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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 2002
남성훈 작성 | 2015-10-11 23:0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46,907 View

Artist: 개리(Gary)
Album: 2002
Released: 2015-09-21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이제는 예능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랩퍼로서 개리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한국 힙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허니 패밀리를 지나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 낸 듀오 리쌍을 통해 감성을 깊게 자극하는 진솔한 화법의 가사와 높은 전달력이 담긴 랩으로 고유한 영역을 만들었고, 덕분에 랩의 기술적 쾌감과는 거리가 먼 랩퍼임에도 대중과 장르 팬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쌍의 두 번째 앨범이자 최고작인 [, 계발] 이후, 음악적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랩 역시 매력이 반감되는 신파 위주의 자기복제가 이어진 탓에 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개리는 2014, 솔로 아티스트로 선회하면서 EP [Mr.Gae]를 통해 랩퍼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타파해나갈 전략도 확실히 세웠음을 보여줬다. 비록, 매우 적은 구성이었지만, 신선한 프로덕션과 좀 더 자극적이면서도 솔직한 감성이 묻어난 가사에서 그의 강점이 돋보인 작품으로 다시금 그에게 기대를 걸게 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 후속작인 [2002]는 이런 기대를 만족시켰을까?

 

개리가 [2002]라는 앨범을 만든 이유, 그리고 앨범을 관통하는 내용은 일치한다. 현실이 가진 공허함을 토로하고 이를 위로해줄 과거의 자아를 찾아낸 후, 이를 현실에서 버티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개리에게 그 자아는 첫 트랙 "어차피 잘 될 놈 (루져 날다)"에서 회상하는 2002년 랩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던 자신이다. [2002]의 재미난 점은 이런 자아를 소환하면서 겪는 진한 감정을 풀어내며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뚝방의 꿈", "SHIPAPA", "허해"에서 특유의 작법과 랩 스타일이 안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는 반면, 작정하고 랩퍼로서 승부를 보려는 듯 강하게 밀어붙이는 "둥둥", "MUSHI MUSHI"와 같은 트랙은 오히려 뜨악한 감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구성상 흐름의 문제가 아니라 종종 비트의 박자와 리듬감을 놓치는 개리의 랩 퍼포먼스 때문이다.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거나, 의도적인 엇박자라고 말하고 넘어가기엔 트랙 안의 랩 완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개리라는 랩퍼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에 들리는 가사가 이를 부정하는 것이니 그 뜨악함은 더 커진다. 성인 취향의 진한 묘사 속에 남녀의 감정을 녹여 낸 가사가 일품인 "엉덩이"가 개리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며, 그가 랩퍼로서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리쌍 시절을 연상시키는 사랑노래인 바람이나 좀 쐐에서도 고유의 매력이 잘 드러나며 힘이 실린다. 각 트랙 간 벌어지는 랩 퍼포먼스의 차이와는 다르게 프로덕션은 앨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준수하다. 만약 진한 여운을 느꼈다면 트랙 대부분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이 한몫 했을 것이다. 많은 피처링 진의 지원 역시 트랙들과 잘 어우러진다.

 

개리의 정규앨범 [2002]는 결과적으로 꽤 흥미로운 구석이 많이 담긴 앨범이다. 개리의 입을 빌리고, 또 그것이 그만의 진솔한 이야기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치열함과 부조리함이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자수성가한 30대 후반의 남자가 생의 중반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진솔하게 펼쳐 낼법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가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리쌍의 첫 앨범을 만들던 마음가짐을 기억하기 위해 2002년을 타이틀로 삼았듯, 아마도 비슷한 연령대 대다수의 사람들 역시 2002년 즈음을 각자의 성공을 위해 가장 열정을 품기 시작한 시기로 기억할 법하다. 개리가 평범한 인물이라 볼 수는 없지만, 랩퍼로서 또 예능 방송인으로서 그간의 행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황이라 듣는 이들은 개인적 가사가 품은 세부적인 묘사를 쉽게 흡수해버리고 곡이 내포한 보편적 감정선에서 각자의 몫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개리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 누구보다도 [2002]를 들을 때 감정이입이 수월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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