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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ey - Godfather
조성민 작성 | 2017-01-31 17: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22,785 View

Artist: Wiley
Album: Godfather
Released: 2017-01-13
Rating:
Reviewer: 조성민









2000
년대 초반부터 중반 사이에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상기해보면 더티 사우스(Dirty South)와 바운스(Bounce)를 위시한 서던(Southern) 스타일의 힙합 트랙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릴 존(Lil Jon)을 주력 프로듀서로 만들어준 크렁크 트랙들과 애틀랜타 출신 신예들의 대약진, 뉴올리언스, 휴스턴, 마이애미 등에서 한꺼번에 급부상한 아티스트들과 이따금 등장한 원 히트 원더들(“Tell Me”, “Tipsy”, “Walk It Out”, “Laffy Taffy”)까지. 2004년 남부 출신 힙합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이자 힙합 아티스트 역사상 두 번째로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세 부문의 그래미(Grammy Awards)를 석권한 아웃캐스트(OutKast)의 활약까지 더한다면, 당시 힙합 씬에서 오토튠이 등장하기 전까지 행사한 서던 아티스트들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만했다.

 

본고장에서 서던 힙합이 주류로 올라섰을 즈음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선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결합한 서브 장르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유케이 개러지(UK Garage)와 드럼 앤 베이스를 기본적인 소스로 차용하고 댄스홀 바이브를 가미한 비트에 랩을 다양한 스타일로 얹어서 완성한 것이 그라임(Grime)의 모태가 되었다. 런던의 지역적 장르로 시작한 지 약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영향력을 국외로까지 넓혔는데, 와일리(Wiley)는 이 장르의 발전을 일구어낸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본작은 와일리의 열한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알려진 정규 작품이며, 최근 몇 년간 대중적인 시도를 감행하던 그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여태껏 구축한 장르적 성과를 충실히 구현한 결과물이다. 힙합과는 사뭇 다른 리듬과 거친 억양으로 구성된 자메이칸 스타일의 랩, 그리고 화려한 신스 운용은 [Godfather]라는 매우 근사하고도 정석적인 그라임 앨범을 귀결케 했다.

 

본작을 그라임의 정석이라 일컬어도 될 만큼 인상적인 이유는 일단 기본적으로 와일리의 퍼포먼스가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와일리는 전자음 바탕의 짧은 루프로 짜인 비트를 캔버스 삼아 빠르고 날 선 플로우를 통해 망설임 없이 색을 입혀낸다. 랩의 템포도 처지지 않게 유지를 잘했고 플로우의 짜임새도 타이트하게 디자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귀를 당기는 것은 그의 독특한 발음과 억양이다. 랩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에 중점을 두거나 라임을 쌓아서 박자감을 입힌다기보다는 펑크 락 보컬처럼 텐션과 스케일을 높이기 위한 쓰임새로 이용하기 때문에 빠른 형태의 내뱉기에 가까운 딜리버리 형식을 취한다(“My Direction”은 완벽한 예로 부합한다). 서사적 희열이 거세된 대신 귀에 감기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설정된 셈이다.

 

프로덕션적인 측면에서도 흠잡을 만한 부분이 딱히 없다. 에스더블유브이(SWV)“Fine Time”을 샘플링한 알앤비 트랙 “U Were Always, Pt. 2”가 중간에서 흐름을 끊어놓지만, 그 외에 나머지 열여섯 곡은 엄청난 화력의 파티튠 트랙들로 구성되어있다. 해당 곡들의 기획 의도나 감흥을 자아내는 방법은 트랩, 혹은 클라우드 랩의 방법과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중독적인 후렴구와 템포를 작위적으로 떨어뜨리면서 발현된 그루브로 승부를 보는 전자와 달리 그라임은 속도를 한 단계 올려 아드레날린을 생성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렇다 보니 앨범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일관적으로 유지된다.

각 트랙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백 없이 꽉 차 있는 느낌이고, 곡마다 메인 소스를 달리 가져가며 누진되는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예컨대 앨범 초반의 “Bring Them All/Holy Grime”“Name Brand”에서는 묵직하게 베이스를 눌렀다가 “Speakerbox”에서는 신스를 이용해 유연하게 흐름을 바꿔놓고 앨범의 백미 트랙들인 “Back With A Banger”“Can’t Go Wrong”으로 중심을 잡는 형식이다. 후반에 배치된 트랩 스타일의 “Lucid”와 화려한 멜로디의 “Laptop”도 본작의 마무리를 훌륭히 매듭짓는 곡들이다.

 

본작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거창한 부연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앨범에 참여한 영국 그라임 씬의 내로라하는 인물들과 더불어 화려한 프로덕션과 퍼포먼스가 대신 답변해주기 때문이다. 와일리는 이 장르를 개척하면서 그라임의 대부(Godfather of Grime)’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 위상을 앨범타이틀로 사용하는 담대함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은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킴으로써 더욱 빛나 보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더 이상의 정규작은 없다고 선포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와일리의 디스코그래피에 [Godfather]가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된다면, 그것 역시 개척자다운 멋진 마침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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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할로윈1031
    1. 할로윈1031 (2017-02-02 16:42:22 / 175.202.126.***)

      추천 2 | 비추 0

    2. 벌써 10년도 더 됬네요. 꽤나 조루한 장르이긴 하지만 당시의 센세이셔널한 사운드의 중독성은 잊히지 않네요. 앨범 표지부터가 그라임스러운게 느낌 빡 오네요.
      전 요상하게도 레이디 소버린 많이 들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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