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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유감, ‘수취인분명’과 ‘나쁜X’ 논란을 보며
남성훈 작성 | 2016-12-05 16: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5 | 스크랩스크랩 | 25,531 View



: 남성훈

 


지난 11 26,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바라며 150만명 이상이 참여한 광화문 촛불집회가 있었다. 집회 2일 전 랩퍼 산이(San-E)는 현 시국을 풍자한 "나쁜X (BAD YEAR)"을 발표, 단숨에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혐오적 가사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를 대하는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몇 년 전과 결이 좀 달라진 것 같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쇼미더머니4]의 산부인과 가사 사건 등으로 인해 여성혐오의 유해성이 사회적으로 각인됐고, 이를 쉽게 부정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탄핵 시국이라는 상황논리가 갑자기 방어논리로 등장한다. 여성혐오를 지적하는 것이 대의에 방해가 된다는 또 다른 억압적 여성혐오가 담긴 궤변이었다. 그리고 촛불집회 하루 전, DJ DOC가 문제의수취인분명을 발표했다.

 

이 곡 역시 미스박이란 표현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 여성혐오적 가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나쁜X (BAD YEAR)”보다 논란은 훨씬 확장됐다. DJ DOC는 장년층까지 알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DJ DOC는 일부 참여 단체의 요구에 이은 주최 측의 판단 아래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이 일은 흥미롭게도 수많은 이에게 커다란 버튼처럼 다가갔다. 그리고 그 버튼에 눌려 나온 이들 중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이들은 바로 전문가와 평론가들이다. 왜냐하면 자의든 타의든 그 직함 때문에 그들을 신뢰하고, 일종의 권위를 부여하는 대중과 미디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란을 두고 음악평론계 일선에서 활동 중인 김작가와 김봉현이 보인 반응은 매우 유감스럽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DJ DOC의 공연무산 기사가 올라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를 링크하며, ‘진짜 별... 이런 극단주의적 '검열'도 사라져야 한다.’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그런데 이는 음악평론가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우선 이번 일과검열은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 그럼에도극단주의적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았다. DJ DOC수취인분명은 그 어떤 제재 없이 만들어졌고, 심지어고발뉴스라는 언론사를 통해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검열의 반대편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무대에 서지 못한 것에검열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알맞지 않다. 법적인 강제력이나 제재 권한이 없는 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역시 그 어떤 법적인 강제력이 없는 주최측이 여론과 사안의 심각성을 참고해 내린 가치판단에 따라 행했을 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검열의 맥락은 찾을 수 없다. 단순히 가수의 뜻과 다르게 일이 전개됐다고 너무 쉽게검열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사전검열의 폐해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에서 본의야 어떻든 실언에 가깝다. 그런데 김작가는 이후 자신의 입장을 좀 더 소상하게 풀어 한번 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 글에서도 현실인식에 대한 부분이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가치판단에 의해 합의된 이번 일을 부당한 권력에 의한 기업인 협박과 동일시하는 것을 서슴지 않고, 국가기관의 업무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하는 것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두 번째 단락이었던 듯하다. 문제가 있었다면 잘 조율해서 DJ DOC를 무대에 세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DJ DOC는 적합한 팀이라는 시선이 바탕이다.

 

하지만 DJ DOC수취인분명을 위시하여 무대에 서기로 했고, 그 이유가 사라진 후 무대에 서야만 하는 당위 역시 사라진 후였다. 더구나 이번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내부적으로 약자혐오 발언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있었기에 DJ DOC의 공연무산이 가지는 의미 역시 중요했다. 때문에 잘 조율해 무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쉬움의 토로 정도로 들린다. 그는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사전검열이라는 말을 붙였다. 굉장히 아쉽다.

힙합 칼럼니스트 김봉현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논의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 흥미롭다. 그 역시 DJ DOC의 공연무산 이후 장문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우선 가사가 가진 유해성에 대해 소극적이지만 인정을 한다. 그런데 다음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디오씨를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한 여성단체들 입장에서는 이 승리가 '시민'의 승리에도 꼭 필요한 일이며, 그에 기여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난 그 말에 딱히 동의하는 입장은 아니다.”

 

진보적이며 무해한 자기 스탠스를 보이는 듯하지만, 결국엔 논의를 흐리는 아주 전형적인 패턴이다. 여성단체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제3자가승리라고 표현하며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현실인식이다. 아무도 그들과 대결하지 않았고, 당연히 승리나 패배 역시 없었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에서 주최측의 가치판단이 있었을 뿐이다. 여기에여성단체시민을 모호하게 분리해내려는 뉘앙스의 말까지 더한 것은 위험하게 들린다. ‘시민의 대의에 어긋난다는 자극적인 궤변과 불편함 사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김봉현은 이전에 [쇼미더머니4]에서 송민호의 산부인과 가사로 여성혐오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사건과 상관없는 대결구도를 그럴듯하게 전제하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힙합과 여성폄하 논란과 관련해 저에게 어느 한쪽 편을 들라고 요구하신다면 저는 어느 쪽 편도 일방적으로 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힙합 속 여성폄하 경향과 이를 비난하는 쪽의 입장은 어느 한 쪽 편을 들며 대결구도로 몰아가거나, 그가 그랬듯 선택 대신 힙합의 오래된 속성을 설명하며 맥락을 이해하라는 식으로 풀어낼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현된 가사가 상식이 지배하는 대중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창작자가 감당해야 할 것들과 현실인식, 그리고 사회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그러므로 힙합에 그런 가사가 만연한 이유를 중심에 놓으며 힙합의 매력 운운하는 것은 논의 자체를 흐릴 뿐이다. 물론,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해당 설명이 동반되어야겠지만 말이다. 힙합에 대한 애정은 이해하지만, 이 같은 수준의 논지는 오히려 힙합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만 가중시킬 뿐이다. 마지막에 참고하라며 그가 링크한 웹툰의 에필로그들이 전형적 여성혐오로 치장되어 있는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다시 이번 사건으로 돌아와도 동일하다. 김봉현은모두가 이번 논란에 대해 입을 열고 있지만 사실 난 '힙합'과 관련한 포인트에도 눈길이 간다.”라며, 갑자기 힙합 이야기로 빠진다. 주변의 모든 이슈를 힙합으로 풀어내는 전개는 사실 그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비난에 힙합을 알지 못하면서 힙합을 논한다고 일갈한다. 짧은 SNS글에서라면,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같은 맥락으로 ‘[-조이] ‘나쁜 년’? 산이는 전혀 트렌디하지 않다(http://www.goham20.com/53524)’란 칼럼을 비판한 방식의 반복이기 때문에 다른 무게를 지닌다.

 

해당 글은 산이의나쁜X (BAD YEAR)”을 페미니즘과 대중문화의 트렌디함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글이다. 글쓴이는 아주 명확하게 한국에서 몇몇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시선에 각인되고 재생산되는 힙합의 경향을 특정해 적절한 비판을 가한 뒤, 산이의 노래를 그 연장선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김봉현은 큰 논지는 동의한다고 한 후, 뜬금없이 글쓴이가 힙합의 본질적 매력을 말하지 않았다거나 호도했다고 반응한다. 이런 식의 지적은 글의 관심 밖에 있고, 모호하게 힙합을 변호하려는 일갈만 있다면 글의 논지에 낄 자리가 전혀 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힙합은 원래 이렇게 멋진 것이다.’로 요약되는 단순한 반복 화법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것이 결국 여성혐오 시선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TV를 통해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전달되는 한국 힙합 속 여성혐오를 지적하는 글에 힙합 전문가가 무턱대고 힙합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말하라는 식의 낙인을 찍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다. 하물며 그가 말하는 것은 매우 평면적인 수준의 지식과 접근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장르음악으로서 힙합과 사회적 요구를 여전히 분리하지 못하는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이처럼 전문가와 평론가들이검열’, ‘승리처럼 사안과 전혀 맞지 않는 단어들로 허울좋은 대의 우선, 정의 프레임을 제시해 혐오정서에 당위를 슬쩍 던지고 대결구도를 대중에게 제시하거나 논의와 상관없는 전문분야의 지식을 요구하는 방법은 결코 상황 이해나 현실직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지적하고 해체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평론가, 전문가로서 여전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명확히 밝히고 해당 곡 자체가 여성혐오 논란의 문제를 안고서라도 반드시 광장무대에 서야만 할 가치가 있다 생각하는 이유를 설파하며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 아닐까 싶다. 그러나 주요 쟁점을 풀어내는 방식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곡의 수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말은 장황하지만, 사실상 그들은불편하다.’라는 한마디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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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훈
    1. 남성훈 (2016-12-05 17:55:46 / 21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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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ense // 지적해주신 내용, 말씀해주신대로 잘못된 정보로 업로드 확인 후 바로 삭제하였습니다. 혼선드려 죄송합니다.
  • tense
    1. tense (2016-12-05 17:42:20 / 211.58.103.***)

      추천 0 | 비추 0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 잘못된 정보가 있는 것 같아서 댓글 남깁니다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김반장씨가 친박페미니스트 라며 비하했다는 부분을 읽고 놀라서 찾아보았는데 그런 글을 쓴 사람은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아닌 김반장이라는 필명을 쓰는 다른 분이라고 하네요 저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니 다시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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