천 0 | 비추 0

    2. Word Up
  • yaksuboy
    1. yaksuboy (2014-11-28 20:19:10 / 121.130.145.***)

      추천 0 | 비추 0

    2. 커버가 참 잘맞아떨어지네요 ㅎㅎ
  • dtmass
    1. dtmass (2014-07-17 01:46:06 / 27.35.56.**)

      추천 0 | 비추 0

    2. 씁쓸한건 힙합 커뮤니티 자작곡 게시판 곡들도
      다 획일화 되어가고 있는듯한 느낌 '와!'는 있어도 '어?!'는 사라짐..
  • 레이니웨이
    1. 레이니웨이 (2014-07-14 16:21:39 / 125.130.250.**)

      추천 3 | 비추 0

    2. 언더라인..!
      '그 속에서 장르적 정체성을 지키며 자신의 음악을 해나가는 뮤지션들은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 방송 매체와 장르팬, 양쪽 어디에서도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며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 Qwer
    1. Qwer (2014-07-13 14:51:21 / 180.230.97.***)

      추천 3 | 비추 0

    2. 진짜 요즘 한국힙합 좆망했어요. 언더그라운드에는 힙합클래식 적인 뮤지션들도 사라지고 소울컴퍼니같은 신선함도 없고 오버에서는 중심 축을 잡아주던 에픽하이도 YG들어가서 개똥같은 음악하고
  • 랩퍼엔
    1. 랩퍼엔 (2014-07-09 11:41:47 / 211.56.190.***)

      추천 8 | 비추 0

    2. "우리는 이기지 성공 비결은 / 좋은 음악 no 이미지
      너네는 입에다 기름칠 하기 위해 / 또 노력없이 찾겠지 지름길
      하지만 너네는 웃기지 / fuck the industry 우리는 태도를 지키지
      대기업들은 돈을 또 훔치지 / 문화 죽이지만 내 랩은 바로 내 무기지
      blah 난 절대로 쉽게 죽지는 않아 / 때로는 내 앞이 캄캄했지만
      이제 내 미래는 너무나도 밝아 / 비싼 시계는 없지만
      내 반지를 봐, 절대 변하지 않아 / 빠르게 보단 바르게
      늘 열심히 하면서 나는 내 갈길을 가"

      B-Free, Korean Dream Intro 중에서

      word up...
  • i boy
    1. i boy (2014-07-09 10:20:15 / 114.203.221.**)

      추천 7 | 비추 0

    2. 매니아층을 위주로 언더 랩퍼들을 응원하던 과거와 달리
      쇼미더머니라는 전혀 힙합스럽지 않은 힙합 '오디션(참..)'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온 랩퍼들이나 더 알려지고 있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사랑노래를 통해서 돈을 번이들도 같은 맥락인데, 더 알려져서 돈을 더 버는 건 둘째 치고 과거 '대중과 타협한 자신의 방법도 힙합이다.' 라고 우기는 '태도'가 더 문제입니다. 아닌건 아니라고 인정하고 열심히 하면 모를까요..
      저는 아직도 엠씨몽의 노래와 산이나 버벌진트의 사랑 노래의 큰 차이점을 모르겠습니다만..
  • i boy
    1. i boy (2014-07-09 09:27:38 / 114.203.221.**)

      추천 3 | 비추 0

    2. 우리나라 대중들의 문화 인식 방법도 참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르 음악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도가 너무 낮아요. '어디 광대들이야 놀아봐라 내가 좋으면 다음에도 들어주리라'정도의 마인드가 대부분이고 '음악이란 문화' = '싸이월드 bgm정도'의 인식이 여전히 만연합니다. 쇼미더머니3에 바스코가 참여하고 나오는 '심사위원들 긴장시킨 바스코, 과연 랩실력은?' 이런 장르팬들을 전혀 생각하지않는 기사 제목들만 봐도 답이 나오죠.
      현재 힙합을 접하는 소비층들이 대부분 오랜 시간 힙합을 들어온 분들이 아닌, 쇼미더머니나 과거 오버에서 활동한 유명 래퍼들(사랑노래들로 많은 사랑을 받은)을 보고 저게 힙합이구나 하고 공연보러오는 사람들이 극대다수이니, 기본적으로 힙합 이란 '문화'를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닌 랩 뮤직을 들으러 오는 것입니다.
      돈이 그런 일명 '알려진' 랩퍼들에게 굴러가니, 과거 언더에서 활동하던 랩퍼들이 설자리는 더 없어지고, 악순환의 반복인거죠.
      솔컴, 빅딜, 오버클래스 지조 있던 그들이 그립습니다..
  • dub
    1. dub (2014-07-08 23:06:56 / 61.72.243.***)

      추천 2 | 비추 0

    2. 아 이 글 너무 좋은데요. 오랜만에 사이트 들어왔다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 Ceezy
    1. Ceezy (2014-07-08 22:03:10 / 211.215.99.**)

      추천 5 | 비추 0

    2. MC 메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음악으로 돈 벌 생각 안 하고
      돈 벌어서 음악할 생각 했다고..
      많은 뮤지션들이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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