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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boy Sandman – Hallways
지준규 작성 | 2014-10-02 22:4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4 | 스크랩스크랩 | 23,851 View

Artist: Homeboy Sandman
Album: Hallways
Released: 2014-09-02
Rating:
Reviewer: 지준규









음반 시장의 구조가 여러 면에서 변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들이 생겨나고 있는 오늘날 대중음악계에서 소규모 독립 레이블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록, 여전히 낮지만, 그 존재감은 상당하다. 기존에 없던 장르와 스타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아티스트의 상업적 잠재력보다는 음악적 재능을 중시하는 방향성과 태도가 보다 유연하고 다채로운 음악 시장의 형성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레이블에 속한 뮤지션들 또한 경제적인 이윤을 올리기 위한 상품으로서가 아닌 표현 수단으로서 음악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멋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 같은 모습은 여러모로 정체된 음악계에 활기를 더해주었다. 얼마전 스톤즈 스로우(Stones Throw)에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Hallways]를 발매한 퀸즈 출신의 홈보이 샌드맨(Homeboy Sandman) 역시 대세와 타협을 멀리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언더그라운드 래퍼 중 한 명이다.

 

홈보이 샌드맨의 스타일을 규정짓는 많은 요소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현실을 꿰뚫는 주제의식과 창의적인 라이밍이다. 전직 영어 선생이기도 했던 그는 뛰어난 표현력과 다양한 은유를 동원하여 창의적인 운율의 라임을 주조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구현해내는데, 이렇듯 탁월한 솜씨는 곡의 흥미진진한 전개에 힘을 보탠다. 또 이를 통해 일상의 이야기를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것은 물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꼬집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더불어 탄력적인 리듬감과 생동감 넘치는 플로우가 빚어내는 그의 감각적인 래핑은 어떠한 비트와도 잘 어우러지며 매번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기성 힙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가지각색의 음악적 재료들을 적극 수용한 비트 위에서 랩핑을 위한 공간적 여유를 영리하게 확보하고 그 안에서 풍부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재능은 꽤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유의 감수성과 날카로운 통찰력은 이번 앨범에도 고스란히 연장되어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첫 트랙 “1,2,3”은 정직한 드럼 라인 위에 자극적인 신스음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보컬 샘플이 불규칙적으로 더해지며 혼란을 유도한다. 하지만 홈보이 샌드맨의 숙련된 랩핑은 그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귀에 감기는 멋진 그루브를 형성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기 넘치는 라임을 유려하게 풀어내면서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코 훼손하지 않는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뒤이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곡 “America, the Beautiful”이 등장한다. 홈보이 샌드맨의 전 앨범인 [First of a Living Breed]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창조적 비트 메이커, 존 웨인(Jonwayne)의 손을 거친 이 트랙은 투박한 드럼과 덜 다듬어진 샘플링 사운드로 일관하며 다소 거칠고 단조롭게 흘러간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한 단어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미국인들이 처한 현실과 정서적 환경, 그리고 그들의 무지와 안일함을 냉철하게 묘사하는 홈보이 샌드맨의 기민한 랩핑은 날 것 같은 비트와 맛깔스럽게 결합되며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트랙 “Problems” 또한 인상적인데, 흐릿한 드럼 사운드와 희미하게 뒤섞인 묘한 느낌의 전자음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홈보이 샌드맨의 진솔한 랩핑이 적절히 융화되어 만들어낸 잔잔한 분위기는 매우 독특한 감흥을 전한다. 이 외에도 각각 블루(Blu)와 오 노(Oh No)의 지원이 더해지며 그 에너지가 증폭된 “Loads” “Heaven Too”, 저음역대의 보컬을 역동적으로 활용하며, 홈보이 샌드맨 본인이 가진 기교적 세련미를 한껏 뽐내는 “Refugee”, 시작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이며 유쾌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Personal Ad” 등의 곡들 역시 앨범의 높은 완성도에 일조하고 있다.

 

그의 이름과 음악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이들에게 앨범을 깊이 각인시킬만한 킬링 트랙의 부재나 간혹 노래의 전체적인 느낌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난해한 전자음들이 과하게 사용되어 감상을 방해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집단의 전제와 틀을 거부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길을 걷고자 하는 홈보이 샌드맨의 음악적 지조와 방향성이 만들어낸 탁월한 앨범인 것만은 분명하다. 항상 남들과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실험 정신으로 일관하는 태도 자체가 무조건적인 호의를 담보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홈보이 샌드맨은 타고난 끼와 재능,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치열한 연구를 통해 본인만의 독자적인 힙합 음악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고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여전히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개성을 동시에 겸비한 언더그라운드 랩퍼로서 입지를 다시 한 번 견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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