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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Ocean - Endless
황두하 작성 | 2016-08-27 22: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37,857 View

Artist: Frank Ocean
Album: Endless
Released: 2016-08-19
Rating:
Reviewer: 황두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Frank Ocean)2011년에 발표한 높은 완성도의 믹스테입 [Nostalgia, Ultra]로 그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지금이야 PBR&B가 워낙 흔한 스타일이 되어버렸지만, 당시만 해도 그가 믹스테입에서 보여준 알앤비는 획기적이었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결합한 멜랑꼴리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락과 힙합 등을 변칙적으로 섞은 음악은 무척 신선했고,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내는 오션의 보컬 역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Channel Orange][Nostalgia, Ultra]를 통해 부풀어질 대로 부풀어진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역대 가장 완벽한 데뷔작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음악적인 면만큼이나 [Channel Orange]가 흥미로웠던 건, 그의 세계관이 투영된 아름다운 노랫말 덕분이다. 그는 앨범 발표 전 트위터에서 장문의 편지를 공개하며 자신이 바이-섹슈얼(Bi-Sexual)임을 커밍아웃했고, 이러한 배경이 그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그 후 오션은 선배들의 전례를 따른 것인지 오랜 공백 기간을 가졌고, 본래 작년 7월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으나 아무 일 없이 지나가 많은 이를 애타게 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지난 끝에, 오션이 드디어 발표한 새 앨범이 바로 본작이다. , 약속했던 정규 2집은 아니다. 타이틀은 [Endless], 애플뮤직(Apple Music)을 통한 깜짝 발표였고, ‘비주얼 앨범이라는 명칭답게 46분짜리 영상과 함께 들어야 하는 포맷으로 제작됐다(정규 2 [Blonde]는 바로 다음 날 발표됐다.). 영상은 8월 초 앨범의 프로모션을 위해 만든 홈페이지에서 급작스레 스트리밍했던 영상을 편집한 것으로, 작업장에서 그가 목공 작업을 통해 나선형 계단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영상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첫 번째 트랙 “Device Control”은 앨범 전체의 맥락을 설명해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예술 사진가 볼프강 틸먼스(Wolfgang Tillmans)가 가사를 쓴 이 곡에서 오션은 IT기술의 발달로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옅어지고 일상 생활이 생중계되는 현대 사회의 속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이는 IT기술(애플뮤직)을 빌어 일상(목공 작업)을 담은 영상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션이 지향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천장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을 만드는 과정은 다른 수록곡들의 내러티브와 연결된다.

 

커밍아웃 때 밝혔던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깨닫게 해준 이와 만남(“(At Your Best) You Are Love”)부터 잦은 다툼(“Comme Des Garçons”, “Slide On Me”)과 화해(“Hublots”, “Rushes”, “Rushes To”)의 지난한 과정 끝에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를 마지막 계단에 오르는 순간 다시 처음 과정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본래 그룹 아이즐리 브라더스(The Isley Brothers)의 곡을 알리야(Aaliyah)가 커버한 것을 다시 커버한 “(At Your Best) You Are Love”는 이 러브스토리의 시작을 노래하는 트랙으로, 기존 가사를 그대로 썼음에도 오션의 상황과 매우 잘 맞아떨어져 묘한 감흥을 선사한다. 아울러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 탓에 LA로 이사하며 시작된 커리어와 높아진 인기에 따른 부담을 토로하는 등, 그동안 속내와 소소했던 일상들을 말 그대로 생중계한다.

 

앨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깊이 각인되진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탄탄하다. 오션의 주도 아래 전작에도 참여한 얼터너티브 힙합/알앤비 그룹 사라(Sa-Ra)의 멤버 옴마스 키스(Om'Mas Keith),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세바스찬(Sebastian)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기존 PBR&B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일렉트로닉적인 성향이 강화되었다. 앞서 언급한 “Device Control”을 비롯해 다프트 펑크(Daft Funk)“Contact”를 샘플링한 “Hublots”, 뒤이어 나오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In Here Somewhere”, 후주에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Rush”“Higgs” 등은 대표적으로 이 같은 성향이 두드러진 트랙들이다. 그런가 하면, 제임스 블레이크와 세바스찬이 편곡하고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London Contemporary Orchestra)가 연주로 참여한 “(At You Best) You Are Love”나 최근 드레이크(Drake)가 다시금 유행시키고 있는 댄스홀 사운드를 일부 차용한 “Comme Des Garçons” 등은 오션의 확장된 음악 스펙트럼을 체감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한편, 앨범엔 트랙 사이를 이어주는 아주 짧은 스킷 트랙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역시 흥미롭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원로 뮤지션 갈 꼬스따(Gal Costa)“Vapor Barato”에서 한 구절을 샘플링한 “Ambience 002 – Honeybaby”가 연인의 외도로 다투게 되는 “Comme Des Garçons”과 이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Wither” 사이에 들어가는 식이다. 더불어 “Alabama”를 비롯하여 무려 4곡에나 목소리를 보탠 재즈민 설리번(Jazmine Sullivan)를 필두로 삼파(Sampha), 제임스 블레이크 등이 코러스로 참여했는데, 모두 개성 강한 보컬이지만, 딱히 튀지 않고 음악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비주얼 앨범을 처음 시도한 것은 비욘세(Beyoncé)였다. 그러나 이번 프랭크 오션의 [Endless]는 음악과 영상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서 감상할 수 없을뿐더러, 내용적으로도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비주얼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비주얼 자체의 효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엔 애매하다. 음악과 영상이 잘 맞물려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반복적인 작업 모습을 특별한 효과 없이 흑백 화면에 담은 탓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매력적인 음악을 고려하더라도, 45분 동안 영상을 지켜보기란 쉽지 않다. 오랜 공백 끝에 발표한 만큼 반갑고 신선한 앨범이지만, 이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어쨌든 거의 동시에 발표한 정규 앨범과 별개의 컨셉트 앨범으로서 선사하는 감흥은 충분하며, 새 시대에 걸맞은 앨범의 새로운 포맷을 경험하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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