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Artist: Apathy
Album: Handshakes with Snakes
Released: 2016-06-06
Rating:
Reviewer: 양지훈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이하 AOTP)와 데미갓즈(Demigodz)의 주축으로, 그리고 다수의 믹스테입 제작으로 성실한 랩퍼의 이미지를 갖춘 애퍼씨(Apathy)는 이제 '코네티컷(Connecticut) 랩의 자존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위치에 등극해 있다. 20년 가까이 갈고 닦은 견고한 랩 실력을 바탕으로 달인의 위치에 올랐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커리어를 대표할 정상급 정규 앨범이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전작 [Connecticut Casual]과 여러 믹스테입을 거치며, 셀프 프로듀싱의 한계에 다다른 인상이 역력했다. 다수의 프로듀서를 기용한 [Honkey Kong]이 성공으로 귀결됐던 건 이를 방증하는 예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도 애퍼씨는 다섯 번째 앨범 [Handshakes with Snakes]에서 다시 셀프 프로듀싱의 뚝심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번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이번 앨범은 최초 믹스테입으로 구상했으나 정규 앨범으로 선회한 경우다. 라이밍, 랩 스피드, 다수의 인용구를 근간으로 하는 순간순간의 센스, 현란한 플로우, 적당히 굵은 하이톤의 목소리 등등, 늘 그랬듯이 애퍼씨의 랩은 공격적인 랩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상향에 가깝다. 다수의 게스트를 동원하면서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 본인의 지분을 유지하는 노련함이 묻어 있고, 붐뱁(Boom Bap) 힙합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동료 셀프 타이틀드(Celph Titled)와 약관의 나이에 단명한 펌프킨헤드(Pumpkinhead)가 불꽃 튀는 랩 대결을 펼치는 "Amon RAW"는 AOTP와 데미가즈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현란한 랩의 향연을 연상케 하고, 큐팁(Q-Tip)의 유명한 가사 'Rap is not pop, If you call it that then stop'을 인용한 "Rap is Not Pop"과 메인스트림에 대한 그의 한결 같은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는 "Pay Your Dues"처럼 흥미로운 가사가 담긴 트랙이 있어 다채로운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비록, 모든 게스트 랩퍼가 최상의 랩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트위스타(Twista)와 번 비(Bun B)가 관록의 랩을 들려주는 "Moses"와 앞서 언급한 "Amon RAW"처럼 애퍼씨와 게스트의 조합이 탁월한 트랙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프로듀서로서 애퍼씨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건 본작의 또 다른 쾌거다. 그의 뚝심이 이번엔 빛을 발한 셈이다. 영화의 구절을 샘플링한 후렴구, 피아노 루프를 잘 활용한 비트 등을 통해 이어지는 안정적인 흐름이 인상적이다. "Pay Your Dues", "Amon RAW", "Handshakes With Snakes"는 견고한 프로덕션을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다만, 여전히 빈약한 비트도 잔존한다. "Attention Deficit Disorder"가 적절한 예인데, 현란한 라임으로 열변을 토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단순한 건반으로 마무리된 비트가 아쉬움을 남긴다.
좀처럼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애퍼씨의 랩은 [Handshakes with Snakes]에서도 그가 얼마나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랩퍼인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현란한 랩과 흥미로운 콘텐츠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하는 앨범이다. 더불어 완연하진 않으나 이전보다 한층 발전한 프로듀싱도 눈 여겨 볼만하다. 그가 만약 셀프 프로듀싱의 과욕을 버리고 절충을 잘 꾀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높은 완성도의 앨범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하기
스크랩
추천 2 | 비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