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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케이 - 감정노동
이병주 작성 | 2016-03-24 23: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3 | 스크랩스크랩 | 42,263 View

Artist: 제리케이(Jerry.k)
Album: 감정노동
Released: 2016-03-15
Rating:
Rating (2020) :
Reviewer: 이병주









제리케이(
Jerry.K)는 그의 소개 문구 그대로, 정말 특별한 래퍼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서 전하는 이야기들 때문에 그렇다. 그는 많이들 꺼리는, 혹은 무관심한 사회 이슈와 정치적인 문제를 거침없이 다룬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음악 스타일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의 이야기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특별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미국 흑인음악 씬의 트렌디한 음악을 놀라운 속도로 흡수하고 재현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러한 움직임 안에서 음악의 형식미는 크게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근래의 많은 랩 음악 사이에서 가장 크게 갈증을 느끼게 되었던 부분은 좋은 가사였다. 그 기준은 의미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절묘하고 기가 막힌 표현일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제리케이는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는 뮤지션이다. 특히, 좋은 의미에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이야기꾼이다. 이번 새 앨범에서도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드러내고, 적나라하게 기록해냈다.

 

[감정노동] 안에 담긴 가사는 앨범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제리케이는 일단 지금의 힙합 씬을 조명하는데,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쇼 프로그램을 통해 왜곡된 씬의 모습을 타협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과 대조해가며 비판한다. 일부 곡들을 통해서는 젠더 문제를 다루기도 하는데, 다른 국내 뮤지션들을 통해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여성주의적인 시각과 접근이 보이기도 한다. '감정노동'이라는 앨범명에도 걸맞은 타이틀곡 "콜센터"가 그리는 것 역시 이 시대 슬픈 젊음의 자화상이다.

 

다만, 언급한 것들을 이 음반의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지점은 메시지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러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큰 방향성이란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강한 자기 확신과 일관된 직설로 정치적인 이슈를 풀어낸 이 앨범은 하나의 선전으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고, 그 점은 예술 형식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아름다움과 쾌감을 찾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언급한 것과 같은 다른 쾌감을 찾으려 해도 다소 부족하다는 게 이번 앨범의 작은 문제이기도 하다. 본인이 직접 몸담고 있는 힙합 씬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성과 농밀한 감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젠더 문제를 비롯한 다른 시대의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서는 상당수가 보편적인 당위를 일반적인 서술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서 이야기를 한 걸음 물러서서 들을 때 이 앨범이 주는 음악적인 매력을 더 잘 만끽할 수 있다.

 

제리케이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좋은 래퍼이긴 하지만, 최근 트렌드에 비추어 봤을 때 때때로 랩 스타일 자체가 주는 감흥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탓에 자칫 훌륭한 고전의 반복에 그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험버트(Humbert)의 비트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트들에 깔려 있는 긴장감이나 완급 조절과 변주를 통해 절묘하게 곡을 끌고 나가는 리듬 구성은 앨범의 일정한 무드 조성에도 한몫을 하고, 한층 더 세련된 외양을 입혀 지금의 이슈를 다루는 가사와 훌륭한 짝을 이룬다. "축지법"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만하다. 그만큼 [감정노동]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던 험버트의 역량이 얼마나 탁월한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다만, 비트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곡의 변화무쌍함이 도를 지나쳐 제리케이의 랩을 다소 산만하게 들리게끔 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는 점은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이번 앨범은 아주 매력적이다. 올바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그런 행위 자체를 촌스럽다고 바라보는 시대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감정노동]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우리의 오늘이고, 제리케이가 일관되게 걸어온 길은 우리가 함께 보는 이 드라마의 감동을 증폭시킨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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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동동이
    1. 동동이 (2016-11-22 15:12:48 / 210.120.100.**)

      추천 0 | 비추 0

    2. 개인적으로 올해의 명반
  • 이승학
    1. 이승학 (2016-03-25 02:38:10 / 39.118.168.**)

      추천 10 | 비추 0

    2. 이렇게 긴 커리어 동안 항상 평균 이상, 혹은 수준급의 앨범을 꾸준히 뽑아내는 MC도 드물 것 같네요. 한국 힙합 씬에 몇 안되는 리얼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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