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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Soul, 크라우드 펀딩으로 앨범 제작의 혁신을 꿈꾸다
김동호 작성 | 2015-05-23 03:2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24,649 View




최근 유서 깊은 3인조 힙합 그룹 데 라 소울(De La Soul)이 새 앨범 [And The Anonymous]의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방식을 채택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벤처 기업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자본금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확보하는 방법이다. 주로 인터넷을 통하여 시행되는 크라우드 펀딩은 벤처 캐피털리스트(Venture Capitalist), 혹은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와 같이 소수의 투자자들을 유치하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과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개시하려는 사업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 개개인의 자유로운 투자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대형 투자자들을 유치하기가 여의치 않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에 기반하여 투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킥스타터(Kickstarter) 외에도 플렛지 뮤직(Pledge Music), 또는 셀어밴드(Sell A Band)와 같은 유럽 회사들과 튠펀드(TuneFund)나 아티스트셰어(ArtistShare) 등의 미국 소재 법인들이 음악인들만을 고객층으로 겨냥하여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이미 어느 정도 굳건히 형성되어있으며, 앞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고 짐작할 수 있다.

킥스타터(Kickstarter) 상의 데 라 소울 프로젝트 페이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본인의 곡을 내리겠다고 결정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나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트토렌트(BitTorrent)와 손을 잡겠다고 선언한 톰 요크(Thom Yorke)처럼 몇몇 아티스트들이 상업적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데 라 소울 또한 대형 레이블의 입김을 피해 킥스타터로 노선을 갈아탐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 라 소울 측은 미디엄닷컴(Medium.com)에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는데, 우린 그 배경을 흥미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로 시작하는 본 게시글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음악 시장의 온갖 풍파에도 지금까지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온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 우리의 주 장점은 라이브 공연이야. 그래서 홍보할 앨범이 있든 없든 우리는 전 세계의 음악 페스티벌을 누비고 다녔고 공연장들 또한 휩쓸고 다녔어. 무려 20년 동안 말이지.”


 

실제로 데 라 소울은 1989,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이래 꾸준한 인기를 얻었으며, 힙합사에 길이 남을 [3 Feet High and Rising], [De La Soul Is Dead], [Stakes Is High]와 같은 명반을 남김으로써 최근까지 수많은 올드스쿨 힙합 팬의 향수를 자극해왔다. 이후, 음반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브랜드 페어링(Brand Pairing), 또는 관련 상품 판매를 병행하여 활동을 이어감에 따라, 해당 수익에 관한 음반사들의 간섭이 심해졌다. 이를 목격한 데 라 소울 측은 킥스타터라는 방편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활동 수입을 온전히 확보하려는 조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글에서 데 라 소울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레이블 측에서 우리가 일궈놓은 것을 가져가는 것을 볼 수만은 없잖아.” 수익을 분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표한 셈이다. 덧붙여 그들은 설령 레이블이 우리와 수익을 나누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쳐놓은 울타리 내에서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라며, 레이블이 그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이점에 대한 의심을 토로했다.

 

레이블을 두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켜져 가던 도중, 데 라 소울의 멤버 빈센트 메이슨(Vincent Mason)이 과거에 킥스타터에 대한 얘기를 했던 사실이 도화선이 되어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글에서 데 라 소울 측은 처음에는 솔직히 전혀 감이 안 왔어. 사람들이 우리가 구걸하는 것으로 생각할지, 아니면 역사 깊은 힙합 그룹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 방편으로써 혁신을 꾀하는 것으로 생각할지 알 수가 없었어.”라고 밝히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걱정이 분명히 있었음을 강조했다.

 

빈센트 메이슨(Vincent Mason)

 

하지만 실제로 킥스타터를 사용해본 아티스트들은 물론, 그들의 팬들과 소통해본 결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숱한 성공사례가 존재함을 알았으며, 다수의 데 라 소울 팬들 또한 킥스타터의 개념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데 라 소울 측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뮤지션들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 이 방편을 사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음을 보았을 때, 비로소 우리는 킥스타터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어.”

 

우선 데 라 소울 측은 11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초기 달성 금액으로 설정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이를 상회하는 자금이 모일 것을 자신했다. 그리고 실제로 개시 9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리는 정말 놀랐고, 50만 달러(한화 약 5.2억 원)에 다다랐을 때 진심으로 환호했어. 이 사업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같았거든. 우리 팬들에게 아직 진실된 음악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했어. 이 돈은 우리가 최적의 장비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데 쓰일 거야.”라며, 그들은 모인 투자금을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더불어 데 라 소울은 다른 아티스트들에 대한 격려와 충고도 잊지 않았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술혁신에 민감한 팬층을 보유한 음악인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봄직해. 하지만 크라우드 펀징의 수혜자로서 아티스트는 응당 팬들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들려줄 의무가 있어. 팬들의 돈으로 팬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직무유기야.”

 

그런 의미에서 데 라 소울 측은 이번 앨범이 비트와 라임으로만 점철된 게 아니라 잘 짜인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을 온전히 담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최대한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악기 구성과 여러 미스매치(Mismatch)를 통해 구속받지 않는 세계를 대변하고자 했다고. 이들의 위대한 도전은 올해 9월에 결실을 보아 정규 앨범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렇듯 데 라 소울의 새로운 시도는 오늘날 대중음악 산업계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모로 열악한 한국의 시장을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한국에도 와디즈(Wadiz)나 위제너레이션(Wegen)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시장규모 또한 지난 2012 840억 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2012년의 경우, 펀딩 규모의 대부분이 선거비용 모집에 투입된데다 나머지 액수조차 대출형 펀딩이 62%를 차지함을 비추어보았을 때 벤처기업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한 펀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한국에서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텀블벅(Tumblbug)이 예술가들만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문학, 또는 만화가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형 소속사와 계약을 맺지 못하면 설 자리조차 위태로워지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혁신적인 자금 확보 방편이 활성화되어 아티스트들이 대형 레이블의 비호 없이도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데 라 소울과 같이 과감하고 용기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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