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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ribe Called Quest -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강일권 작성 | 2016-11-24 01: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8 | 스크랩스크랩 | 33,101 View

Artist: A Tribe Called Quest
Album: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Released: 2016-11-11
Rating: 
Reviewer: 강일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이하 ‘ATCQ’)의 새 앨범을 정말로 듣게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재즈 랩(Jazz Rap)의 부흥을 이끌고, 지적인 랩의 시대를 열었던 그룹의 멤버들은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내부적으론 와해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파이프 독(Phife Dawg)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됐고, 그와 큐팁 사이의 불화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특히, 2008, 여전히 솔솔 피어오르던 재결합 루머에 대해 큐팁은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못박았고,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 역시앨범 작업을 하기에는 그룹이 너무 멀어졌다.”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린 살면서 ‘절대로’라는 부사가 부숴지는 순간을 종종 보게 된다. ATCQ의 경우처럼 말이다.

 

2015년이 되자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그룹의 재결합 소문은 결국, 사실이 됐고, 무려 18년 만에 새 앨범 발매까지 결정됐다. 하지만 오랜 염원이 이뤄졌다는 희열도 잠시, 앨범 발매를 예고한 올해 3,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당뇨에 의한 합병증으로 투병해오던 파이프 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당뇨는 ‘90년대부터 그를 괴롭혀왔다. 그리고 ATCQ의 역사적인 마지막 앨범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는 이처럼 파이프 독의 죽음이 안긴 슬픔 속에서 발표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본작이 ATCQ 역사상 오리지널 멤버가 전부 모여서 만든 최초의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파이프 독은 사망했지만, 그가 생전에 녹음한 랩이 고스란히 수록되었으며, 그룹의 원년 멤버였으나 데뷔 앨범 발매 전 탈퇴했던 자로비 화이트(Jarobi White)까지 함께했다. 자로비 화이트의 이름은 그룹의 데뷔작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당시는 이미 탈퇴한 후였고, 참여 비중도 단 두 곡, 아우트로(Outro)와 코러스 정도였다. 그가 정식 멤버로서 위치에 걸맞은 비중으로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앨범의 완성도다.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이 앨범이 그들의 마지막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정말 끝내준다.

 

우선 전반을 감싼 시의적인 주제들은 올드 팬들의 오랜 지지와 기다림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이벤트 차원의 수준에서 몇 발은 더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근 몇 년 사이 미국 사회에선 다시금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가 민낯을 드러냈다. 백인 경찰들의 과잉진압에 의해 죄 없는 흑인들이 억울하게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현재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유세 기간 내내 유색인종 비하 및 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ATCQ는 앨범에서 이 지점을 정조준한다. ‘보수가 아니라 진보로 가야 할 시간(its time to go left and not right)’이라는 노골적인 메시지와 함께 현 미국 사회의 치부인 인종차별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꼰 첫 곡 “The Space Program”부터 그룹과 작품의 정치적인 스탠스는 명확히 드러난다. 

 

이어지는 첫 싱글 "We the People...."도 마찬가지다.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이 곡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측면, 경찰들의 야만적인 행위, 인종 차별, 종교 차별, 여성 차별 등, 더욱 본격적으로 문제를 까발리는 한편, 후렴구를 통해선 차별당하는 모든 부류의 사람에게 투표하러 갈 것을 독려하기까지 한다. 물론, 본작이 나온 시점에선 그들의 바람과 달리 트럼프가 새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곡의 무게가 줄진 않는다. 또한, 파이프 독 특유의 스포츠 레퍼런스 라임과 풍자를 느낄 수 있어 애틋함을 더한다. 이 외에도 오늘날 사회를 향해 날을 세운 곡들은 더 있다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쓰리싸우전드(Andre 3000)와 큐팁이 빈민가 흑인 아이의 동심 파괴를 컨셉트로 인종차별의 부당한 현실을 풍자하고 고발하는 “Kids…”,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파이프 독이 도널드 트럼프와 언론, 그리고 어지러운 시국에 대한 갑갑한 심경을 담은 “Conrad Tokyo”,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권력의 만행, 혹은 부당한 전쟁에 의해 희생된 흑인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이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The Killing Season” 등의 곡 역시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녔다. 물론, 본작에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장기 중 하나인 흥겨운 파티 트랙과 오늘날 힙합 씬에 관한 견해, 그리고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와 파이프 독 추모곡 등, 절반 가량은 다양한 주제들로 채워졌으며, 감흥 또한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파이프 독에게 바치는 “Lost Somebody“가 주는 울림의 크기는 정치적인 함의를 품은 곡들 못지않다.  

 

ATCQ의 메시지가 더욱 힘을 얻고 가슴 속을 파고들 수 있는 건 프로덕션 또한 탁월하기 때문이다. 미드 [루크 케이지, Luke Cage] OST 작업과 맞물리는 바람에 한창 바빴던 탓인지 이번엔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가 뒤로 빠지고, 큐팁이 단독으로 주도하다시피 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신선함을 부여하는 데 주효했다. 전반적으로 그룹의 전성기적 앨범들이 아닌, 큐팁의 솔로작의 연장선, 아니 업그레이드된 버전과도 같다. 샘플링과 라이브 연주를 병행하며 주조한 미니멀하고 중독적인 루프(Loop)는 멤버들의 차진 랩 콤비 플레이와 어우러져 귀를 즐겁게 하고, 락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출신 잭 화이트(Jack White)의 기타와 가장 의외의 게스트인 엘튼 존(Elton John)의 피아노 연주 등이 적절한 순간, 다소 건조한 무드의 프로덕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초기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하기보다 현대의 감각으로 차용하여 완성한 곡들이 주는 감흥은 대단하다. ‘90년대 붐뱁 힙합 특유의 투박하게 떨어지는 드럼을 기반으로 하되 묵시록적인 베이스 라인을 얹고 보컬에 사운드효과를 줌으로써 특정 시대에 머물러있지 않은 바이브를 선사한 "We the People....", 작금의 쪼개지고 레이드백(Laid-Back)한 드럼 위로 본인들의 명곡 “Bonita Applebum” –엄밀히 따지자면, 로터리 커넥션(Rotary Connection)“Memory Band”를 샘플링한 “Bonita Applebum” 버전의- 시타르 파트를 절묘하게 포갠 “Enough”가 대표적이다.

또한, 아르헨티나 락 밴드 인비저블(Invisible)“Ruido De Magia”에서 기타 리프를 따와 펑키하고 역동적으로 재탄생시킨 “Dis Generation”, 엘튼 존의 “Benny and the Jets” 샘플링을 토대로 잭 화이트의 어쿠스틱 기타와 엘튼 존의 피아노 연주가 가세한 "Solid Wall of Sound", 일그러진 베이스와 미래지향적인 보컬 이펙트가 뒤를 받치는 탈립 콸리(Talib Kweli)의 벌스에 이어 애잔한 현악 샘플이 등장하며 인상적인 무드의 전환이 이뤄지는 “The Killing Season”, 음산한 초반부를 지나 재지한 바이브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가 싶더니 금세 음울한 일렉 기타 연주로 바뀌어 마무리되는 “Ego” 등도 감탄을 자아내는 곡들이다.

 

힙합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전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그룹 역사상 가장 정치적이며 과거와 현재가 기가 막히게 융합된 앨범을 통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콜(J. Cole), 빅 크릿(Big K.R.I.T.) 등등, 현 세대의 지적인 랩퍼들과 힙합 팬에게 묵직한 화답을 건넸다. 참으로 반가운 부활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 마지막 앨범이었던 [The Love Movement]가 준수했으나 백조의 노래로선 아쉬움이 컸기에 본작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이렇게 클래식과 함께 등장했던 그들이 클래식과 함께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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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랩퍼엔
    1. 랩퍼엔 (2016-11-26 21:16:07 / 180.224.166.**)

      추천 1 | 비추 0

    2. 우와 라이브 ㅠㅠㅠㅠㅠ 감동 이네요
  • 이재호
    1. 이재호 (2016-11-25 16:11:35 / 61.32.22.***)

      추천 3 | 비추 1

    2. Coloring Book이 올해 최고작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올해 최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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