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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ce Skiiiwalker - Introverted Intuition
조성민 작성 | 2016-11-11 16:5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1,185 View

Artist: Lance Skiiiwalker
Album: Introverted Intuition
Released: 2016-10-18
Rating:
Reviewer: 조성민









탑 독(Top Dawg Entertainment/이하: TDE)이 최근 몇 년 동안 발표한 작품들이 좋았던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기본에 충실했다. 각 앨범의 주인공들은 내러티브 능력과 랩 스킬만으로도 충분히 앨범을 장악했다. 도입에 화두를 던져놓고 그 테두리 안에 철저히 머무르며 펼치는 전개를 통해 기획력 또한 견고히 했다. 캐릭터와 기믹, 그리고 그 외 장치들에 많은 부분 편승한 여타 작품들과는 차별을 두는 지점이다. 프로덕션 역시 레이블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들이 많은 비중을 담당했다. 이는 곧 작품에 비슷한 톤 앤 매너를 부여하면서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한 계기가 됐다.

 

결과를 떠나 TDE의 앨범들에서 눈에 띄는 유사성은 또 하나 있다. 랜스 스카이워커(Lance Skiiiwalker)의 참여가 그 일례다. 랜스는 2014년 작인 스쿨보이 큐(ScHoolboy Q) [Oxymoron]을 시작으로 제이 락(Jay Rock)2 [90059], 그리고 올해에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비정규 앨범과 스쿨보이의 [Blank Face LP]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솔직한 얘기로, 그의 존재감이나 잠재성이 처음부터 주목받지는 못했고 지금도 그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90059] [Blank Face LP]에서는 곡의 핵심 구간을 책임졌고, 그러한 면모가 데뷔 앨범에서도 드러나리라 예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Introverted Intuition]은 상당히 흥미롭다. 실험적인 소스 활용과 장르결합, 핀볼처럼 불규칙적으로 튀는 도전적인 전개가 오묘하고도 그로테스크한 기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본작은 정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기에는 용감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일단, 확고한 컨셉트와 뚜렷한 스토리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앨범에서 랜스가 내세우는 기획적인 단계는 두 가지다. 첫째로 그는 이성 경험을 통해 겪은 시련과 집착 등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그런데 이를 하나로 묶어줄 가사적인 능력이 미미하며, 이를 메울만한 교집합이 전무하다. 그래서 그는 두 번째 카드로 앨범 중간중간에 스킷(Skit)을 활용한다. 라디오와 전화통화를 위시한 스킷에서 랜스는 여성에 대한 집착증세를 보이며 본인의 위태로움을 드러낸다. 이성을 향한 치부를 드러내며 그가 풀어내는 스토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앨범을 지탱할 설득력이 충당되지 않는다.

 

랜스의 대담성이 드러나는 또 다른 부분은 보컬 운용방식이다. 그는 성량으로 밀어붙이면서 폭발력을 강조하는 타입이 아니며, 천부적으로 귀를 잡아끄는 음색과도 거리가 있다. 그의 매력은 먹먹한 바이브의 곡에서 살아나는 싱잉이다. 낮은 피치에서 울리듯 발현되는 보컬은 곡을 끌고 나간다기보단 비트를 보조하며 수동적인 형식으로 감흥을 자아낸다. 때문에 랜스의 보컬은 제법 비트와 취향을 타는 편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트랙마다 다른 발성법을 시도했다. “Could It Be”의 후반부에서는 마디의 끝부분을 날리듯이 엑센트를 강조하며 인토네이션(intonation)의 재미를 부각하고, “Stockholm”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뺀 체 백업 코러스 같은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Attraction”에서도 피치 변화를 통해 공간감을 상쇄하려 하는 등, 그는 여러 시도를 감행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렌스의 보컬이 가장 큰 감흥을 안기는 곡은 가장 평범한 느낌으로 부른 “Lover’s Lane”“Reality”.

 

사실 본작에서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랜스는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진취적인 기획력을 통해 흐름을 주도하려 한다. 곡의 흐름을 끊어내는 변주와 예상치 못한 전개방식이 실험적인 트한 느낌을 부여한다. 곡 대부분의 프로덕션을 책임진 그가 활용한 악기나, 트랙 배치, 그리고 장르적인 관점에서 느껴지는 지향점 역시 어지럽다. 리버브를 통해 공간감을 살려냈다가 지저분한 질감으로 환기시키고, 한 템포 빠르게 비트 스위치를 가져간다. 이런 형태의 빠른 변환은 여러 곡을 떼어다가 스니핏(Snippet) 형식으로 연결 시켜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사용된 소스 역시 다양하다. 현악기 샘플과 기타 리프, 전자음을 위시한 노이즈 뮤직, 재즈 등의 요소를 끌어와서 두서없이 뿌려놓은 듯하다. 트랙 개개인이 갖는 힘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시도는 유의미하다. 귀에 익어갈수록 듣는 맛도 더해진다. 그러나 호불호를 야기할만한 요소들 역시 존재한다.

 

[Introverted Intuition]은 명암이 뚜렷하다. 주인공인 랜스는 시종일관 흘러가는 앨범의 흐름을 방관하며 그 물결에 발을 담갔다가 뺐다가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본작이 TDE에서 발표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은 여태껏 주인공이 흐름을 주도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게임플랜이 확실히 수행된 작품들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본작은 분명 여태까지의 패턴과는 정반대로 만들어졌으며, 결과론적으로 TDE가 올해 발표한 앨범들에 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냥 거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의도된 무질서함과 무책임함, 그리고 다양한 사운드가 마구 뒤엉켜 만들어낸 미묘함이 귀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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